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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학명
물푸레나무과 |
Ligustrum japonicum |
광나무는 중북부지방에서는 잘 만날 수 없는 남쪽 나무로 남해안에서부터 섬 지방을 거쳐 제주도까지 자연 상태로 야산에서 흔히 만날 수 있으며, 정원수로 심기도 한다. 광나무란 이름은 우리가 흔히 쓰는 ‘광나다’란 말처럼 빛이나 윤이 난다는 의미로 짐작된다. 늘푸른나무로 손가락 세 개 정도 크기의 잎은 도톰하고 표면에 왁스 성분이 많아서 햇빛에서 볼 때는 정말 광이 난다. 아마도 제주도 방언인 ‘꽝낭’을 참고하여 표준이름을 정한 것 같다.
광나무는 대체로 키 4~5미터 정도에 외줄기로 곧바로 자라며, 여름에는 원뿔모양의 꽃차례에 꽃을 잔뜩 피운다. 초록 잎과 대비되는 하얀 꽃이 나무 전체를 뒤덮고 있는 모습은 여름 광나무의 또 다른 매력이다. 곧 이어서 작은 열매가 열리는데, 처음에는 초록색이었다가 가을이 되면서 진한 흑자색으로 익는다. 생김새는 영락없는 쥐똥이다. 쥐똥을 본 적이 없는 젊은이들이라면 콩자반에 쓰이는 까만 콩을 연상하면 된다. 물론 광나무 열매는 원형이 아니고 타원형이다.
쥐똥모양의 열매가 열리는 나무는 겨울에 낙엽이 지는 쥐똥나무와 늘푸른 잎을 달고 있는 광나무다. 둘은 이렇게 살아가는 방식이 전혀 다르지만, 열매는 서로 구별이 안 될 만큼 닮아 있고 촌수가 아주 가까운 형제나무다. 그래서 이름을 처음 정할 때 둘 다 쥐똥나무라고 할 수 없으니 하나는 광나무란 다른 이름을 붙인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일본 사람들이다. 광나무를 쥐똥모양의 열매와 감탕나무를 닮은 잎 모양을 가졌다고 하여 ‘쥐똥감탕나무’라 하고, 우리의 쥐똥나무에는 쥐똥이 아닌 ‘사마귀를 떼어 내는 나무’란 뜻의 다른 이름을 붙인 것이다.
광나무 열매는 말랑말랑한 육질로 둘러싸여 있으며, 속에 씨가 있는 장과(漿果)로 ‘여정실(女貞實)’이라고 한다. 이 열매는 민간약으로 간과 신장 기능을 좋게 한다고 알려져 있다. 여정이란 이름 때문에 특히 여자에게 좋다는 이야기가 있으나 별다른 근거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2008년 12월 5일, SBS의 ‘출발 모닝와이드’라는 프로를 시청하고 있었다. 프로그램 내용 중 광나무 잎과 열매를 삶으면 바닷물 평균 염도인 3.5의 약 3분의 1이나 되는 염분을 얻을 수 있으며, 말려서 가루를 내면 소금대용으로도 쓸 수 있다는 소금나무로 광나무를 소개하고 있었다. 과연 그럴까? 나는 아직 이와 관련된 권위 있는 기관의 실험결과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무어라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광나무가 소금성분을 가장 많이 함유하고 있고, 죽은 뒤에도 좀처럼 나무가 썩지 않는다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다른 나무보다 광나무에 소금성분이 많다는 문헌은 아직 본 적이 없으며, 설령 소금성분이 조금 더 들어 있다고 해도 썩고 안 썩는데 영향을 미칠 만큼 많은 양은 아니기 때문이다.
광나무와 아주 닮은 제주광나무(당광나무)가 있다. 광나무보다 키도 더 크고 굵기도 더 굵게 자라며, 잎이 둥글고 열매도 광나무보다 더 둥글다. 정원수로 심는 나무 중에 키가 훌쩍 커 보이는 광나무는 대부분 제주광나무다. 최근에는 가로수로 광나무를 흔히 심으며, 온난화의 영향으로 중부지방에서도 아무런 문제없이 겨울을 잘 넘기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