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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일시: 2017년 5월 7일 (토)
o 날씨: 맑음 (강풍, 황사/미세먼지)
o 산행경로: 화암사 - 성인대 - 상봉 - 화암재 - 신선봉 - 대간령 - 병풍바위봉 - 마산봉 - 진부령
o 산행거리: 약 19km
o 소요시간: 7시간 50분
o 지역: 강원도 고성군, 인제군
o 일행: 좋은사람들 백두21기
▼ 등산지도 (펌)
약 1년 반에 걸쳐 지나온 대간길의 마지막 구간이다. 졸업이라는 기쁨보다 오늘 대간길은 어떨까 하는 설레임과 두려움이 앞선다. 지난 가을 한계령~미시령 구간에 이어 반년만에 다시 선 미시령, 오늘 새벽에는 강력한 바람이 불고 있다. 호사다마라고 할까. 마지막 구간에서 대간길 내내 없었던 사태(?)가 발생하고 말았다. 우여곡절 끝에 들머리를 화암사로 돌려 마지막 구간을 이어간다.
▼ 화암사 일주문 (들머리)
화암사에서 신선대(성인대)까지는 조성되어 있는 '화암사 숲길'을 따라 새벽을 오른다. 언덕위의 수바위는 쌀과 관련된 전설이 숨어있다. 유사한 전설은 구병산 쌀바위, 가지산 쌀바위, 현성산 미폭, 금정산 미륵암 등 전국곳곳에 분포하고 있는데 그만큼 쌀은 우리민족의 생활과 밀접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 화암사 숲길 입구
▼ 수바위
우측을 바라보니 넘어야할 산봉우리가 하늘높이 솟구쳐 있다. 미시령에서 출발했더라면 상봉까지의 고도차는 대략 450m 정도, 하지만 우리는 훨씬 저지대(?)의 화암사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약 1000m에 가까운 고도차를 뛰어 넘어야 한다. 수바위에서 시루떡바위를 지나고 신선대(성인대)에 도착하니 코앞의 동해에서 일출이 시작되고 있다. 오늘 급습(?)한 중국발 황사와 초미세먼지 때문에 일출의 강렬한 모습은 없고 해질녁의 어스름한 보름달을 보는 느낌이다...
▼ 올려다본 상봉 (우측?)
▼ 시루떡 바위
[시루떡 바위] 이 산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금강산 화엄사에서 부터 수바위 전설에 이르기까지 쌀과 연관이 싶은 것을 알 수 있다. 여기 누군가가 정성을 들여 겹겹이 쌓아 올린 듯한 무명의 바위 또한 이러한 배경을 모르더라도 시루떡을 상상할 수 있을 정도로 그 모양이 닮아있어 예전에는 이 바위에 대한 전설이 있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안내판)
▼ 신선대(성인대)
▼ 신선대에서 바라본 일출
신선대(성인대)를 지나면 상봉을 향해 본격적으로 상승을 시작한다. 미시령의 출입통제를 피해 이곳을 이용하는 대간꾼들이 많은지 등산로도 어느정도 선명하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처럼 찾으면 길은 열려있다...
▼ 내려다 본 신선대(성인대)
숲속 오르막을 오르면 능선을 따라 본격적인 암릉구간이 시작된다. 건너편으로는 금강산으로 이동하다가 설악산에 눌러 앉은 울산바위가 금방이라고 다시 길을 나설것 같고, 그 뒤로는 설악산 대청봉이 하늘과 키를 재고 있다.
▼ 무엇에 반했을까요? ^^
▼ 울산바위 설악산 전경
왼쪽은 까마득한 절벽, 암릉을 따라 공식(?) 대간길을 찾아간다. 건너편을 바라보면 황철봉과 미시령으로 향하는 너덜바위길 그리고 그 아래에는 미시령이 산허리를 휘감아 돌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저 아래 (구)미시령휴게소에서 상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타고 올라와야 하는데 우리는 지금 그 동쪽의 암릉을 타고 있다. 무엇을 위한 대간길인가? 백두대간을 걸으며 우리의 금수강산을 직접 보고 듣고 느끼면서 샘솟는 국토사랑이 오히려 몰상식한 산꾼들로 치부되어 버리는 현실은 옳은 것일까?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단 하나의 명제인 우리의 아름다운 산하를 가꾸고 지키고 그리고 알리기 위해서는 무작정 통제보다는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일테면 개방형 통제...
