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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몽중노소문답가[夢中老少問答歌] (86구절[八六句節] 신유[辛酉])
#1
곤륜산[崑崙山] 일지맥[一支脈]의 조선국[朝鮮國] 금강산[金剛山]이
기암괴석[奇岩怪石] 좋은 경[景] 일만이천[一萬二千] 아닐런가.
팔도명산[八道名山] 다 던지고 천하승지[天下勝地] 아닐런가.
#2
삼각산[三角山] 한양도읍[漢陽都邑] 사백년[四百年] 지낸 후[後]에
하원갑[下元甲] 이 세상에 남녀간[男女間] 자식 없어
산제불공[山祭佛供] 하다가서 두 늙은이 마주앉아
탄식[歎息]하고 하는 말이 우리도 이 세상에
명명[明明]한 천지운수[天地運數] 남과같이 타고나서
기궁[奇窮]한 이내팔자[八字] 일점혈육[一點血肉] 없단 말가.
우리사후[死後] 고사[姑捨]하고 득죄부모[得罪父母] 아닐런가.
아서라 자고급금[自古及今] 공덕[功德]으로 자식[子息]빌어
후사[後嗣]를 이은사람 말로 듣고 눈으로 보니
우리도 이 세상에 공덕[功德]이나 닦아보세
탕진가산[蕩盡家産] 하여내어 일심정기[一心精氣] 다시 먹고
팔도불전[八道佛前] 시주[施主]하고 지성[至誠]으로 산제[山祭]해서
백배축원[百拜祝願] 앙천[仰天]하며 주소간[晝宵間] 비는 말이
지성감천[至誠感天] 아닐런가. 공덕[功德]이나 닦아보세.
그러나 자고급금[自古及今] 전[傳]해오는 세상[世上]말이
인걸[人傑]은 지령[地靈]이라 승지[勝地]에 살아보세
명기는필유명산하[明氣는必有名山下]라 팔도강산[八道江山] 다 던지고
금강산[金剛山] 찾아들어 용세좌향[龍勢座向] 가려내어
수간초옥[數間草屋] 일협곡[一峽谷]에 구목위소[構木爲巢] 아닐런가.
그러그러 지내나니 윤신포태[潤身胞胎] 되었더라.
#3
십삭[十朔]이 이미 되매 일일[一日]은 집 가운데
운무[雲霧]가 자욱하며 내금강[內金剛] 외금강[外金剛]이
두세 번 진동[震動]할 때 홀연[忽然]히 산기[産氣]있어
아들아기 탄생[誕生]하니 기남자[奇男子] 아닐런가.
얼굴은 관옥[冠玉]이오 풍채[風采]는 두목지[杜牧之]라
그러그러 지내나니 오륙세[五六歲] 되었더라.
팔세[八歲]에 입학[入學]해서 허다[許多]한 만권시서[萬卷詩書]
무불통지[無不通知] 하여내니 생이지지[生而知之] 방불[彷佛]하다
십세[十歲]를 지내나니 총명[聰明]은 사광[師曠]이오
지국[智局]이 비범[非凡]하고 재기[才器] 과인[過人]하니
평생[平生]에 하는 근심 효박[淆薄]한 이 세상에
군불군[君不君] 신불신[臣不臣]과 부불부[父不父] 자부자[子不子]를
주소간[晝宵間] 탄식[歎息]하니 울울[鬱鬱]한 그 회포[懷抱]는
흉중[胸中]에 가득하되 아는 사람 전혀 없어
처자산업[妻子産業] 다 버리고 팔도강산[八道江山] 다 밟아서
인심풍속[人心風俗] 살펴보니 무가내[無可奈]라 할 길 없네.
우습다 세상사람 불고천명[不辜天命] 아닐런가.
