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13/ 해가 멈추어 낮이 길어지다니
여호와께서 아모리 사람을 이스라엘 자손에게 넘겨주시던 날에 여호수아가 여호와께 아뢰어 이스라엘의 목전에서 이르되 태양아 너는 기브온 위에 머무르라 달아 너도 아얄론 골짜기에서 그리할지어다 하매 태양이 머물고 달이 멈추기를 백성이 그 대적에게 원수를 갚기까지 하였느니라야살의 책에 태양이 중천에 머물러서 거의 종일토록 속히 내려가지 아니하였다고 기록되지 아니하였느냐(수 10:12~13)
기브온 사람들의 투항은 가나안 왕들을 분노케 하기에 충분하였다. 그들은 이스라엘과 싸우기 전에 먼저 배신자를 처단하기 위해 뭉친다. 앞장선 이는 예루살렘 왕 아도니세덱이다. "우리가 기브온을 치자"(5절)는 그의 말에 다른 네 왕이 호응하였다. 다급한 기브온이 길갈 진으로 사람을 보내어 "속히 우리에게 올라와 우리를 구하소서”(6절)라고 원병을 청한다. 이에 여호수아는 군사들을 이끌고 야간 행군을 감행하여 가나안 다섯 왕을 기습 공격하여 크게 살육한다. 그런데 시간이 모자란다. 이에 여호수아는 여호와께 기도하고 태양과 달에게 머물라고 명령한다. 그러자 "태양이 머물고 달이 멈추기를 백성이 그 대적에게 원수를 갚기까지"(13절) 한다. 성경에 기록된 수많은 이적 기사 중에 이 사건보다 범위가 더 큰 기적은 없을 것이다. 본문 자체가 이 사건에 대해 "이 같은 날은 전에도 없었고 후에도 없었"(14절)다고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우주에서 두 개의 천체계만 멈출 수 있는가? 자전과 공전으로 정확한 궤도를 따라 움직이는 천체계의 운행이 멈추면 모든 것이 뒤죽박죽되고 말았을 것이다. 이 기사를 어떻게 합리적으로 이해해야 하는가?
이 기사의 해석과 관련되어 떠도는 확인되지 않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 미국의 우주 개발 과학자들의 모임인 해롤드 힐(Harold Hill) 연구팀이 인공위성의 궤도를 작성하기 위하여 전자계산기로 지구 역사를 거슬러 올라 태양과 달의 궤도 진행을 살피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들은 태양과 달의 궤도에서 과거에 꼭 24시간이 없어진 것을 발견하였다. 과학자들은 아무리 계산을 해 보아도 도저히 알 길이 없었다. 이에 그들은 하버드 연구소의 피커링(Pickering)의 제안으로 성경에 기록된 여호수아 시대로 계산기를 돌려 조사한 결과 정확히 23시간 20분 동안 궤도가 정지했었던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나 아직도 40분의 차이가 있었다. 이에 그들은 다시 열왕기하 20장 8~10절에 기록된 해 그림자가 10도 뒤로 물러간 사실에서 답을 찾는다. 10도는 시간으로 계산하면 40분이다. 이로써 그들은 태양과 달의 궤도 진행에서 없어진 하루를 규명하게 되었다고 한다. 예일대학의 토튼(Totten)도 이 결론에 동의하였다고 한다.
이 기사에 대한 해석은 매우 다양하다. (1) 실제로 지구의 자전이 늦어져 낮이 길어졌다는 견해, (2) 태양의 일식 현상으로 보는 견해, (3) 태양과 달은 정상적으로 운행되었고 다만 태양 빛이 굴절되었을 뿐이라는 견해, (4) 태양열 때문에 싸우기 힘든 이스라엘을 위해 태양이 빛을 비추지 못하도록 구름으로 가렸다는 견해, (5) 길어진 것은 빛이 아니라 야간 행군으로 감행한 기습 공격이 마무리되도록 폭풍을 동원하여 어두움이 길어지게 하였다는 견해, (6) 이스라엘이 그날 하루에 이틀 분량의 일을 하였기에 그날이 초자연적으로 길어진 듯 느껴졌다는 견해, (7)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도움으로 하루 동안 싸울 것을 반나절에 마쳤다는 시적 표현이라는 견해, (8) 이스라엘의 민족성을 고취시키기 위한 전설이나 신화라는 견해 둥둥이다.
분명한 것은 본문의 '태양이 머물고 달도 그러했다는 기록은 과학적 표현이 아니다. 왜냐하면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도는 것이 아니라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돌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머물라'는 명령의 대상은 태양이 아니라 지구여야 한다. 물론 그 명령이 실제로는 지구에게 주어진 것이지만 '해가 떴다'나 '해가 졌다'와 같은 일상적 방식으로 표현된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본문의 묘사를 그대로 읽으면 이 명령은 분명히 태양과 달에게 주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태양아 너는...머무르라"(12절)는 구절의 '머무르다'라는 히브리어 다맘의 주요한 문자적 의미는 '그치다. 쉬다. 늦게 하다' 등이다. 이런 의미에 의하면 이것은 태양에게 '일을 그만하라거나 '천천히 하라'고 명한 것이 된다. 즉 태양에게 지구를 끌어당기기를 멈추거나 천천히 하라고 명한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지구의 공전은 태양의 인력에 의한 것이기에 그 인력이 감소하면 필연 변화가 올 수밖에 없다.
어떻게 이해하든 문제의 핵심은 전쟁에서의 승리를 위한 하나님의 주도적인 개입이다. 본문은 그것을 일종의 점층법으로 소개한다. 10절은 무기를 사용하는 일반적인 전투에서의 하나님의 개입이다. “여호와께서 그들을 이스라엘 앞에서 패하게 하시므로 여호수아가 그들을 기브온에서 크게 살육하였다고 소개한다. 11절은 자연 현상을 이용한 하나님의 개입이다. 즉 "여호와께서 하늘에서 큰 우박 덩이를 내리신 것이다. 이 구절은 승리가 여호와의 개입에 의한 것임을 강조하기 위해 "이스라엘 자손의 칼에 죽은 자보다 우박에 죽은 자가 더 많았더라"고 비교법을 사용한다. 그리고 마침내 12절부터는 자연의 질서를 변경한 초자연적인 하나님의 개입을 소개한다. 본문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하다. 하나님은 그의 백성이 승리하도록 자연의 법칙을 초월적으로 사용하신다는 것이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의 승리를 위해 무기로 싸우는 여호수아의 군대와 함께하시다가 아예 우박을 내리는 방법으로 직접 개입하신 다음에 이제는 완전한 승리를 위해 초자연적인 기적까지 베푸신다. 이렇게 이해할 때 본문이 전하려는 이 사건의 신학적 메시지가 더욱 분명해진다. 그것은 태양과 달은 하나님의 명령을 듣는 피조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아세라와 아스다롯을 섬기는 가나안 사람들에게 참하나님에대한 이보다 더 분명한 메시지가 있겠는가? 그래서 화잇도 이 사건의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이 큰 기적은 온 우주 만물이 창조주의 통치하에 있다는 것을 증거 한다. 사탄은 자연계에 나타나는 하나님의 섭리를 사람들에게 감추려 하고 있으며, 이 최초의 대사업에 나타난 하나님의 끊임없는 역사를 보지 못하게 하려고 한다. 이기적으로 자연을 자연의 하나님보다 더 높이는 자는 모두 견책을 받는다(부조,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