지난 학기 수업에 대한 강의 평가 결과를 오늘 아침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열어봤다. 신기하게도 세 과목 모두 4.75. 5점 만점 중 95%이니 학생들로부터 A+를 받은 셈이다.
늘 그렇듯 이번 학기 수업에서도 상대평가로 인해 한 학기 동안 열심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B를 받은 학생들이 많았다. 3개 수업 중 2개 수업은 거의 모든 학생들이 열심히 수업에 참여했으므로 성적에 예민한 학생들은 더 불안했을 수 있다. 상대평가의 부당함에 대한 불만을 학교가 아닌 교수자인 나에게 어느 정도 표출할 수도 있었을텐데 이번에도 우리 학생들은 학교와 교수자를 분리해 공정한 평가를 했다. 학교보다 학생들 수준이 훨씬 높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다시 한번. 대학이여, 서열과 경쟁을 부추기는 상대평가 대신 절대 평가를 도입하라!!!)
지난 학기 1개 수업은 조금 특이했다. 강의를 시작한 이후 한 번도 겅험해 보지 못한 수업이었다. 중간 고사 이후로 전체 학생의 1/3 정도만 교실에 온 것이다. 2주 연속 참여 학생의 수가 적어서 급기야 학생들에게 '보고 싶어요~' 라는 공지사항을 온라인에 남기기도 했다. 혹시나 해서 중간 고사 성적에 너무 좌절하지 말고 중간 고사 성적은 전체 성적의 20% 뿐임을 강조하는 말도 남겼다.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일부 학생들은 매주 참여하고 일부 학생들은 참여하기도 하고 결석을 하기도 해서 매주 참여한 구성원은 달랐다. 중간 고사 이후부터 수업에 거의 참여하지 않은 학생들은 2명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미루어 짐작컨대 학생들 각자 나름의 이유로 결석을 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기말 고사의 내용을 풀어내는 보고서에 결석이 잦은 학생들이 자신의 상황을 언급해주어 기말고사 성적과는 별개로 그들을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다. 동시에, 내 수업이 불편했거나 나에게 불편함을 느낀 것은 아니었음을 알게 되어 약간의 안도감이 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수업의 강의 평가 결과가 사실 가장 궁금했다. 익명인 강의 평가는 솔직하게 이루어질테니 말이다.
어쩌면 내 강의 인생 중 최악의 평가를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확인했는데 강의 평가 결과가 다른 두 과목과 동일해서 놀랐고 학생들에게 고마웠다. 수업에 성실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그들의 말이 진심이었음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개인사정으로 수업에 불참한 적이 많았지만 우리 수업이 대학 수업 중 잊지 못할 수업이었고 많은 배움이 있었음을 글로 보여준 그들의 마음이 진심이었다고 나는 믿는다.
배움은 사람을 성장시킬 뿐만 아니라 자유롭게 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 수업을 통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었고 조금씩 자유로워졌다고 말하는 학생들을 나는 격렬하게 응원한다.
수업 전체를 모둠 토론으로 할애하고 사회문화관점을 소개하며 비판적 사고를 강조하다보니 내 수업은 호불호가 큰 편이다. 이런 수업에서 이 정도 평가를 받은 것은 오로지 우리 학생들의 공감 덕분이다. 이들의 응원에 힘을 얻어 다음 학기 수업도 최선을 다하며 즐겁게 해보고자 한다. 3월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첫댓글 학점이 어떻게 나올까 조마조마하는 학생의 마음처럼 선생님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강의평가를 보신다는 게 흥미롭네요 ㅎㅎ 가끔 강의평가를 잊어버리고 안 한 적도 있었는데,, 감사한 분들을 위해서라도 잊지 말아야겠어요!
저는 강의평가 결과를 확인할때마다 심호흡을 크게 한번 하고 열어본답니다. ㅎㅎ 좋은 수업을 수강한 경우 좋은 강의 평가를 남겨주면 교수자는 힘이 나지요. 개선 사항이 많은 수업의 경우에도 건설적인 의견을 남겨주면 수업 개선에 도움이 됩니다. 즉 어떤 경우이든 학생들의 진솔한 강의 평가는 교수자에게 도움이 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