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컨(Francis Bacon, 1561-1626)은 『새로운 논리학(Nouvum organum)』에서 정신(마음)의 오류로서 우상(Idola)을 논한다. 이 우상에는 4가지 종류가 있다.
종족의 우상(Idola tribus)은 정신의 자연적 결함으로서, 일종의 나태와 타성에 젖어서 나오는 것이다. 사람들은 점성술과 같은 미신을 좋아한다고 비판한다. 그리고 항성이 원 운동한다고 주장하는 고대천문학의 견해나 그 당시 영국에서 새로 나온 플루드(Robert Fludd)의 카발라(la Cabale)라 같은 거짓과학도 마찬가지이다. 렘프레이트는 인류의 온 종족에게 고유한 것으로서 사람들을 오류로 이끄는 위험한 충동이라 한다. [간단히 말해보면, 지구는 움직이지 않으며, 태양과 항성이 여전히 지구주위를 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동굴의 우상(Idola specus)은 습관의 반복과 정신이 감옥에 갇혀서 받은 교육에서 오는 것이다.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에서 마찬가지이다. 렘프레이트는 어느 정도 각 개인의 특수성에서 오는 오류의 특별한 경향이다. 연구자는 주관적 경향을 버려야 한다. [신체의 오관을 통하여 받아들인 어쩔 수 없는 오류를 지칭 할 것이다. 하늘 가운데 떠있는 해가 지(수)평 위에 지는 해보다 더 멀어 보인다. 또는 스피노자가 착각하는 주체의 경우로 예시한 "지구에서 200보 떨어져 있는 태양"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시장의 우상(Idola fori) 단어가 사물들을 분류하기를 바라지만, 얼마나 단어들이 혼동된 의미를 갖는가를 말한다. 그리고 얼마나 단어들이 실재하지 않는 것에 대응하는가를 말한다. 통속적 언어는 자신의 분류들 자체가 서로서로 대립된다는 것을 지적한다. 렘프레이트는 우리가 언어에 의하여 기만당하기 쉬운 경향을 말한다. 그가 비난한 것은 운명의 여신, 제일질료, 부동의 원동자와 같은 아리스토텔레스 개념이다. [말하자면, 지금까지 실증적 검증없이 사용하는 형이상학의 용어를 배격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언어 상에서 생기는 문제를 덧붙인다. 하나의 단어가 여러 가지로 표현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하늘도 파랗고, 강물도 파랗고, 나뭇잎도 파랗다. 그리고 실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단어들도 있다(일각수, 천마, 인어, 봉황).],
극장의 우상(Idola theatri)이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유명한 철학적 이론의 특권에서 오는 것, 또는 최악의 경우는 소피스트들의 이론에서 오는 경우이다. 또한 과장된 시인에서, 열광하는 신학자에서, '아님말고'라는 식으로 농담하는 자에서 생기는 것이다. 렘프레이트는 사람의 판단을 잘못되게 하고 사람을 편파적인 인물로 만들기 일쑤인 역사적 전통에 충성하게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보기에 철학적 이론의 특수성을 일반성으로 바꾸는 것으로 여긴다. 아버지의 아버지라는 원리로서 무한 소급하여 최고 과거의 아버지를 신으로 만드는 것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요즈음 언론에 대한 세무조사를 음모라고 퍼뜨리는 자들도 이런 맥락에서 보아야 하지 않을까? 음모라는 단어는 쓰는 자에 따라 다르다. 정당함을 거부하는 자들에게 음모라는 단어를 써야하는데, 정당하게 행사하는 자에게 음모라는 말을 쓴다. 이 전자(극우파)가 음모라는 말을 쓰는 것은 자신이 정당하고 또한 정당의 논리적 귀결로서 최고존재를 믿고 있다. 이들에게 자신들의 정당화를 뒷받침 해주는 것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그리고 믿음의 근거로서 최고존재가 외세이든 이들이 믿는 제도를 뒷받침하는 유일신이이든지 간에 자신의 배후는 정당하고, 지금 정당한 세무조사를 하는 자(민주파)들이 자신들을 음해하는 음모를 한다고 한다. 진정으로 음모론이 가면 쓴 권력에 대한 비난이라고 한다면, 그 가면쓴 최고의 권력으로서 신이 바로 가면 쓴 권력이라고 비난해야 한다. 신 존재에 상징성의 가면을 씌워서 의미를 부여하는 상징화 작업도 이 우상에 속하기 때문이다. 결국 극우파의 음모란 단어의 의미를 풀어서 설명하다가 보면, 우파의 논리적 근원인 형상형이상학의 토대 자체를 비난해야 한다. 여기에 대해 지식인은 입다물고 있다. 이미 철학에서 형상의 신이 죽었고(비트겐슈타인도 니체도), 또한 그런 주체 또는 실체라는 개념도 사라진 것인데(맑스), 이 개념을 우상을 타파하지 못하여 이 개념을 건드리면 빨갱이로 몰릴까 몸 사리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나라 철학이 음모의 시궁창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그리고 베이컨은 양식을 모으는 개미처럼 사실들만 끌어 모으는 경험주의자들과 거미가 거미줄을 만드는 것처럼 경험과 관련 없이 끌어내어 이론은 세우는 합리주의자들도 비난한다. 그리고 자신의 방식은 제 3의 방식으로 꿀벌의 방식이라 한다. 벌들은 꽃으로부터 재료를 모으나 자신의 힘으로 변화시키고 소화시킨다고 한다. 그처럼 자신의 학문적 작업도 단순한 경험 자료의 수집에 의한 일반화도 아니며, 그렇다고 천성적 원리가 있어서 거미줄이 나오듯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경험자료를 모아서 소화시켜 새로운 학문의 기틀을 삼고자 한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책제목을 아리스토텔레스 『논리학(Oranon)』에 대립으로서『새로운 논리학(Nouvum organum)』이라 했다.
우리가 베이컨의 우상론을 다시 보는 것은 베이컨의 학문적 작업의 정확성을 보려는 것이 아니다. 어느 시대에나 우상이 있었다. 이 우상이 오늘날 이데올로기라는 측면과 닮은 점이 있다는 것이다. 베이컨의 우상론의 제기는 그 시대를 지배하는 묵시적 협약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을 철학자가 타파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이 시대에 지배 이데올로기가 우상이 되고, 지배에 저항하는 모든 새로운 힘은 마녀의 발상으로 내 몰릴 수 있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사유 행태에 젖어서 현재의 수구 반동의 논리는 자신에 부합하지 않는 사유 행태를 빨갱이로 모는 것과도 유사하다. 그리고 이런 우상론이 학문뿐만이 아니라, 대중의 사유와 행동양식에도 계속해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학문의 경우 사문난적이란 용어가 갖는 힘 때문에 비판 없이 가문과 학벌의 계보 학문의 수용에서(현재의 사학과 문학에서 일본잔재에 대한 비판에 저항하는 (보수적 입장도 아닌) 수구들의 행태를 보라, 그래서 청출어람이 될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