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하는 속담이 있다.
연기 난다.
요새는 불을 때지 않아도 연기를 뿜는 굴뚝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있다.
다만 연기를 뿜어낼 굴뚝이 있는 집이 있는지가 문제일 뿐..
하지만 저 속담이 나올 때는 불을 때야만 연기가 나는 시대였기에..
언덕 넘어 연기가 보이면 가서 확인을 하지 않더라도 어느 집에서 불을 때고 있다는 걸 안다는 것.
그런 것처럼 불교가 어떻게 시작될 수 있는지.. 불교의 출발을 바라보고 걷다 보면 만나는 마지막 지점이
'이것이 있으면 저것이 있고, 이것이 생기면 저것이 생긴다. 이것이 없으면 저것이 없고, 이것이 멸하면 저것이 멸한다'는
연기법인데.. 그것도 연기 공식이 아니라..
무명에서 시작하는 12연기법이 보인다.
"뭔 소리야, 12연기법은 연기 공식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것이니.. 불교는 12연기법 근거인 연기공식[인연법]이 우선이잖아!"
하고 싶지만..
12연기법을 역관으로 살펴볼 때 쉽게 넘어가지지 않는 고비를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결코
부처님은 세상에 나올 수 없었구나.. 하게 된다.
그런 고비 가운데 고비는 역시 "식은 무엇을 연해 있는가?." 하는 것이다.
최고의 철학인 우파니샤드 조차도 "식은 명색을 낳는다"는 "부라흐마에서 만물이 생긴다"는 것에서 시작하니..
식은 브라만으로 존재화 되어 아트만을 포함한 세상을 낳는 것이라 했다.
그런데 창조신인 브라흐마를 인정하지 않는 석가 수행자는 식이 일어나는 원인을 무명이라 하여..
"무명을 연해 행이 일어나고, 행을 연해 식이 일어난다"고 했다.
앎이라는 일체가 일어나도록 하는 무명은 유일신이거나 아니면 모든 신들의 신인 최고 신인가?.
아니다. 어떤 권위도 없는 어두우면 잘 보이지 않아 잘 모르듯.. 그런 무명인 무지다.
그러기에 무명은 일체 존재를 생기게 하는 근본 원소가 아니다.
무명은 물질인 존재가 아니라 비물질인 마음 작용이다.
그러기에 불교는 신이 중심인 종교가 아니고, 물질 존재를 근본으로 하는 과학도 아니다.
불교는 지금 여기에 있는 괴로움은 마음 가운데 잘 모른다는 무명에서 시작해 생기니..
그런 마음에 생긴 일체 괴로움을 멸하려면 무명을 멸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불교는 무명에서 시작하는 12연기법이 근본이라 했는데..
그것과 일체는 12처에서 생긴다는 것은 어떤 관계인가?.
불교는 마음에 생긴 무명에서 시작해 괴로움을 멸하는 가르침이다.
이때 우리 자신에게 생기는 괴로움은 외부와 접촉해서 생기는 게 대부분이 아닌가..
그렇게 외부 조건이 원인이 되어 주체에 생기는 결과가 괴로움이라면.. 외부 조건은 무시하고 주체를 이루는 마음 공부만 해서 괴로움을 멸한다는 게 가능할까..
불가. 임파시블이다.
그것은 마치 한강에 들어오는 지류는 그냥 두고 한강물을 다 퍼낸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
어떻게 하면 한강물을 다 퍼낼 수 있을까?.
먼저 지류를 막아 더 이상 한강에 물의 유입을 막고.. 그 후에 한강물을 퍼내야만 다 퍼낼 수 있다.
우리는 내부에 있는 6근과 외부에 있는 6경의 접촉으로 인식이 생기는 것으로 아는데..
외부에 있는 6경은 그냥 두고.. 6근만 닦아 일체 괴로움을 없앨 수 있다고 하면..
한강에 들어오는 지류를 그냥 두고 한강물을 모두 퍼내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한강물을 다 퍼냈다 해도.. 계속 들어오는 지류를 쉬지 않고 퍼내야만 할 것이다.
계속 들어오는 지류를 퍼내야 한다는 것은 부처가 된 후에도 쉬지 않고 수행을 해야만 한다는 것으로..
결국 살아서는 오로지 수행만 그러다 몸이 죽어야만 완전한 해탈이 될 수 있다는 게 아닌가.
그런 주장을 하는 게 자이나교다.
석가 수행자가 고행을 6년이 지나도록 멈추지 못한 게 그 때문이었다.
살아서 괴로움을 완전히 멸한다는 것은.. 외부에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6경이 있는 한 임파시블인 것이다.
일체 괴로움을 없애려면 6근은 물론 6경 역시 마음대로 콘트롤할 수 있는 것이 되어야만 한다.
그렇다면 색성향미촉법인 6경은 분명 외부에 있는 것으로 마음으로 콘트롤하기에는 불가능한 것인가?.
12연기법을 보면..
느낌[수]은 내부에 있는 6입처와 외부에 있는 것처럼 있는 6외입처인 6처의 접촉으로 생긴다.
그리고 6처는 명색에서 생긴다고 했는데.. 여기서 명색을 깊이 새겨보면
명색은 6내입처와 6외입처가 함께 있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런 6내입처와 6외입처 작용을 간단히 설명한 게 <잡. 319. 일체경>이요,
자세히 설명한 것이 12처설로.. <잡. 214경>에 설해진 것이다.