#4
괴이[怪異]한 동국참서[東國讖書] 추켜들고 하는 말이
이거임진[已去壬辰] 왜란[倭亂]때는 이재송송[利在松松] 하여있고
가산정주[嘉山定州] 서적[西賊]때는 이재가가[利在家家] 하였더니
어화세상 사람들아 이런 일을 본받아서
생활지계[生活之計] 하여보세 진[秦]나라 녹도서[錄圖書]는
망진자[亡秦者]는 호야[胡也]라고 허축방호[虛築防胡] 하였다가
이세망국[二世亡國] 하온 후에 세상사람 알았으니
우리도 이 세상에 이재궁궁[利在弓弓] 하였다네.
매관매작[賣官賣爵] 세도자[勢道者]도 일심[一心]은 궁궁[弓弓]이오
전곡[錢穀]쌓인 부첨지[富僉知]도 일심은 궁궁(弓弓)이오.
유리걸식[流離乞食] 패가자[敗家者]도 일심은 궁궁(弓弓)이라
풍편[風便]에 뜨인 자도 혹[或]은 궁궁촌[弓弓村]찾아가고
혹은 만첩산중[萬疊山中]들어가고 혹은 서학[西學]에 입도[入道]해서
각자위심[各自爲心] 하는 말이 내옳고 네 그르지
시비분분[是非紛紛] 하는 말이 일일시시[日日時時] 그 뿐 일네.
#5
아셔시라 아셔시라 팔도[八道]구경 다 던지고
고향[故鄕]에나 돌아가서 백가시서[百家詩書] 외워보세
내 나이 십사세[十四歲]라 전정[前程]이 만리[萬里]로다
아서라 이세상은 요순지치[堯舜之治]라도
부족시[不足施]요 공맹지덕[孔孟之德]이라도
부족언[不足言]이라 흉중[胸中]에 품은회포[懷抱]
일시[一時]에 타파[打破]하고 허위허위 오다가서
금강산[金剛山] 상상봉[上上峯]에 잠간[暫間]앉아 쉬오다가
홀연히 잠이 드니 몽[夢]에 우의편천일도사[羽衣褊櫏一道士]가
효유[曉諭]해서 하는 말이 만학천봉[萬壑千峯] 첩첩[疊疊]하고
인적[人迹]이 적적[寂寂]한데 잠자기는 무삼일고.
수신제가[修身齊家] 아니하고 편답강산[遍踏江山] 하단 말가
효박[淆薄]한 세상사람 값을 것이 무엇이며
가련[可憐]한 세상사람 이재궁궁[利在弓弓] 찾는 말을
웃을 것이 무엇이며 불우시지[不遇時之] 한탄[恨歎]말고
세상구경 하였어라. 송송가가[松松家家] 알았으되
이재궁궁[利在弓弓] 어찌 알꼬. 천운[天運]이 둘렀으니
근심 말고 돌아가서 윤회시운[輪廻時運] 구경하소.
십이제국[十二諸國] 괴질운수[怪疾運數] 다시개벽[開闢] 아닐런가.
태평성세[太平聖世] 다시 정[定]해 국태민안[國泰民安] 할 것이니
개탄지심[慨歎之心] 두지 말고 차차차차 지냈어라
하원갑[下元甲] 지내거든 상원갑[上元甲] 호시절[好時節]에
만고[萬古]없는 무극대도[無極大道] 이 세상에 날것이니
너는 또한 연천[年淺]해서 억조창생[億兆蒼生] 많은 백성
태평곡[太平曲] 격양가[擊壤歌]를 불구[不久]에 볼 것이니
이 세상 무극대도[無極大道] 전지무궁[傳之無窮] 아닐런가.
천의인심[天意人心] 네가 알까 한울님이 뜻을 두면
금수[禽獸]같은 세상사람 얼풋이 알아내네.
나는 또한 신선[神仙]이라 이제보고 언제 볼꼬.
너는 또한 선분[仙分]있어 아니 잊고 찾아올까
잠을 놀라 살펴보니 불견기처[不見其處] 되었더라.
