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08. 별꽃 새는 건축가다 / 차이진원 글.그림 모든 동물 중에서 둥우리 건축 분야의 일인자는 역시 조류다. P.17 공룡이 조류에게 집 짓는 법을 가르쳐주었을까? 중량 초과를 피하기 위해서 조류는 포유류와는 다른 방식으로 임신한다. 암컷 새는 보통 하루 만에 체내에서 알을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알을 낳고 금세 가벼워진 몸으로 날아오르기 때문에 안전을 위협받지 않는다. 조류의 둥우리 건축 본능은 그들의 조상인 공룡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공룡의 번식 계통은 파충류와 조류의 딱 중간에 속하기 때문이다. 공룡은 한 번에 알을 두 개 낳고(파충류는 한 번에 모든 알을 낳고, 조류는 한 번에 하나씩 알을 낳는다) 얕은 구덩이에 알을 수직으로 세워 배열했는데, 이 구덩이가 바로 둥우리의 원시 형태다. 소수의 악어와 구렁이를 제외하고 일반 파충류에게서는 자식을 돌보는 행동을 찾아볼 수 없다. 과학자들은 공룡에게는 이런 행동이 나타났을 거라고 추측했는데, 이 돌봄이 바로 조류 번식의 큰 특징 중 하나이다. 새 둥우리의 다양성은 새의 종류뿐만 아니라 환경 적응 행동과도 관련이 있다. -둥우리 없는 새와 탁란하는 새 섭금류(도요류와 물떼새류)나 꿩과 조류의 대부분은 움푹 들어간 지면에서만 알을 낳는다. 이들의 새끼는 대개 발달이 빨라서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금세 스스로 먹이를 구한다. 타조, 일부 펭귄, 바다오리, 유라시아의 두견(접동새), 검은머리오리, 다수의 쏙독새, 흰제비갈매기 등은 모두 둥우리를 짓지 않거나 탁란 조류다. 바다오리는 노출된 암석에다 직접 원뿔형 알을 낳는다. 대다수 쏙독새들은 지면에 알을 낳은 뒤 마른 나뭇가지나 낙엽으로 덮는다. 흰제비갈매기는 수평으로 난 민둥한 나뭇가지에 알을 낳는다. 황제 펭귄은 알을 발 위에 놓고, 복부로 덮고 부화될 때까지 품는다. 두견과의 뻐꾸기 중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에 분포하는 60여종은 탁란을 하지만 미국에 사는 뻐꾸기는 스스로 둥우리를 짓는다. 두견은 어떻게 탁란을 하는 것일까? 알을 낳기 전에 암컷 두견은 우거진 숲 윗부분의 은폐된 곳에 잠복하면서 기생하기 적합한 둥우리 관찰, 둥우리를 정하면 목표물에 접근, 작은 매처럼 보이는 두견의 모습에 숙주가 놀라 달아난 사이 암컷 두견은 잽싸게 둥우리에 알 하나를 낳는다. 이 모든 과정이 10초도 채 안 걸린다. 두견의 새끼는 대개 숙주의 새끼들보다 하루 이틀 정도 일찍 부화하고 본능적으로 등을 이용해 숙주의 알이나 새끼를 둥우리 밖으로 밀어낸다. 벌꿀길잡이새는 구멍 안에 둥우리를 짓는 새들을 찾아 기생한다. 새끼는 부리 끝에 날카로운 갈고리가 나 있어 숙주의 새끼를 찔러 죽이고 시간이 지나면 이 갈고리는 저절로 떨어진다. 기생 조류 어미는 자기 알을 숙주가 낳은 알의 무늬와 비슷하게 만들고, 새끼는 숙주의 새끼가 먹이를 찾을 때 내는 소리를 흉내 낸다. 숙주는 기생 조류를 쫓아내기도 하고 좀 더 은밀한 곳에 둥우리를 짓는다. 기생 조류의 알이라는 걸 알아차리면 그 알을 둥우리 밖으로 차내거나 둥우리를 버리고 다른 곳에 가서 다시 짓는다. 북미에 서식하는 회색비레오새는 기생당했다는 걸 발견하면 즉시 둥우리를 못 쓰게 만든 후 근처에 새 둥우리를 틀 장소를 물색한 뒤 예전 둥우리를 분해해서 새 둥우리를 짓는다. -바느질에 능한 재봉사 : 재봉새 암컷 재봉새는 짝짓기를 한 후 잎을 꿰매 둥우리 짓는 작업을 도맡는다. 신선한 잎사귀 한두 개를 선택하고 발로 잎 가장자리를 잡아 둥글게 만다. 그리고 구부러진 뾰족한 부리를 바늘 삼아 잎 가장자리에 구멍을 뚫는다. 구해온 식물섬유와 거미줄을 구멍 사이로 통과시킨 뒤, 실 끝부분을 공 모양으로 처리한다. 잎을 주머니 모양으로 꿰매고, 그 안에 가느다란 풀과 솜털을 채워넣는다. 