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카리나 단상”
오카리나 연주 영상을 공유할 수 있고 소통할 수 있는 카페가 있어 참 행복합니다. 저를 비롯해서 나이가 한 살 한 살 들어갈수록 우울감과 무기력감에 많이들 힘들어 하는데, 그런 감정들을 뚫고 누군가와 음악으로 교감하고 소통하는 기쁨은 참 소중한 일이네요. 이 글을 빌어 그동안 저의 부족한 연주에 정성스런 댓글로 공감해주신 여러분들께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여러분들이 한 사람 살린거지요..^^
감사한 마음을 담아 그냥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까 싶어 저의 생각을 나눠보려고요.
1. 정답은 없다
저는 음악에는 정답이 없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취향이 있다는게 더 정확해요. 게다가 생활음악은 더욱 그렇죠. 클래식처럼 어느 경지에 이르기 위해 스트레스 가득 받으며 연주해야 한다면 너무 고통스러울 것 같고, 그렇게 해도 누군가는 그 경지에 이를 수 없다면 너무 안타까운 일이죠. 중요한 건 마음이 담긴 연주인가 인데 쉽게 말해 노래랑 비슷해요. ‘나 노래 잘해~’ 라는 표정으로 한 곡조 뽑는 사람들 보다는 수줍은 얼굴로 무대에 서서 노래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나오는 사람의 노래에 전 훨씬 깊이 반응하게 됩니다. 이걸 저의 용어로는 ‘교만한 노래’와 ‘겸손한 노래’라고 표현합니다. 오카리나도 마찬가지로 누군가 만들어 놓은, 반주만으로도 이미 몇백만원이 투자된 비싼 반주에 능숙하고 완벽한 기교 가득한 연주도 좋을 때가 있지만, 이제 갓 시작한 소박한 연주자의 동요 한 자락에 눈물이 핑 도는.. 이런 거 경험하신 분들 많지요? 박진영의 공기반 소리반 표현을 빌어 한마디로 요약하면 오카리나는 호흡반 마음반..^^
2. 채찍이 필요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1년 내내 연주 영상을 공유하면서 박수와 칭찬과 당근만을 넙죽넙죽 받아 먹다보면 그대로인 실력에 참 채찍이 그리울 때가 있어요. 그렇지만 이게 참 어려운게 진심을 담은 채찍도 “그래 너 잘났다”로 끝나기가 쉽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영상을 공유하고 좋은 선생님들의 애정 어린 조언을 얻고 싶어도 참 방법이 없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날이 곧 오리라 기대하며 그냥 제가 저의 연주 영상을 반복해 들으며 공부가 되었던 부분을 부족한 지혜지만 나눠 보려고요.
(연주 관련)
첫째, 악보에 답이 있어요. 박자와 리듬만 정확해도 일단 반은 성공한 것 같아요. 음이 틀리고, 리듬이 틀리고, 박자가 흔들리면 아무리 소리가 예뻐도 불안하게 들리겠죠? 악보 보는 연습은 참 도움이 되요.
둘째, 과도한 비브라토는 독이 되기도 해요. 이건 좀 기술적인 부분이라 조심스럽지만 저는 원숙한 비브라토가 없어도 멋진 연주가 가능 할 수 있다고 믿어요. 오히려 염소소리 같은 잔 비브라토나 너무 폭이 넓은 비브라토가 모든 음에 들려올 때 부담스럽게 느껴져요. 음악적으로 적실한 비브라토를 찾아야 하는데 이건 참 어렵죠. 내 연주에 비브라토가 너무 과하다 싶으면 조금만 줄여보세요.
셋째, 음정은 중요해요. 악기에 따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한데, 연주하는 오카리나가 갖고 있는 원래의 예쁜 소리를 내 준다는 생각으로 가장 적절한 힘으로 호흡을 넣어 주어야 겠지요. 너무 세게만 불면 한 곡을 다 듣기에 힘이 들고, 너무 약하게만 불면 음이 떨어지기도 하고 맥이 빠지기도 하지요. 내가 힘이 넘친다 싶으면 조금 빼고 연주해 보시고, 부족하다 싶으면 복식 호흡에 시간을 투자해보세요.
넷째. 텅잉이 중요해요. 느린 곡은 부드럽게, 빠른 곡은 조금은 더 또렷하게, 이정도의 기준으로 생각하면 좋겠네요. 내 연주가 너무 딱딱한지 너무 물렁한지 본인도 느낄 수 있으니 이렇게도 시도 해보고 저렇게도 시도 해보는 게 중요해요.