그리고 식을 연해 명색이 생긴다[식연명색]는 것은 괴로움이 생기는 순서르 보여주는 것이고,
명색을 연해 식이 생긴다[명색연식]는 것은 12연기가 고리가 되어 돈다는 것으로 식[괴로움]의 증장을 설명하는 것이다.
이렇게 외부에 있는 줄만 알았던 6경이 실은 2법6쌍의 6외입처로 마음에서 일어난 것임을 깨달았기에..
그 깨달음을 바탕으로 수행하여 12처멸을 깨치니..
드디어 무명을 멸하고 부처님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앞의 설명을 다시 살펴보면..
6경이라 하듯 주체와 관계없이 존재하는 줄 알았던 대상이
실은 6내입처, 6외입처 하듯.. 2법6쌍인 마음에 생긴 12처에 의해 생기는 것임을 관찰한 것이다.
즉 주체인 나와 나와 관계없이 외부에 있는 것으로만 알았던 대상인 세계가 실은..
마음에 생긴 12처 가운데 6외입처가 외부로 투사되어 존재화[6경]가 되어
일체 세계로 펼쳐지는 것임을 관찰한 것이다.
그 말은 외부에는 주체와 관계없이 존재하고 있는 물자체가 있는데..
마음에 생긴 6외입처를 물자체에 투사하여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서 물론 쉬운 일은 아니지만..
물자체와 관계없이 존재로 인식토록 하는 마음에 일어난 6외입처를 멸해
일체 괴로움을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열린 게 된다.
여기에 이르면 또 의심이 있으리라.
그래도 순수 물자체에 의한 영향이 있지 않는가? 하는
그에 대해 일차 화살을 맞아도 이차 화살은 맞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우리가 바르게 알 수 없지만 존재하는 물자체는 무상하기에 무아이다.
팔이 칼에 베이면 고통이 있다. 그 고통을 일차 화살에 맞은 것이라고 한다.
그럴 경우 이제 나는 칼에 베였으니 파상풍과 같은 병에 결려 죽지 않을까?. 하는 식으로 생각을 굴려 공포를 느낄 수 있는데..
그런 이차 화살은 맞지 말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번 2024 파리 올림픽을 보며 대한민국이 5개 정도 금메달 딸 것을 예상하던 우리는 초반부터 5개가 넘는 금메달 소식에 기쁨이 배가 되고 있는데..
배드민턴 안세영 선수가 금메달을 따면서 쏴 올린 공으로 배드민턴 협회의 무자비를..
대한민국 스포츠 협회장의 무법을..
대한민국 스포츠의 현실을..
눈 밝은 이라면..
20대 젊은 안세영 선수와 평범한 그녀 가족에 대한 무도하고 잔인한 배민 협회장 태도를 보면서..
대한민국 정부의 민낯을 보고 있으리라.
여기서 물자체는 무엇인가?.
안세영 선수가 금메달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그 사실에는 어떤 가치도 물론 선악이 없다.
그런데 우리는 금메달 가치로 환호를 했고,
금메달의 그늘인 한국 스포츠 소위 협회장이라 불리는 자들의 껄떡거리는 탐욕을 보았다.
괴로움의 대부분은 금메달에서 생기는 게 아닌.. 그로 말미암은 인간들의 탐욕이란 추함에서 생긴다.
우리의 분노는 배민 협회장의 잔인함을 통해 보통 인간을 인간도 아닌 저들의 소모품으로만 취급하는 권력을 가진 자들의 횡포를 보며 생긴다.
이렇게 분노나 괴로움 6근인 우리가 금메달인 6경을 만나서 생기는 게 아니라..
마음에서 일어난 2법6쌍이 만날 때 탐욕이 간섭하여 생긴다.
240. 취경(取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비사리의 미후지 곁에 있는 2층 강당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취해지는 법과 취하는 법에 대하여 설명하리라. 어떤 것이 취해지는 법인가? 안과 색·이와 성·비와 향·설과 미·신과 촉·의와 법이니, 이것을 취해지는 법이라고 하느니라.
어떤 것이 취하는 법인가? 욕망과 탐욕을 이르는 말이니, 이것을 취하는 법이라고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경쟁 사회에서는..
비기지 않으면 이긴 자와 진 자가 나온다. 이긴 자에게 주는 게 금메달이고, 진 자에게 주는 게 은메달이다.
그뿐이다.
거기에 무슨 기쁨이나 낙담이 있는가..
그럼에도 우리는 금메달은 수 억원이요, 은메달은 수 백만원일 뿐이라며 가치를 달리 하여 기쁨이나 한숨을 조작한다.
조작은 메달인 물자체로 하는 게 아니라..
마음 안에 들어온 메달의 가치를 임으로 매겨 하고 있을 뿐이다.
그 설명을 가상 공간인 마음에서 12처인 2법6쌍이 일어나 접촉할 때 탐욕이 간섭하여 기뻐하거나 분노하니..
괴로움이 생긴다고 한 것이다.
생각해 보면 물자체인 금메달, 은메달, 동메달 무슨 차이가 있는가..
금이 은이나 동보다 좋고, 은이 금보다 나쁘다는 것은.. 사람들의 의지요 가치일 뿐이다.
의지와 가치는 세간인 사회 생활의 바탕이 되므로 아주 중요하지만 그런 사회를 떠난 출세간에서는
황금 보기를 돌같이 보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석가세존은 12연기법을 4성제로 정리해..
마음에서 일어나는 무명을 관찰하고, 무명을 멸해야 한다고 가르쳤는데..
그 핵심은 마음을 연해 생긴 12처인 2법6쌍이 중심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