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난 주 12월 6일~7일에 걸쳐 서천군 16차 귀농투어에 참가한 Tomek입니다. 현재 귀농/귀촌을 생각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천이라는 지역을 알고, 돌아보고, 생각할 여지를 주신 서천군귀농인협의회에 깊은 고마움을 전합니다. 제대로 된 후기는 정경환 사무국장님께서 잘 작성해주실테니, 전 그냥 제가 느꼈던 점들을 두서없이 작성하도록 하겠습니다.
금요일, 용산의 새벽바람은 거셌습니다. 높이 솟은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돌고 돌아 부딪히는 바람은 원래의 차가움보다도 더 차가운 차가움을 간직한 듯 했습니다. 그 바람을 뚫고서천으로 향하는 제 마음은 새로운 지역을 알아가는 호기심과 제대로 된 정착을 하고 싶다는 절박함이 뒤섞인 복잡한 상황이었습니다. 6시 23분에 열차는 출발을 했고 천안에서 장항선으로 갈라져, 9시 32분에 서천역에 도착했습니다. 그 곳에서 마중을 나와주신 사무국장님의 따뜻한 환대가 있었고, 집결장소인 서천군농업기술센터까지 편안히 올 수 있었습니다.
10시 30분 집결 시간이 될 때까지 시간이 남아 있어 서천에 대한 기본 사항을 인터넷을 통해 조금 알아봤습니다. "충청남도 서천은 충청남도 최남단에 위치한 지역으로 서쪽으로는 서해바다를 끼고 있으며, 북쪽으로는 보령, 동쪽으로는 부여와 인접해 있으며 남쪽으로는 금강을 기준으로 전라북도 군산과 익산을 마주하고 있다. 인구는 2012년 기준으로 6만 명이 채 안 되며, 행정구역은 2개의 읍과 11개의 면으로 나뉘어 있다. 전체 면적 중 41%가 농경지인데, 그 중 70%가 벼농사를 행하고 있다. 바다가 인접해 있어, 신선한 해산물을 판매하는 수산특화시장이 있다."
집결을 마치고, 기술센터 소장님과 짧은 환담을 마친 후, 먼저 농업기술센터 견학을 했습니다. 종합분석실, 농기계대여은행, 미생물센터 등을 돌아봤는데, 제게 가장 기억이 남았던 곳은 농기계대여은행이었습니다. 일단 수많은 농기계들에 압도되기도 했었지만, 여러 질문들을 통해, 서천은 벼농사가 중심인 지역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으니까요.
점심식사를 마치고 마서면으로 이동, "귀농인들의 집"으로 갔습니다. 그곳은 예비 귀농인들이 안정된 정착을 위해 단기/장기간 거주할 수 있는 곳으로, 원래는 빈집이었는데 귀농인협의회 분들이 힘을 모아 새집으로 바꾸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주변에 꾸러미 사업을 하고 있는 서툰농부들의 텃밭에 가보았습니다. 상품으로 쓸 수 없는 배추들이 남은 텃밭은 600여평 정도의 크기였는데, 비닐 멀칭조차 하지 않고 순수하게 무농약으로 농사를 짓는다는 사실이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저도 농산물 유통쪽에 관심이 있어서 서툰농부들 사례에 대해 다소 질문을 했으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귀농지원센터로 이동, 서천군귀농인협의회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고, 전원 생활에 대한 즐거움, 토지구입에 대한 주의사항에 대한 강의가 있었습니다. 서귀협이 행하는 여러 사업들이 귀농인들의 정착뿐 아니라, 지역 원주민들과의 화합, 즉 '섞어들어감'을 목표로 하는 것을 보고 여러 생각과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종천면 다정다반으로 이동, 귀하고 맛있는 저녁 식사를 제공해 주셨으며, 그곳에서 홈스테이를 배정받았습니다.
제게 하룻밤 머물면서 소중한 이야기를 전해주신 귀농인 선배님은 갈숲마을 백성식 사무장님이셨습니다. 영화 JSA 갈대숲으로 유명한 산성리에서 기술센터 소장님께서 선물로 주신 귀한 앉은뱅이 술, 소곡주를 한 잔 하며 귀농에 대한 조언을 아낌없이 들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 수많은 도움이 된 조언들 중 가장 중요했던 것 두 가지를 꼽는다면, ① 농사 말고도 농촌에서 밥을 벌어 먹을 수 있는 일은 많이 있다는 것, ② 귀농해서 정착하는 데는 서귀협만한 곳이 없다는 것을 들 수 있겠습니다. 그렇게 길고도 짧았던 하루를 마감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집결지인 문예의 전당에서 모인 예비 귀농자들의 모습은 한결 밝았습니다. 함께 무언가를 경험한다는 것은 서먹함과 어색함을 걷어내고, 그 빈 곳에 친숙함과 반가움을 채워 넣는 것인가 합니다.
먼저 시초면으로 이동, 양파망으로 흙집을 직접 지으신 귀농선배님 댁을 방문했습니다. 귀농귀촌, 특히 전원생활에 대한 로망의 결정판이라면, 직접 집을 짓는 것일텐데, 선배님의 집은 참으로 실용적이면서도 환경 친화적이고, 또한 아름다운 집이였습니다. 집을 짓는데는 10개월의 시간이 들었다고 했는데, 그 시간과 정성 그리고 노력과 열정에 정말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다음으로 방문한 판교면에 있는 두르네 전원마을은 현재 계속 공사중인, 만들어지고 있는 마을이었습니다. 이미 9세대가 들어와 살고 있는데, 새로운 공동체를 이루려는 마을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크게 감흥은 오지 않았습니다. 서울 은평구에도, 지금 이와 비슷한, 한옥 공동체가 개발되고 있는 것을 봤기 때문에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서천군 수산특화시장을 방문했습니다. 우선 규모가 생각보다 컸다는데 놀랐고, 다양하고 신선한 해산물들이 가득 찼다는데 또 한 번 놀랐습니다.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회를 떠서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시간 관계 상 아쉽게 돌아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모든 투어를 마치고 다시 농업기술센터에 와서 간단한 평가와 함께 해산했습니다. 고메골에서 마련해주신 소중한 선물 또한 잊지 못할 즐거움이었습니다. 소중한 기회를 주신 서귀협여러분들께 다시 한 번 깊은 고마움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서울로 올라올 때는 카페 닉네임 "구로동준"님께서 차를 태워주셔서 편하게 올 수 있었습니다. 이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구로동준"님께 고마움의 인사를 드립니다.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이 경험이 앞으로 귀농귀촌을 선택할 제게 큰 도움이 됐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