5. 도수사[道修詞] (100구절[一00句節] 신유[辛酉])
#1
광대[廣大]한 이천지[天地]에 정처[定處]없이 발정[發程]하니
울울[鬱鬱]한 이내회포[懷抱] 부칠 곳 바이없어
청려[靑藜]를 벗을 삼아 여창[旅窓]에 몸을 비겨
전전반측[輾轉反側] 하다가서 홀연[忽然]히 생각하니
나도 또한 이 세상에 천은[天恩]이 망극[罔極]하여
만고[萬古]없는 무극대도[無極大道] 여몽여각[如夢如覺] 받아내어
구미용담[龜尾龍潭] 좋은 풍경[風景] 안빈낙도[安貧樂道] 하다가서
불과 일년[不過一年] 지낸 후에 원처근처[遠處近處] 어진선비
풍운[風雲]같이 모아드니 낙중우락[樂中又樂] 아닐런가.
#2
이내 좁은 소견[所見]으로 교법교도[敎法敎道] 하다가서
불과 일년[不過一年] 지낸 후에 망창[茫蒼]한 이내걸음
불일발정[不日發程] 하자하니 각처[各處]의 모든 벗은
편언척자[片言隻字] 바이없고 세쇄사정[細瑣事情] 못 미치니
양협[量陜]한 이내소견[所見] 수 천리[數千里] 밖에 앉아
이제야 깨닫고서 말을 하며 글을 지어
천리고향[千里故鄕] 전[傳]해주니 어질고 어진 벗은
매몰한 이내사람 부디부디 갈지 말고
성경이자[誠敬二字] 지켜내어 차차차차 닦아내면
무극대도[無極大道] 아닐런가. 시호시호[時乎時乎] 그때 오면
도성입덕[道成立德] 아닐런가.
#3
어질다 모든 벗은 우매[愚昧]한 이내사람
잊지 말고 생각 하소 성경현전[聖經賢傳] 살폈으니
연원도통[淵源道統] 알지마는 사장사장[師丈師丈] 서로 전[傳]해
받는 것이 연원[淵源]이오 그중[中]에 가장 높아
신통육예[身通六藝] 도통[道通]일세. 공부자[孔夫子] 어진도덕[道德]
일관[一貫]으로 이름 해도 삼천제자[三千弟子] 그 가운데
신통육예[身通六藝] 몇몇인고. 칠십이인[七十二人] 도통[道通]해서
전천추[前千秋] 후천추[後天秋]에 일관[一貫]으로 전[傳]차해도
일천년[一千年] 못 지나서 전자방[田子方] 단간목[段干木]이
난법난도[亂法亂道] 하였으니 그 아니 슬플소냐.
어질다 이내 벗은 자고급금[自古及今] 본[本]을 받아
순리순수[順理順受] 하였어라
#4
십년[十年]을 공부[工夫]해서 도성입덕[道成立德] 되게 되면
속성[速成]이라 하지마는 무극[無極]한 이내도[道]는
삼년불성[三年不成] 되게 되면 그 아니 헛말인가
급급[急急]한 제군[諸君]들은 인사[人事]는 아니 닦고
천명[天命]을 바라오니 졸부귀[猝富貴] 불상[不祥]이라
만고유전[萬古遺傳] 아닐런가. 수인사[修人事] 대천명[待天命]은
자세[仔細]히도 알지마는 어찌 그리 급급[急急]한고
#5
인지재질[人之才質] 가려내어 상중하재[上中下才] 있지마는
양협[量陜]한 이내소견[所見] 활달[豁達]한 현인군자[賢人君子]
세상을 탄식[歎息]해서 심망의촉[心忙意促] 하는 빛을
의심[疑心]없이 나타내니 입도[入道]한 그 가운데
몰몰[沒沒]한 지각자[知覺者]는 말로 듣고 입도[入道]해서
입을 배워 주문[呪文]일러 도성입덕[道成立德] 무엇인지
나도 득도[得道] 너도 득도 효박[淆薄]한 이 세상에
불사[不似]한 저 사람은 어찌 저리 불사한고
어질다 모든 벗은 자세[仔細]보고 안심[安心]하소
위가 미덥지 못하면 아래가 의심[疑心]하며
위가 공경[恭敬]치 못하면 아래가 거만[倨慢]하니
이런 일을 본다 해도 책재원수[責在元帥] 아닐런가.
