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15/ 가나안 정복을 위해 이스라엘 백성 앞에 보내신다는 왕벌은 무엇인가?
내가 왕벌을 네 앞에 보내리니 그 벌이 히위 족속과 가나안 족속과 헷 족속을 네 앞에서 쫓아내리라(출 23:28)
하나님이 주신다고 하셨지만 가나안 땅은 비어 있는 곳이 아니었다. 거기에는 이미 강력하고 호전적인 일곱 족속이 있었다. 사실, 하나님은 맨 처음 모세를 부르실 때부터 "내가 내려가서 그들을 아름답고 광대한 땅, 젖과 꿀이 흐르는 땅 곧 가나안 족속, 헷 족속, 아모리 족속, 브리스 족속, 히위 족속 여부스 족속의 지방에 데려가려 하노라"(출 3:8)고 하셨다. 사람들은 "아름답고 광대한 땅, 젖과 꿀이 흐르는 땅까지만 기억하지 그다음에 이어지는 내용은 기억하지 못한다. 하나님은 이후 약속의 땅 가나안을 언급할 때마다 그곳에 이 족속들이 있음을 반복하신다(출 3IT: 135 23:23),
이들이 이 땅을 차지하고 있기에 이스라엘이 그 땅을 차지하려면 필연 이들을 물리쳐야만 하였다. 그러나 가나안 정복은 전쟁의 3요소라고 하는 병력, 무기, 전략 면에서 모두 불리한 전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하나님은 출애굽기 23장에서 그들을 물리쳐 주겠다는 약속을 반복하신다. 그런데 그들을 물리치기 위해 백성들 앞서 갈 이 셋을 약속하신다. 그것이 '여호와의 사자', '여호와의 위엄' 그리고 '왕벌'이다. 이 각각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나의 사자가 네 앞서 가서 너를 아모리 사람과 헷 사람과 브리스 사람과 가나안 사람과 히위 사람과 여부스 사람에게로 인도하고 나는 그들을 끊으리니 (23절). 내가 내 위엄을 네 앞서 보내어 너의 이를 곳의 모든 백성을 파하고(27절). 내가 왕벌을 네 앞에 보내리니 그 벌이 히위 족속과 가나안 족속과 헷 족속을 네 앞에서 쫓아내리라(28절).
여호와께서 보내시는 사자는 구약에 나타나신 그리스도이시다. 그는 호렙산 떨기나무 불꽃 가운데서 나타나 모세에게 “너의 선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출 3:2)고 하였다. 그 사자는 출애굽여정이 시작된 이래로 “이스라엘 진 앞에 행하며"(출 14:19) 불기둥과 구름 기둥을 인도하였다. 그는 약속대로 여리고 정복 직전에 여호수아에게 군대장관의 모습으로 나타나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 네가 선 곳은 거룩하니라”(수 5:15)고 명하였다.
하나님의 '위엄'이 앞서간다는 말은 그들이 이스라엘 백성들에 관한 소문을 듣고 두려워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이 약속의 성취는 기생 라합의 말 속에 고스란히 나타나 있다. 그녀는 정탐꾼들에게 "우리가 너희를 심히 두려워하고 이 땅 백성이 다 너희 앞에 간담이 녹으며 "너희의 연고로 사람이 정신을 잃었"(11절)다고 하였다. 또 기브온 거민들은 “당신들을 인하여 우리 생명을 잃을까 심히 두려워"(수 9:24)하였다고 고백하였다.
그러면 가나안 정복을 위해 하나님이 앞서 보낸다는 세 번째 것인 '왕벌'은 과연 무엇인가? '왕벌'에 관한 언급은 여기 처음 언급된 이후로 모세의 고별설교와 여호수아의 고별설교에 다시 언급된다. 모세는 신명기에 기록된 그의 두 번째 고별 설교에서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또 왕벌을 그들 중에 보내어 그들의 남은 자와 너를 피하여 숨은 자를 멸하”(신 7:20) 실 것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여호수아는 그의 마지막 설교에서 출애굽 여정을 회고하며 하나님이 "왕벌을 너희 앞에 보내어 그 아모리족속의 두 왕을 너희 앞에서 쫓아내게 하였나니 너희의 칼이나 너희의 활로써 이같이 한 것이 아니”(수 24:12)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왕벌'은 가나안 정복을 완성하리라는 하나님의 약속을 이룬 중요한 수단이다. 이 '왕벌'의 실체에 대한 세 가지 다른 해석이 있다.
첫째는 실제적인 '벌', 그중에서도 '말벌'로 본다. 문제는 히브리어 찌르아가 세 번의 본문에서 모두 단수로 표현되었다는 점이다. 왕벌 한마리가 가나안 군대를 물리친다는 것은 성립이 되지 않기에 늘 복수 hornets로 번역한다. 그러나 말벌이 두렵기는 하지만 별로 그 강력한 가나안 군병들을 쫓아낸다는 약속은 아무래도 어색하다.
둘째는 이사야 7장 18절이 애굽과 앗시리아를 각각 '파리'와 '별'로 상징한 것처럼 이 '왕벌'도 이스라엘의 가나안 정복에 도움이 된 주변 국가를 상징한다고 보는 것이다. 특히, 이스라엘의 가나안 정복 전에 해마다 가나안을 공격하여 그 정착자들을 괴롭힌 애굽 군대를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결국, 왕벌은 문자적인 왕벌이 아니다. 그것은 마치 왕벌의 독침 공격 같은 침략으로 가나안 백성들을 고통스럽게 한 애굽의 세력이다.
셋째는 이스라엘 군대에 승리를 안겨 주신 하나님의 도우심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왕벌이 진영 내에 경악과 공포를 일으킨 것처럼 하나님의 도우심은 열방들의 진영에 두려움, 공포, 전율 그리고 혼란을 일으켜 전의를 상실케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