▼ 황철봉과 미시령
▼ 상봉 방향 암릉 모습
암릉길 중에 작은 바위구멍을 통과해야 한다. 앞선 사람이 베낭과 스틱을 받아주어야 맨몸으로 겨우 빠져나갈 정도의 작은 구멍이다. 홍천 팔봉산의 해산굴 같은 느낌이지만, 하늘로 연결되는 통천문이었으면...
▼ 통천문(?)
▼ 설악산을 다시 한번 되돌아 보고...
화암사에서 출발하여 이렇게 약 4km를 올라오면 등로의 샘터를 만난다. 이곳이 대간길 접속지점이다. 대간길로 따지자면 미시령에서 이곳까지 약 2km 구간을 빼먹고 대신 두배의 거리를 우회하여 온 셈이다. 아쉬움도 있지만 why? 라는 질문이 떠나질 않는다..
▼ 샘터 (대간길 접속)
샘터에서 능선을 따라 올라가면 야트막한 언덕 구릉뒤로 상봉이 다가온다. 상봉까지는 너덜길이다. 너덜길 주변에는 키 작은 잡목과 진달래 나무가 빼곡하다. 5월초, 남쪽지방은 이미 철쭉도 지고 있는데, 이곳은 이제사 진달래가 한창이다. 진달래는 설악산의 모진 풍파를 견디기 위해 키를 낮추고 서로와 엉켜있다. 진달래 꽃의 크기도 다른 곳에 비하여 작다. 하지만 그 색깔은 훨씬 강렬한 진분홍이다. 모진 세파에 겉모습은 찌들어도 그 속에 품고 있는 열정은 오히려 더 단련되는 것이다...
▼ 진행방향으로 바라본 상봉
▼ 상봉방향 너덜길
암릉과 암봉 그리고 진분홍 진달래꽃, 전남 강진의 덕룡산과 주작산, 해남의 달마산의 일부분을 보는 듯 하다. 상봉 주변에는 6.25 전사자 유해발굴 현장이라는 안내판이 몇군데 보인다. 조국을 위해 산화한 님들이 넋이 더 붉게 타오른 것일까...
쉽게(?) 허락되지 않는 상봉, 초대하지 않은 산객들의 방문이 달갑지 않은지 세찬 찬바람이 온 산을 뒤흔들고 있다. 뒤돌아 보면 미시령으로 이어지는 지나온 대간길이, 북쪽을 바라보면 향로봉을 넘어 백두산까지 가야 할 대간길이 우리를 부른다. 가자! 백두까지...
▼ 상봉 (1244m)
▼ 상봉에서 바라본 대청봉(중간 뒤)
▼ 상봉에서 바라본 향로봉(중간 우측)
북동쪽 건너편이 신선봉이다. 손을 뻗으면 잡힐 듯 하지만 그 중간에 있는 크고 작은 암릉과 너덜길 그리고 화암재를 거쳐야 한다. 끊임없이 차게 불어대는 찬바람이 산객들을 산 아래로 몰아낸다...
▼ 상봉에서 바라본 신선봉
▼ 신선봉 방향 등산로
상봉과 신선봉 사이에 화암재가 위치하고 있다. 화암사에서 이곳을 경유하여 상봉이나 신성봉으로 연결되는 접속점이기도 하다. 세찬 바람을 피해 이곳에서 아침식사를 하면서 맨후미로 쳐져있는 OO님을 기다린다. 웬만한 남정네들도 따라갈수 없는 준족의 OO님이 뒤쳐져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 하다. 잠깐 알바를 했다고 한다...