#6
이는 역시 그러해도 수신제가[修身齊家] 아니하고
도성입덕[道成立德] 무엇이며 삼강오륜[三綱五倫] 다 버리고
현인군자[賢人君子] 무엇이며 가도화순[家道和順] 하는 법[法]은
부인[婦人]에게 관계[關係]하니 가장[家長]이 엄숙[嚴肅]하면
이런 빛이 왜있으며 부인경계[婦人警戒] 다 버리고
저도역시 괴이[怪異]하니 절통[切痛]코 애달 하다.
유시부[有是夫] 유시처[有是妻]라 하는 도리[道理] 없다마는
현숙[賢淑]한 모든 벗은 차차차차 경계[警戒]해서
안심안도 하여 주소 내가역시 수치[羞恥]하면
재방[在傍]한 자네들은 불미지사[不美之事] 아닐런가.
관기동정[觀其動靜] 하지 말고 진선진미[盡善盡美] 효유[曉諭]해서
이내수치[羞恥] 씻어주면 그 아니 성덕[盛德]인가
#7
남의사장[師丈] 되는 법[法]은 내자불거[來者不拒] 아닐런가.
가르치기 위주[爲主]하니 그밖에 무엇이며
남의제자[弟子] 되는 법은 백년결의[百年結義] 하온 후에
공경[恭敬]히 받은 문자[文字] 호말[毫末]인들 변[變]할 소냐.
출등[出等]한 제군자[諸君子]는 비비유지[比比有之] 한다 해도
작지사[作之師] 작지제[作之弟]라 사문성덕[斯門盛德] 아닐런가.
자고성현[自古聖賢] 문도[門徒]들은 백가시서[百家詩書] 외워내어
연원도통[淵源道統] 지켜내서 공부자[孔夫子] 어진도덕[道德]
가장 더욱 밝혀내어 천추[千秋]에 전[傳]해오니
그 아니 기쁠 소냐. 내 역시[亦是] 이 세상에
무극대도[無極大道] 닦아내어 오는 사람 효유[曉諭]해서
삼칠자[三七字] 전[傳]해주니 무위이화[無爲而化] 아닐런가.
우매[愚昧]한 세상사람 자존지심[自尊之心] 다 던지고
자시지벽[自是之癖] 무삼일고. 사문[師門]에 없는 법[法]을
혼자앉아 지어내니 천추[千秋]에 없는 법[法]을
어디 가서 본[本]을 보며 입도[入道]한 사오삭[四五朔]에
어찌 그리 속성[速成]인고
#8
애달다 저 사람은 명명[明明]한 이 운수[運數]는
다 같이 밝지마는 어떤 사람 군자[君子]되고
어떤 사람 저러한 고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인줄을
망창[茫蒼]한 저 소견[所見]에 무엇을 알잔 말고
역력[歷歷]히 기록[記錄]해서 거울같이 전[傳]해주니
자세[仔細]보고 안심[安心]해서 불사[不似]한 그른 거동[擧動]
남의이목[耳目] 살펴내어 정심수신[正心修身] 하온 후에
남과같이 수도[修道]하소. 대저세상[大抵世上] 인도중[人道中]에
믿을 신[信]자 주장[主張]일세 대장부[大丈夫] 의기범절[義氣凡節]
신[信]없으면 어디 나며 삼강오륜[三綱五倫] 밝은 법[法]은
예[禮]없으면 어디 나며 대장부[大丈夫] 지혜범절[智慧凡節]
염치중[廉恥中]에 있었으니 우습다 저 사람은
자포자기[自暴自棄] 모르고서 모몰염치[冒沒廉恥] 장난하니
이는 역시 난도자[亂道者]요 사장[師丈]못한 차제도법[次第道法]
제 혼자 알았으니 이는 역시 난법자[亂法者]라
난법난도[亂法亂道] 하는 사람 날 볼 낯이 무엇인고.
