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온파(穩婆)
산부(産婦)의 분만(:盆)이 임박(:臨)하면 반드시 자연스럽게 기다려야지(:聽), 분만을 재촉(:催逼)하면 마땅하지 않다. 또 그 신지(神志)를 편안(:安)하게 하여야 하지, 당황(:驚慌)하면 안 된다. 꽃(:花)이 성숙(:熟)하고 꼭지(:蒂 과실이 줄기에 달리는 곳)가 원숙(:圓)하기를 줄곧 기다리면(:直待) 저절로 떨어지게(:落) 된다.
따라서 산파(:穩婆)를 쓰려면 반드시 노성(老成: 노련하고 성숙되다)하고 충후(忠厚: 충직하고 온후하다)한 자를 택하여 미리 먼저 부탁(:囑)하여야 한다. 분만(:盆)의 임박(:臨)에 이르면 조용(:從容 침착하여 덤비지 않는다)하게 하고 진정(鎭靜)하도록 힘써야(:務) 하는 것이니, 재촉(催逼)하는 법(法)을 쓰면 안 된다.
내가 예전에 어떤 산파(:穩婆)가 쓸데없이 분주하고(:忙冗) 성급(性急)한 경우를 보았느니라. 이쪽을 돌보다(:顧) 저쪽을 잃을까(:失) 염려(:恐)하므로 인하여, 억지로 시탕(試湯: 미리 양수가 나오다)하도록 힘쓰고, 또 나눠지게(:分) 하고 잡아당기고(:掐) 억지로 내려오게(:逼下) 하므로 인하여 대부분 두신(頭身)이 순조롭지(:順) 못하였으니, 수족(手足)이 먼저 나오거나 옆(:橫)으로 나오거나 거꾸로(:倒) 나와 그 해(害)가 적지 않았다.
만약 요긴한(:緊) 진통(:陣)이 아니면 손을 대면(:動手) 안 되니, 이것을 반드시 기억(:記)할지로다! 반드시 기억(:記)할지로다! 또 아기(:生)의 호흡(:息)이 불순(不順)하거나, 쌍태(雙胎)이어서 나오지(:下) 않는 경우의 종류(類)이면 단지 마땅히 온밀(穩密: 침착하고 은밀하다)하게 안위(安慰: 평안하도록 권면하고 위로하다)하도록 하여야 하니, 산모(産母)가 들어서 알게(:聞知) 하면 안 된다. 공경(恐驚: 두려워하고 겁내다)하면 기(氣)가 산(散)하여 아기(:生)를 낳기(:下)가 더 어렵게 된다.
또 예전에 속이는 것(:詭)을 좋아하는 어떤 산파(:婦)도 보았느니라. 겁내거나(:哼) 놀라는(:訝) 소리(:聲)를 내거나, 가벼운 일(:輕事)에도 크게 부풀려서(:重報) 자기의 능력(:能)을 과시하며(:顯) 그 보수(:酬謝)를 도모(:圖)하였다. 이로 인하여 산부(産婦)가 놀라고(:驚) 의구심(:疑)을 갖게 되어 그 해(害)가 특히 적지(:細) 않았으니, 극(極)히 이를 삼가야 한다.
입재(立齋)가 의안([醫按])에서 어떤 산파(:穩婆) 이야기를 기록(:載)하면서 이르기를 "어떤 여자가 분만(分娩)할 때, 마침 거리를 순찰하던(:巡街) 시어(侍御: 임금을 모시는 관리)가 명령하면서(:行牌) 산파에게 이르기를 '내실(內室)의 분만(分娩)을 보게 하라.' 하였다. 그러자 그 여자가 이로 인하여 놀라서(:驚嚇) 출산(産)하지도 못하고 죽었다.
그 후에 시어(侍御)를 또 보았는데 다시 위엄 있는(:威) 얼굴로 (분만하는 것을 보게) 명령(:吩咐)하였다. 산모(産母)에게 같이 가서 보았는데, 태(胎)는 이미 순(順)한 것 같았는데 단지 그 두(頭)가 한 쪽(:一邊)으로 치우쳐져(:偏) 있었다. 이 때 만약 손을 넣어 바르게 잡았더라면(:推) 순(順)한 출생(:生)을 보장(:保)할 수 있었는데, 관리의 위엄(:威)이 두려워(:畏) 감히 손(:手)을 쓰지도(:施) 못하였다. 단지 보고(:回稟)하며 이르기를 '이는 천(天)이 생(生)하고 천(天)이 화(化)하는 것이지, 인력(人力)으로 할 수 있는 바가 아니다. 이로 인하여 자모(子母)를 모두 구(救)할 수 없었다.' 하였을 뿐이다.
이로 보건대 출산(:産)할 때는 당연히 자연스럽게 정진(靜鎭: 조용하고 진정하다)하여야 하지, 그 동안(:間) 조금(:一毫)이라도 경공(驚恐)하거나 의외(疑畏)하여 혼란스럽게(:混)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