다섯째,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마음이 중요해요. 노래하듯이 연주하면 좋을 것 같아요. 원곡도 들어보고 가수가 어떤 마음으로 부르는지, 작곡자가 어떤 생각으로 이 노래를 만들었을지를 생각해보면 그 곡의 ‘뉘앙스’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거에요. 저는 저의 한 곡을 누군가 다 들었을 때 ‘잘한다~’라는 말보다 ‘마음이 전달된다’는 반응이 훨씬 좋네요.
저만 그런 걸 수도..^^
(녹음 관련)
첫째, 과도한 리버브는 오카 본연의 소리를 오히려 방해해요. 가끔 리버브 하나 없는 생소리(?)에 가슴 떨려본 적 있으시죠? 내 연주에 리버브가 너무 많은 것 같다면 조금만 줄여 보세요.
둘째, 과도한 레이백은 별로예요. 레이백은 반주 보다 연주가 살짝 뒤로 붙는 느낌을 말해요. 초보와 프로의 차이가 반주를 앞서가며 급하게 연주하는가?, 반주를 따라가며 여유 있게 연주하는가?로 얘기하기도 해요. 그만큼 중요한 부분인데. 이게 잘 안되니 녹음 후에 살짝 기술적으로 처리하기도 하지요. 그렇지만 이게 너무 과하면 별로예요. 아주 살~짝 뒤에 붙는다는 느낌이 좋은 것 같아요.
셋째, 마이크를 잘 사용하는게 중요해요. 좋은 마이크에 좋은 프리엠프면 아무 문제없겠지만 일반적인 녹음 상황에서 어느 정도 거리에서 연주하는게 좋을지, 어느 정도 볼륨으로 연주하는게 좋을지를 고민하며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자신에게 맞는 마이크와 녹음 셋팅을 찾으실 수 있을 거에요.
넷째, 반주와 연주의 조화를 생각해보세요. 볼륨일 수도 있고, 음정일 수도 있고, 음악적 색깔일 수도 있어요. 항상 반주를 꼼꼼히 들으며 녹음하시면 점점 반주가 더 들려올 거에요. 때로는 반주 없이 오카 멜로디 하나로 마음을 표현해 보는 것도..
다섯째, 자료 공유가 당연한 건 아녜요. 유튜브 특성상 커버라는 이름으로 자유롭게 기존의 반주들을 쓰고 연주하는 문화가 형성이 되었고, 좋은 자료들을 나눠주시는 샘들 덕분에 편하게 연주할 수 있는 은혜(?)를 누리고 있지만, 유튜브 상에도 없고 저작자가 오픈한 자료들이 아니면 싼 값으로 구입할 수도 있고 방법은 찾을 수 있지요. 너무 당연하게(정중하지 않게) 개인 채팅으로 악반 공유를 마구 마구 요청하시는 건 누군가에게는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답니다. (그래서 너는 저작권에 자유하냐?라고 하시면 저도 할 말은 없네요..ㅠㅠ 그냥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는 거고요.^^)
3. 시도하라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위에 적은 것들이 완벽해야 좋은 연주라는 것은 아닙니다. 본인에게 딱 해당되는 부분이 있다면 고민해 보시며 연주하면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주욱 적어 봤네요. 그리고 이 내용들은 어디서 배운 것도 있지만 꾸준히 연주하고, 녹음하고, 영상을 만들고, 반복해서 들어보고 하다보니 제 연주를 좋은 선생님들이 들으시면 이런 얘기들을 해주겠구나.. 생각하며 적어본거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막~ 연주 영상을 만들어 보는 행위? 자체는 너무 유익해요. 완성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실력이 늘지요. 댓글이 칭찬 일색인 것 같아도 그 안에 선생님 같은 말들이 숨어 있어요. 그걸 찾으시면 좋아요. 반복되는 칭찬은 결국 자신의 색깔이 될 거고요.
너무 선생 같은 글이 된 것 같아 고민했지만 분명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것 같아 용기내서 올려보려고요. 막 뭐라 하시면 그때 내릴게요..ㅎㅎ 그렇지만 도움 받을 수 있는 누군가를 위한 글이라 생각하시고 혹시 지적할 부분이 있다면 이메일(gangsoo@gmail.com
같은 하늘 아래에서
같은 악기를 사랑하며
같은 시절을 살아가는
여러분들을 사랑하고 존경하고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