이같이 아니 말면 제 신수[身數] 가련[可憐]하고
이내도[道] 더럽히니 주소간[晝宵間] 하는 걱정
이밖에 다시없다 작심[作心]으로 불변[不變]하면
내성군자[乃成君子] 아닐런가. 귀귀자자[句句字字] 살펴내어
정심수도[正心修道] 하여두면 춘삼월[春三月] 호시절[好時節]에
또다시 만나볼까
6. 권학가[勸學歌] (114구절[一一四句節] 임술[壬戌])
#1
노류한담[路柳閑談] 무사객[無事客]이 팔도강산[八道江山] 다 밟아서
전라도[全羅道] 은적암[隱寂庵]에 환세차[換歲次]로 소일[消日]하니
무정[無情]한 이 세월[歲月]에 놀고 보고 먹고 보세
호호망망[浩浩茫茫] 넓은 천지 청려[靑藜]를 벗을 삼아
일신[一身]으로 비겨 서서 적세만물 하여보니
무사한 이내회포[懷抱] 부칠 곳 바이없어
말로하며 글을 지어 송구영신[送舊迎新] 하여보세
무정[無情]한 이 세월[歲月]이 어찌 이리 무정한고
어화세상 사람들아 인간칠십[人間七十] 고래희[古來稀]는
만고유전[萬古遺傳] 아닐런가. 무정한 이 세월을
역력[歷歷]히 헤어보니 광음[光陰]같은 이 세상에
부유[蜉蝣]같은 저 인생[人生]을 칠십평생[七十平生]
칭찬[稱讚]하여 드물 희[稀]자 전[傳]탄 말가.
#2
어화세상 사람들아 만고풍상[萬古風霜] 겪은 손이
노래 한 장[章] 지어보세 만고풍상 겪은 일을
산수[山水]만나 소창[消暢]하고 어린자식 고향[故鄕]생각
노래지어 소창[消暢]하니 이글보고 웃지 말고
숙독상미[熟讀嘗味] 하였어라 억조창생[億兆蒼生] 많은 사람
사람마다 이러하며 허다[許多]한 언문가사
노래마다 이러할까 귀귀자자[句句字字] 살펴내어
역력[歷歷]히 외워내서 춘삼월[春三月] 호시절[好時節]에
놀고 보고 먹고 보세
#3
강산[江山]구경 다 던지고 인심풍속[人心風俗] 살펴보니
부자유친[父子有親] 군신유의[君臣有義] 부부유별[夫婦有別]
장유유서[長幼有序] 붕우유신[朋友有信] 있지마는 인심풍속[人心風俗]
괴이[怪異]하다 세상[世上]구경 못한 인생[人生] 출생이후[出生以後]
첨이로다.
생장[生長]한 이내 곳에 인심풍속[人心風俗] 한탄[恨歎]해서
불고가산[不顧家産] 발정[發程]하여 방방곡곡[方方谷谷] 찾아와서
매매사사[每每事事] 살펴보니 허다[許多]한 남녀[男女]사람
사람마다 낯이 설고 인심풍속[人心風俗] 하는 거동[擧動]
매매사사 눈에 거쳐 타도타관[他道他官] 아닐런가.
이내 좁은 소견[所見]으로 호풍호속[好風好俗] 보려하고
어진친구 좋은 벗을 일조이별[一朝離別] 하단 말가
산수풍경[山水風景] 다 던지고 동지[冬至]섣달 설한풍[雪寒風]에
촌촌전진[村村轉進] 하다가서 일소일파[一笑一罷] 하여보세
어화세상 사람들아 세상풍속[世上風俗] 모르거든
내 곳 풍속[風俗] 살펴보소. 이도역시[亦是] 시운[時運]이라
무가내[無可奈]라 할길 없네. 편답강산[遍踏江山] 아니하면
인심풍속[人心風俗] 이런 줄을 아니 보고 어찌 알꼬.
