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천에서 조류 탐사를 했다.
정~~~말 오랜만에 필드스코프로 여러 물새와 산새를 관찰할 수 있었다.
민물가마우지, 청머리오리, 홍머리오리, 물닭, 논병아리, 알락오리, 흰죽지, 청둥오리, 흰빰검둥오리, 쇠오리 등 기대한 것보다
더 많은 새들을 전문 강사님의 지도로 보게 되었다.
강사님은 말씀하시는 내내 웃음 띤 얼굴과 친절함, 그리고 전문가로서의 자질이 충분히 드러나서 여러모로 배우고 싶은
점이 많은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나는 그 전날 김선생님과 과거 20년 전 얘기를 하다 무심코 필드스코프가 우리집에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한때는 보물처럼 간직했던 것인데 몇 년을 그대로 처박아 놓았더니 그 존재를 잊고 있었던 것이다.
가져가도 될까하는 생각을 잠시하다 오랜만에 꺼내서 일단 찾아 놔야겠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집에 와서 지퍼조차 열지 않았던 그 배율좋은 망원경을 꺼내 들고 조립해 보았다.
예전처럼 어깨에 매 봤더니 마치 시간 여행을 하듯 과거가 구체적으로 소환되기 시작했다.
20년은 빛의 속도로 우주를 바라보는 광년이라는 시간에 비해 정말 별 것 아닌 몇 분 전의 일인것처럼 생각되지만
인간의 수명과 기억을 되돌아 보면 먼 과거가 될 수도 있다.
기억이라는 게 참 신기하게도 바로 며칠 전의 일 같다고 인식하게 만드는 게 묘한 그리움을 주는 것 같다.
한국의 새라는 책을 넣고 필드스코프와 음료수 , 초코바와 점심 먹을 것을 챙긴 뒤 나는 일요일 아침 일찍 퇴촌으로 왕숙천으로
팔당댐, 양수리, 미사리, 한강, 철원, 서산 갯벌과 동해 바다로 새를 만나러 가곤했다. 하루 종일 필드스코프를 들고 다니고
일행들과 걷고 새나 곤충에 관한 수집된 정보를 기록하며 자연을 알아간다는 것이 큰 기쁨이었는데 그게 바로 며칠 전 일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하루 아침에 아니 단 며칠 만에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낳고 그들과 함께하는 가족이 될거라는 걸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 며칠 전의 긴 노선에 피곤함과 허기를 느끼며 길을 따라 걷던 날이 그대로 생생하게 머리속에 저장되어 있는데 왜 나는 여기에
낯선(?) 이들과 함께 있게 된 것인지.... 시간 여행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게 가능한 지 의아할 정도이다.
피부가 고운 여자 아이가 엄마라고 말하는 것도 나보다 키가 큰 남학생이 너무나 익숙하게 배고프다고 말하는 것도 어색하게 느껴질
만큼 바로 며칠 전에 나는 미사리에서 덜덜 떨며 흰죽지와 비오리를 보고 왔는데....
필드스코프를 드는 것 자체만으로 어떻게 이런 추억들이 소환되는지 시간은 몽땅 어디로 갔는지 나는 누구인지....
지금은 현실인지 꿈인지조차 몽롱하기만 하다. 혹시 혹시.... 지금 시간 여행을 온 건 아닐까? 미래를 간 시간 여행....
21 년도 우이천 비오리
첫댓글 이샘
나는 몇일 전에 버스정류장에서 봉사장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내가 기다리는 차는 23분 후에 도착한다고~~
다른 차들은 2분, 3분 길어야 7분 후면 도착한다는데~~
그때 그 23분이 아득하게 느껴졌어요
그러니 20년은 긴 시간이죠
그러나 우주의 시간에 기대면 측정할 수도 없이 짧은 시간인데도 말이죠
그날 스코프로 본 재두루미의 눈은 정말 환상이었어요
이샘의 시간여행의 일행이었다는 것이 자랑스럽네요 ㅎㅎ
그러게요. 한때 무겁고 힘겹게 마음을 누르던 일도 안개가 걷히듯 사라지고ㅡ
시간의 언덕에서 여유롭게 그 자체를 사색할 날도 있네요ㆍ처음 뵐때부터 선생님은 늘. 옆사람들에게 에너지를 주는 분이란걸 알았어요
그런 강점들이 이후 숲해설사 인연으로 곳곳에서 만나는 분들께 안내자의 좋은 영향력을 전하기를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