▼ 화암재
▼ 뒤돌아본 상봉(중간 뒤) 방향
신선봉도 크고 작은 바위가 겹겹이 쌓인 암산이다. 이렇게 강한 바람을 버티려 신선봉은 스스로를 무장했는가 보다. 세찬 바람은 온몸을 크게 뒤흔들어 사진을 찍기조차 쉽지 않다. 모자끈을 턱에 단단히 묶었지만 세찬바람에는 속수무책이다. OO형님의 모자가 속절없이 휘잉~ 하늘을 난다....
▼ 신선봉 (1204m)
중국발 황사와 미세먼지 때문에 조망이 시원하지 않고 답답하다. 청명한 날씨라면 저 아래 동해바다가 하늘을 타고 오를텐데...
▼ 신선봉에서 내려다본 백도해변 방향
신선봉을 지난 등로는 대간령을 향해 곤두박질친다. 너덜길을 지나고 헬기장(870봉?)과 숲길을 거쳐 점점 고도를 낮춘다. 고도가 낮아지면서 앞으로 보이는 마산봉은 점점 키가 커지고 내 마음은 비례하여 가라앉고 있다..
▼ 대간령 방향 등산로
▼ 진행방향으로 바라본 병풍바위봉(좌)과 마산봉(중간)
▼ 대간령 (641m, 새이령, 샛령, 신선봉에서 4.2km)
[대간령]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석파령이라고 기록되어 있으며, 대간령, 새이령, 샛령이라고도 부른다. 지리산을 출발하여 신선봉과 마산봉을 연결하는 백두대간의 일부이며 핵심보호구역이다. 이 지역에는 산양, 담비, 수달, 가막딱따구리, 박쥐나무, 정향나무 등 보호해야 될 귀중한 자원의 보고로서 탐방객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곳이다. (안내판)
미시령에서 대간령까지는 현재 비탐구간이며, 대간령에서 마산봉과 진부령까지는 탐방로로 지정되어 있다. 대간령을 지나면 등산로는 마산봉을 향해 다시 솟구친다. 중간에 너덜지대가 있는 암봉(890봉)을 지나고 숲길을 따라 병풍바위(봉)으로 이어진다.
▼ 마산봉 방향 등산로
▼ 뒤돌아본 신선봉(좌)과 상봉(중간 뒤)
이곳도 바람이 세차다. 몸이 휘청인다. 베낭을 벗었더라면 풍선처럼 하늘로 날아올라가지 않았을까 ^^ 너덜지대와 암봉을 지나면 숲길이다. 숲속은 바깥의 세찬바람과는 정반대로 고요하다. 갑자기 외부의 훼방(?)이 없으니 오히려 발걸음이 힘들어진다. 등과 얼굴에는 땀이 흘러내리고... 바람도 없는데 다리는 여전히 흔들린다...
마산봉으로 가기전에 병풍바위(봉)을 지난다. 병풍바위(봉) 아래에서 병풍바위(봉)을 스킵하고 마산봉으로 직접 갈수도 있는 갈림길이 있지만 내 발걸음은 앞서가고 있는 일행들을 자연스럽게 쫒아간다. 병풍바위(봉)는 이름처럼 병풍을 두른 듯한 모습일 텐데 정작 그 꼭대기에서는 진짜 모습을 볼수가 없다. 귀중한 것은 가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멀리 있어도 함께 할수 있는 것이다...
▼ 병풍바위 (1058m, 대간령에서 2.6km)
[병풍바위(1058m)]는 백두대간 마산봉과 대간령(새이령) 사이에 생긴 모습이 바람을 막아주고 마치 병풍을 두른 것처럼 생긴데 유래하여 만들어진 이름이다. 봄이면 주위로 각양각색의 야생화가 피어나고 여름이면 산의 푸름과 상쾌함을 느낄수 있고 병풍바위와 산의 아름다운 조화를 볼 수 있다. 가을에는 형형색색의 단풍과 운해가 산에 끼면 마치 산 전체가 단풍으로 물들어 훨훨 타다가 연기만 뿜어 올리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겨울에는 허리까지 빠지는 많은 눈과 아름다운 설경을 감상할 수 있다. (안내판)
멀리 설악산의 서북능선이 꿈틀대고 있다. 좌측의 귀때기청봉에서 우측으로는 안산까지, 그리고 그 뒤로는 가리봉과 주걱봉이 아스라이 눈길을 채워준다.