대저인간[大抵人間] 백천만사[百千萬事] 보고나니 한[恨]이 없네.
#4
자고급금[自古及今] 촌탁[忖度]하니 요순성세[堯舜聖世] 그때라도
일천지하[一天之下] 많은 사람 사람마다 요순[堯舜]일세
윤회[輪廻]같이 둘린 운수[運數] 수원수구[誰怨誰咎] 아닐런가.
아무리 이세상도 현인군자[賢人君子] 있지마는
진토중[塵土中]에 묻힌 옥석[玉石] 뉘라서 분간[分揀]하며
안빈낙도[安貧樂道] 하지마는 뉘라서 지도[指導]할꼬
#5
시운[時運]을 의논[議論]해도 일성일쇠[一盛一衰] 아닐런가.
쇠운[衰運]이 지극[至極]하면 성운[盛運]이 오지마는
현숙[賢淑]한 모든 군자[君子] 동귀일체[同歸一體] 하였던가.
어렵도다 어렵도다 만나기도 어렵도다.
방방곡곡[方方谷谷] 찾아들어 만나기만 만날진댄
흉중[胸中]에 품은회포[懷抱] 다른 할 말 바이없고
수문수답[隨問隨答] 하온 후에 당당정리[堂堂正理] 밝혀내어
일세상[一世上] 저 인물[人物]이 도탄중[塗炭中] 아닐런가.
함지사지[陷之死地] 출생[出生]들아 보국안민[輔國安民] 어찌 할꼬
#6
대저인간[大抵人間] 초목군생[草木群生] 사생재천[死生在天] 아닐런가.
불시풍우[不時風雨] 원망[怨望]해도 임사호천[臨死號天] 아닐런가.
삼황오제[三皇五帝] 성현[聖賢]들도 경천순천[敬天順天] 아닐런가.
효박[淆薄]한 이 세상에 불고천명[不顧天命] 하단 말가.
장평갱졸[長平坑卒] 많은 사람 한울님을 우러러서
조화중[造化中]에 생겼으니 은덕[恩德]은 고사[姑捨]하고
근본[根本]조차 잊을 소냐. 가련[可憐]한 세상사람
각자위심[各自爲心] 하단 말가 경천순천[敬天順天] 하였어라
효박[淆薄]한 이 세상에 불망기본[不忘其本] 하였어라
#7
임금에게 공경[恭敬]하면 충신열사[忠臣烈士] 아닐런가.
부모[父母]님께 공경하면 효자효부[孝子孝婦] 아닐런가.
슬프다 세상사람 자세보고 공경하소.
나도 또한 출세[出世]후에 조실부모[早失父母] 아닐런가.
정성공경 없었으니 득죄부모[得罪父母] 아닐런가.
나도 또한 충렬손[忠烈孫]이 초야[草野]에 자라나서
군신유의[君臣有義] 몰랐으니 득죄군왕[得罪君王] 아닐런가.
허송세월[虛送歲月] 지내나니 거연사십[遽然四十] 되었더라.
사십평생[四十平生] 이뿐인가 무가내[無可奈]라 할길 없네.
#8
하원갑[下元甲] 경신년[庚申年]에 전해오는 세상[世上]말이
요망[妖妄]한 서양적[西洋賊]이 중국[中國]을 침범[侵犯]해서
천주당[天主堂] 높이 세워 거 소위 하는 도[道]를
천하[天下]에 편만[遍滿]하니 가소[可笑]절창 아닐런가.