신선한 잎은 위장 효과도 있고 잎 표면의 왁스나 솜털 덕분에 빗물을 막을 수도 있다. -뜨개질 장인의 재료학 : 베짜는새, 오로펜돌라, 카시케, 스윈호오목눈이, 흰허리핀치, 벌새, 동박새 베짜는새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열대지역에 분포, 둥우리는 보통 수컷이 착공, 화본과(볏과와 댓과) 식물이나 종려나무 잎을 쓴다, 먼저 부리로 잎 가장자리의 한쪽 끝을 물고 위쪽으로 날아오르는데 그러면 풀잎이 가늘고 긴 형태로 찢어진다. 나무 꼭대기로 가서 가늘게 잘린 잎을 둘둘 감아 매듭을 짓는다. 둥우리를 매달 지점을 정한 뒤, 첫 번째 원을 그리며 뜨개질을 시작, 그 고리에 날줄과 씨줄을 엮어 확장. 고리와 고리가 연결되면 입구가 아래쪽을 향하는 원형 둥우리 형태가 갖추어진다. 암컷이 싫어하면 둥우리를 허물고 다시 지어야 한다. 둥우리가 마음에 들면 암컷은 풀잎을 물어와 둥우리 안에 깔고 짝짓기 한 후 함께 둥우리 재료를 보충하고 구조를 강화한다. 오로펜돌라는 강가나 드넓은 임지에 있는 거묵에 무리를 지어 둥우리를 짓는다. 가늘고 긴 식물섬유를 이용해 둥우리를 지으며 둥우리 길이는 약 60~180cm로 가운데가 굵고 양끝으로 갈수록 가늘어지는 방추 모양이고 입구는 위쪽을 향한다. 스윈호오목눈이는 나뭇가지의 갈라진 부분에 양말 모양의 둥우리를 짓는다. 둥우리 위치 선정한 뒤 식물의 잎과 줄기로 나무의 맨 꼭대기 줄기에 매듭을 짓는다. 그 다음 나무껍질 섬유, 동물 털, 잔뿌리를 엮어서 아래로 늘어뜨린 줄을 만들고 그 줄로 나뭇가지를 칭칭 감아 고리를 여럿 만들고 고리와 고리 사이에 풀줄기, 잔가지, 양털을 엮어서 양말 모양의 둥우리를 완성, 둥우리 바깥쪽은 거미줄을 써서 보강, 안쪽에는 부드러운 재료를 깔아둔다. 흰허리핀치는 체구에 비해 둥우리는 상대적으로 크다. 둥우리 재료는 볏과 식물, 양치식물의 잎이나 현지에서 조달한 식물로 구성된다. 일단 원형 틀을 세우고 바깥쪽을 채워 나간다. 몸으로 살짝 압력을 가해 주된 구조를 완성한 다음, 목화나 볏과 식물의 보송보송한 솜털 등을 안에 댄다. 5~6일이면 완성되고 입구는 측면에 위치, 탈출하기 좋도록 입구가 2개인 둥우리도 있다. 동박새는 다양한 장소에 둥우리를 지을 수 있는데 가시 가득한 부겐빌레아의 나뭇가지와 잎 사이에도 짓는다. 거미줄로 둥우리를 짓는 데 능하다. -‘콘크리트’를 잘 활용하는 미장이 : 제비, 사도조, 홍학, 등붉은아궁이새 제비와 귀제비는 암컷과 수컷이 함께 둥우리를 짓는다. 진흙 저지대를 찾아 보통 아침에는 둥우리를 짓고 오후에는 먹이를 찾는다. 진흙이 마르지 않으면 계속 둥우리의 부피가 커져서 중량 초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제비 한 쌍은 200~300개의 진흙알를 가져와 약 일주일 정도 거려 입구가 위를 향해 있는 대접 모양의 둥우리를 지을 수 있고, 귀제비는 약 300~400개 정도 필요하고 10~12일 정도 시간을 들여야 입구가 가로 방향으로 나 있고 목이 긴 병 모양의 둥우리를 완성한다. 갈색목제비는 모래 해안에 깊이 약 80~100m의 땅굴 둥우리를 짓고 가장 깊은 곳에 식물 줄기와 잎을 대고 그 위에 깃털을 깔아 산실을 만든다. 사도조와 흰날개까마귀는 단체 행동과 공동 번식을 하기로 유명하다. 둥우리를 만들 때는 모든 구성원이 동참하여 평평한 나뭇가지에 위치 선정하고 물어온 진흙을 풀줄기와 함께 섞어서 자기 몸을 중심으로 주변을 한 바퀴 칠한다. 다른 구성원이 똑같이 행동을 반복, 사발 모양 흙 둥우리가 3~4일 후 완성. 모든 암컷 성조들이 같은 둥우리에 알을 낳고 부화시키는 작업은 성조가 맡고, 경험이 없는 아성조는 경비를 책임, 새끼가 부화하면 모든 구성원이 공동으로 새끼를 키운다. 홍학은 지면에 둥우리를 짓는다. 짝짓기 후 미리 점찍어둔 자리에 6주 동안 구부러진 부리로 진흙을 조금씩 쌓아 원뿔 모양의 화산을 닮은 둥우리를 만든다. 높이 30cm, 움푹 들어간 둥우리 지붕 안에 알을 낳고 번식 용도로만 사용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