▼ 병풍바위에서 바라본 설악산 서북능선
▼ 병풍바위에서 내려다본 흠리 방향
▼ 병풍바위에서 바라본 향로봉(좌)과 마산봉 (펌)
병풍바위(봉)와 마산봉 사이는 봄이 한창이다. 가지각색의 야생화들과 여름의 푸르름이 무르익고... 땅에 머리를 박은채 다리를 허우적대는 나무문어도 한마리 살고 있다. 등로 우측 50m 지점에 '마루금 샘'이 있다는 표시가 있지만 가지고 온 음용수(水)가 충분하므로 그냥 통과~
▼ 마산봉 방향 등산로
백두대간 남한구간중에서 갈수 있는 마지막 산봉우리가 마산봉이다. 물론 민통선 안에 칠절봉과 향로봉이 있지만 군사지역이므로 출입이 통제되는 곳이다. 마산봉은 금강산의 1만2천봉에 속하며 남한쪽에 속하는 다섯개(신선봉, 마산봉, 칠절봉, 향로봉, 둥글봉)의 봉우리 중에서 신성봉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곳이다.
▼ 마산봉 (1052m, 병풍바위에서 1km)
마산봉을 끝으로 백두대간 남한구간의 마지막을 향해 하산한다. 알프스리조트까지는 약 1.9km의 내리막길, 그 다음은 일반도로와 임도를 따라 진부령으로 연결된다.
▼ 알프스리조트 방향 등산로
▼ 마산봉 등산로 입구
▼ 올려다본 마산봉
알프스리조트에서 진부령정상까지는 약 3.9km, 동네길과 임도를 따라 간다. 대간길 마지막길이 대간길 같지 않은 대간길이다...
▼ 진부령정상 방향 대간길
▼ 진행방향으로 바라본 향로봉 (중간)
진부령정상 바로 위에 백두대간종주기념공원이 조성되어있다. 이곳을 거쳐간, 그리고 이곳에서 대간길을 멈춘 수많은 대간산꾼들의 꿈과 열정과 희망과 염원이 담겨있는 곳이다. 기념비는 세우지는 못하지만 내 한켠의 꿈과 염원도 이곳에 남을 것이다...
▼ 백두대간종주기념공원
▼ 진부령정상
[진부령] 높이 530m. 칠절봉(1,172m)과 마산(1,052m) 사이의 안부에 있으며, 오래전부터 관동지방과 영서지방의 중요한 교통로가 되고 있다. 남쪽의 대관령, 북쪽의 추가령과 함께 3대 영으로 불린다. 고개길이는 약 60㎞이다. 이곳에 나 있는 도로는 1981년 국도로 승격되고, 1984년 10월에 2차선으로 확장 및 포장공사가 완료되었다. 고갯길 구비구비에서 바라다보이는 동해의 모습이 장관이며, 이곳에 안개가 감돌아 봉우리를 덮게 되면 대자연의 장엄한 모습이 연출된다. 단풍이 아름답고 겨울에는 강설량이 매우 많다. 흘리 마을에 있는 마산봉 산비탈인 진부령 남쪽 100m 지점에는 특별한 시설이 없어도 훌륭한 스키장의 조건을 갖추었다. 1971년 북설악 스키장으로 개설, 진부령 스키장으로 불리다가 1984년 겨울부터 알프스 스키장으로 이름을 바꾸었으며, 500~1,000m 되는 슬로프 3개와 리프트 시설 등 현대장비가 갖추어져 있다. (다음백과)
▼ 백두대간종주의 마지막 한 컷....
백두대간은 나에게 무엇이었을까? 나는 대간을 걸으며 무엇을 보고 느꼈는가? 무엇을 비우고 또 채웠는가? 지리산에서 진부령까지 지나온 대간길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우연찮게 시작한 백두대간길, 16개월에 걸쳐 730여 km의 백두대간을 완주한 후 나는 나에게 다시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이제는??
졸업 축하 뒷풀이, 술도 익고 정도 익고... 무사히 함께한 백두21기 회원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