증전[曾前]에 들은 말을 곰곰이 생각하니
아동방[我東方] 어린사람 예의오륜[禮義五倫] 다 버리고
남녀노소[男女老少] 아동주졸[兒童走卒] 성군취당[成群聚黨]
극성중[極盛中]에 허송세월[虛送歲月] 한단 말을 보는 듯이 들어오니
무단[無斷]히 한울님께 주소간[晝宵間] 비는 말이
삼십삼천[三十三天] 옥경대[玉京臺]에 나죽거든 가게하소
우습다 저사람은 저의부모[父母] 죽은 후에
신[神]도 없다 이름하고 제사[祭祀]조차 안 지내며
오륜[五倫]에 벗어나서 유원속사 무삼일고.
부모[父母]없는 혼령혼백[魂靈魂魄] 저는 어찌 유독[唯獨]있어
상천[上天]하고 무엇하고 어린소리 말았어라
그 말 저 말 다 던지고 한울님을 공경하면
아동방[我東方] 삼년괴질[三年怪疾] 죽을 염려[念慮] 있을소냐.
허무[虛無]한 너희풍속[風俗] 듣고 나니 절창이오.
보고나니 개탄[慨歎]일세.
#9
내 역시 사십평생[四十平生] 해음 없이 지내나니
이제야 이 세상에 홀연[忽然]히 생각하니
시운[時運]이 둘렀던가. 만고[萬古]없는 무극대도[無極大道]
이 세상에 창건[創建]하니 이도역시[亦是] 시운[時運]이라.
일일시시[日日時時] 먹는 음식 성경이자[誠敬二字] 지켜내어
한울님을 공경하면 자아시[自兒時] 있던 신병[身病]
물약자효[勿藥自效] 아닐런가. 가중차제[家中次第] 우환[憂患]없어
일년삼백[一年三百] 육십일[六十日]을 일조[一朝]같이 지내가니
천우신조[天佑神助] 아닐런가.
#10
차차차차 증험[證驗]하니 윤회시운[輪廻時運] 분명[分明]하다
어화세상 사람들아 이내경계[警戒] 하는 말씀
세세명찰[細細明察] 하온 후에 잊지 말고 지켜내어
성지우성[誠之又誠] 공경[恭敬]해서 한울님만 생각하소.
처자[妻子]불러 효유[曉諭]하고 영세불망[永世不忘] 하였어라
아동방[我東方] 연년괴질[年年怪疾] 인물상해[人物傷害] 아닐런가.
나도 또한 이 세상에 편답주류[遍踏周流] 하다가서
어진사람 만나거든 시운시변[時運時變] 의논하고
백년신세 말하거든 이글주고 결의해서
붕우유신[朋友有信] 하여보세 우매[愚昧]한 이내말씀
잊지 말고 생각하소. 우자천려[愚者千慮] 그 가운데
필유일득[必有一得] 되게 되면 그 아니 덕일런가.
운수관계[運數關係] 하는 일은 고금[古今]에 없는 고로
졸필졸문[拙筆拙文] 지어내어 모몰염치[冒沒廉恥] 전[傳]해주니
이글보고 웃지 말고 흠재훈사[欽哉訓辭] 하였어라
7. 도덕가[道德歌] (68구절[六八句節] 임술[壬戌])
#1
천지음양[天地陰陽] 시판후[始判後]에 백천만물[百千萬物] 화[化]해나서
지우자[至愚者] 금수[禽獸]요 최령자[最靈者] 사람이라
전[傳]해오는 세상 말이 천의인심[天意人心] 같다하고
대정수[大定數] 주역괘[周易卦]에 난측자[難測者] 귀신[鬼神]이오
대학[大學]에 이른 도[道]는 명명기덕[明明其德] 하여내어
지어지선[止於至善] 아닐런가. 중용[中庸]에 이른 말은
천명지위성[天命之謂性]이오 솔성지위도[率性之謂道]요
수도지위교[修道之謂敎]라하여 성경이자[誠敬二字] 밝혀두고
아동방[我東方] 현인달사[賢人達士] 도덕군자[道德君子] 이름 하나
무지[無知]한 세상사람 아는바 천지[天地]라도
경외지심[敬畏之心] 없었으니 아는 것이 무엇이며
천상[天上]에 상제[上帝]님이 옥경대[玉京臺] 계시다고
보는 듯이 말을 하니 음양이치[陰陽理致] 고사[姑捨]하고
허무지설[虛無之說] 아닐런가. 한[漢]나라 무고사[巫蠱事]가
아동방[我東方] 전[傳]해 와서 집집이 위[爲]한 것이
명색[名色]마다 귀신[鬼神]일세. 이런 지각[知覺] 구경하소.
