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드로우소에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20킬로
마지막 날까지 날씨는 최상의 컨디션으로 우리를 이끈다.
걷는 순간에는 구름으로 해를 가려 주고 다 걷고난 후엔 비를 뿌려 땅을 진정시켜준다.
마지막 걸음을 걷는 날
오늘은 산티아고 입성이다.
새삼 가슴이 설레인다.
정오 미사를 위해 새벽 5시 40분경 길을 나섰다.
사위가 캄캄하다.
손전등에 의지해 걷는데 제대로 가고 있는지 불안하다.
앞서가는 순례객의 불빛이 보인다. 안심. 다들 참 부지런하다.
길은 역시 잘 다듬어져 있다. 숲과 숲을 이은 길.
성당이 보이는 바르에 앉아 토스타다와 카페콘레체로 아침을 먹는데 독일인 부부가 보인다.
반갑게 인사하는데 이번에도 파라도르? 하고 묻는다.
노 파라도르 라고 답하니 무척 아쉬운 표정으로 발을 동동거리며 파라도르 파라도르 한다.
그녀의 모습이 사랑스러워 보인다.
두 사람도 우리와의 만남을 소중히 생각하고 있었나 보다.
4킬로쯤 남기고 찻길로 접어 든다. 하지만 도시로 향하는 어쩔 수 없는 선택.
앞서 가는 강이 말이 없어진다. 내내 곁을 지켰던 강. 이런 저런 얘기들로 늘 힘을 북돋아 주었는데..
혼자이고 싶은걸까
등이 시려 보인다. 덩달아 침울해진다.
내처 걸은 피곤한 발걸음.
결국 산티아고 성당에 접어 들었다.
다양한 표정과 모양새로 많은 사람들이 여정을 축하하고 있다.
갑자기 허탈하다.
이게 뭐라고 그 먼 길을..
12시 성당 미사를 드린다.
알아 들을 순 없지만 무사히 도착했음을 감사드리고 성찬식도 참여하고 향로의식도 보았다.
진짜 끝난건가 실감이 나질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새록새록 그리워지겠지.
완주증을 받으러 순례자 사무실로 향했다.
도움을 받아 손으로 들어온 증명서
비록 종이 한 장이지만 35일간 800킬로의 여정이 모두 담겨 있다.
건강하게 걸을 수 있도록 해 주심에 감사함, 만족스러움, 기쁨, 여유로움, 행복감이 찾아든다.
참 잘 걸었다. 우리 둘.
토닥토닥, 잘했어.
2시 점심 예약 누마루
두루치기, 비빔밥 에피타이저 튀김
약 40여일만에 만난 제대로 된 한식
너무 맛있다. 허겁지겁 먹다 여기 저기 흘린다.
한식에 대한 그리움을 모두 쏟아냈다.
숙소가 넘 이쁘다.
심사숙고해 로맨틱한 곳을 골랐다더니 정말 사랑스럽다.
3일 동안 묵게 될 곳.
정원이 잘 가꾸어져 있고 바깥 풍경이 시원하다. 선물이다.
단잠을 잘 수 있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