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명리 둘레길에서 뱀을 만나다
이흥근
평일인데 어판장에 사람들이 많다. 대명 앞바다에서 잡아 온 게와 새우 그리고 생선들을 구경하고 김포 순무와 귤, 밤 등 각종 농산물을 둘러보았다. 해안 길을 따라 어머니 묘소 쪽으로 갔다. 보라색 들꽃이 바람에 흔들리며 인사한다. 때 늦은 장미꽃이 화려하다.
바다에 기러기와 물오리가 무리를 지어 앉아 있다가 푸른 하늘을 향해 날아간다. 둘레길 산 밑에 나뭇잎이 붉게 물들어 낙엽으로 마지막 여행을 하며 땅으로 천천히 내려 앉는다.
의자가 있는 곳에 앉아 물과 음료수, 귤을 먹었다. 십리길을 걸어 가족 묘소에 갔다. 추석 때 벌초했다. 쑥이 군데군데 무리를 지어 파랗게 자랐다. 일부를 뽑았다. 뿌리가 깊숙이 있어 잘 뽑히지 않는다. 과일과 음료수를 놓고 절을 하고 잔디에 앉아 과일과 음료수를 먹었다. 갈매기가 날아가고 바닷바람이 얼굴을 스치니 시원하다. 풀 벌레 소리가 가을 정취를 느끼게 한다.
가방에 둔 아내 휴대 전화가 걸어가는데 울렸다. 받으려고 하는데 길옆 바로 인근에 독사가 주리를 틀고 나를 향해 머리를 들고 노려보고 있다. 소름이 돋는다. 잠시 스틱을 잡고 주춤하며 조용히 지나갔다. 휴대 전화가 울리지 않고 모르고 지나쳐, 나도 모르게 뱀을 건드렸으면 물렸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아찔하다.
결혼 전에 대곶면 들판 잔디밭에 앉다가 뱀이 주리를 틀고 있어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면 엉덩이를 물렸는지 모르겠다.
지구상에 3천 종의 뱀이 있다고 한다. 독을 가진 6백여 종 가운데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맹독을 가진 뱀이 2백 종이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사냥할 때만 독을 쓰지 사람과 다른 동물을 괴롭히기 위해 쓰지는 않는다. 큰 먹이를 삼키면 소화될 때까지 한 달 이상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먹이를 통째로 삼킬 수 있는 자유자재로 벌어지는 아래턱 덕분이다. 위턱과 아래턱은 필요에 따라 연결을 풀 수 있어서 머리 넓이보다 세 배나 큰 동물도 삼킬 수 있다.
뱀의 아래턱이 감각 기관의 구실도 하는데, 동물이 움직이면 진동을 감지해 사냥감이나 적이 가까이 있음을 알아챈다. 뺌은 시력이 좋지 않아 눈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 대신 피트 기관이라 불리는 제3의 눈을 통해 적외선으로 대상의 체온을 본다. 덕분에 뱀은 밤낮 가리지 않고 사냥감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아울러 둘로 갈라 진 혀를 허공에 휘둘러 냄새, 습도, 온도를 감지한다. 뱀의 혀는 감각 기관이다. 혀가 두 갈래인 이유는 외부의 정보를 더 섬세하게 감지하기 위해서다.
뱀이 가진 능력 중 가장 신기하고 부러운 것은 허물 벗기다. 뱀은 알에서 깨어난 후 죽을 때까지 주기적으로 허물을 벗는다. 뱀의 피부는 포유류와 달리 나이가 들어도 그 면적이 늘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오래된 피부를 찢고 더 커진 몸을 스스로 끄집어낸다. 허물을 벗을 때가 되면 2주 동안 색이 탁해진다. 상처와 기생충을 없애는 방법이 바로 피부를 버리는 것이다. 야외에 나갈 때는 뱀과 야생동물에게 물리지 않게 등산화나 발목이 긴 단화를 신어야 한다. 잔잔한 파도 위로 갈매기와 오리가 무리를 지어 날아간다. 시원한 바람이 볼을 스치고 풀벌레와 새들이 노래한다. 가족 묘소에 절을 했다. 살아생전에 가족을 만난 것 같이 어린 시절이 생각나고 기분이 좋다. 세 시간 걸어 피곤하지만, 마음은 솜털처럼 가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