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고등학교에 다니는 큰 손녀가 그동안 모았던 용돈으로 명품 운동화 나이키를 사서 동생에게 자랑했다. 작은 손녀가 부러워 자기 엄마에게 사달라고 투정을 부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의 유년 시절 명절 때면 어머니가 사 주시는 때때옷과 새 양말을 신고 동네 친구들에게 뻐기며 자랑스러워했던 어린 시절이 불현듯 머릿속을 스치고, 그때의 즐거움 때문에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입가엔 언제나 잔잔한 미소가 스미곤 한다.
고등학교 일 학년 때인가 금강제화에서 만든 학생 구두가 어찌나 신고 싶었던지 방학을 이용하여 막노동으로 보름 동안 일을 해서 구두를 사서 신고 뿌듯하고 즐거웠던 기억이 지금 생각하면 우스운 일이지만 그때에는 그것이 최상의 기쁨이었고 친구들에게 자랑거리로는 그것만큼 큰 것은 없었다. 내가 어렸을 적에는 새것이면 그것이 제일이었고 새 옷도 커가는 것을 고려하여 몸체보다 넉넉한 것을 사다가 줄여서 입혔어도 마냥 좋기만 했던 어린 시절이었다. 지금 자라는 어린이들은 벌써 명품을 선호하고 갖고 싶어 함을 볼 때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낀다.
나는 지금까지 명품을 가져보지 않아 명품의 좋은 점을 잘 모르고 있으나 보통 물건과의 차별이 있을 것이란 짐작만을 해 볼 뿐이다.
명품의 사전적 정의는 뛰어나거나 이름난 물건, 또는 그런 작품으로 정의하고 있다.
가방, 옷의 대명사 ‘루이뷔통’ 향수 화장품에 ‘Chanel’ ‘Christian Dior’ 안경 하면 ‘구찌’ 시계로는 ‘롤렉스’ ‘카르티에’ ‘시티즌’ ‘오메가’, 연주자들에게 꿈의 악기로 불리는 현악기 하면 ‘스트라디바리우스’ ‘과르니에리’ ‘과다니니’ 등, 등, 많고 많은 명품의 탄생 배경엔 우수한 기술력이나 개발력, 한 치의 오차도 허락지 않는 정밀도, 끊임없는 연구 노력과 수많은 세월의 흐름을 동반했다는 같은 공통점이 있는 것을 보면서 끈기와 인내의 투철한 장인匠人정신이 없었다면 명품이
존재했겠나 생각해 본다.
이러한 명품들을 대다수 사람이 소장하기를 원하고 있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 걸까?
물론 개개인의 이유는 다름이 있겠으나 대체로 자기만족을 얻기 위한 수단과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재력을 과시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으로 명품을 선호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러한 명품들은 장인匠人의 끈기와 정성으로 만들어지지만, 명품 인간은 하나님께서 직접 만들고 계신 것은 아닐까?
일생을 살다 보면 기쁘고 즐거운 일 보다는 참고 견디기 힘든 소용돌이 속에 휘말려 허우적거리며 원망과 자학을 반복하면서도 이러한 참기 어려운 고난이 우리에게 주는 진실을 생각도 해 보지 못하고 어려워만 하는 것은 아닐까!
명도名刀를 만들기 위한 장인匠人 대장장이처럼, 주님은 우리를 끊임없이 불 속에 넣어 시뻘겋게 달구어 ‘모루’에 올려놓고 망치로 두들겨 기포와 불순물을 털어 버리시고 뜨임과 풀림을 번갈아 하시면서 명품 인간의 탄생을 위한 그 힘든 고통을 늘 함께하고 계시지만, 그 과정의 모든 아픔의 시련들을 인내하고 순종하기보다는, 육신의 안락과 쾌락만을 답습하면서도 명품 인간을 꿈꾸고 부러워하면서 자신을 명품 인간으로 알아주기를 은근히 과시하려는 순리 모순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 장인의 그 기나긴 세월 속의 어려움을 참고 견딤은 명품이라는 기쁨의 결실이 반드시 찾아온다는 굳건한 믿음처럼 나에게 주어진 그 어떤 고난과 고통도 명품 인간으로 가는 여정의 첫걸음이라 생각하면서 기쁨과 설렘으로 해산의 고통을 넘기는 어머니들의 아름다운 숭고함처럼 그 모든 어려움을 기쁨으로 받고 감사함으로 도전해 넘어가겠다고 마음을 추슬러 본다.
2001, 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