천지역시[天地亦是] 귀신[鬼神]이오 귀신역시[鬼神亦是] 음양[陰陽]인줄
이같이 몰랐으니 경전[經傳]살펴 무엇 하며
도[道]와 덕[德]을 몰랐으니 현인군자[賢人君子] 어찌 알리.
#2
금세[今世]는 이러하나 자고성현[自古聖賢] 하신말씀
대인[大人]은 여천지합기덕[與天地合其德] 여일월합기명[與日月合其明]
여귀신합기길흉[與鬼神合其吉凶]이라 이같이 밝혀내어
영세무궁[永世無窮] 전[傳]했으니 몰몰[沒沒]한 지각자[知覺者]는
옹총 망총 하는 말이 지금은 노천[老天]이라
영험[靈驗]조차 없거니와 몹쓸 사람 부귀[富貴]하고
어진사람 궁박타고 하는 말이 이뿐이오
약간[若干]어찌 수신[修身]하면 지벌[地閥]보고 가세[家勢]보아
추세[趨勢]해서 하는 말이 아무는 지벌[地閥]도 좋거니와
문필[文筆]이 유여[裕餘]하니 도덕군자[道德君子] 분명[分明]타고
모몰염치[冒沒廉恥] 추존[推尊]하니 우습다 저 사람은
지벌[地閥]이 무엇이게 군자[君子]를 비유[比喩]하며
문필[文筆]이 무엇이게 도덕[道德]을 의논[議論]하노.
#3
아서라 너희사람 보자 하니 욕[辱]이 되고
말하자니 번거[煩擧]하되 나도 또한 이 세상에
양의사상[兩儀四象] 품기[稟氣]해서 신체발부[身體髮膚] 받아내어
근보가성[僅保家聲] 사십평생[四十平生] 포의한사[布衣寒士] 뿐이라도
천리[天理]야 모를소냐. 사람의 수족동정[手足動靜]
이는 역시[亦是] 귀신[鬼神]이오 선악간[善惡間] 마음용사[用事]
이는 역시[亦是] 기운[氣運]이오 말하고 웃는 것은
이는 역시[亦是] 조화[造化]로세 그러나 한울님은
지공무사[至公無私] 하신마음 불택선악[不擇善惡] 하시나니
효박[淆薄]한 이 세상[世上]을 동귀일체[同歸一體] 하단 말가.
#4
요순지세[堯舜之世]에도 도척(盜跖)이 있었거든
하물며 이 세상에 악인음해[惡人陰害] 없단 말가.
공자지세[孔子之世]에도 환퇴[桓&]가 있었으니
우리역시 이 세상에 악인지설[惡人之說] 피[避]할 소냐.
수심정기[守心正氣] 하여내어 인의예지[仁義禮智] 지켜두고
군자[君子]말씀 본[本]받아서 성경이자[誠敬二字] 지켜내어
선왕고례[先王古禮] 잃잖으니 그 어찌 혐의[嫌疑]되며
세간오륜[世間五倫] 밝은 법[法]은 인성지강[人性之綱]으로서
잃지 말자 맹세[盟세]하니 그 어찌 혐의[嫌疑]될꼬
성현[聖賢]의 가르침이 이불청[耳不聽] 음성[淫聲]하며
목불시[目不視] 악색[惡色]이라 어질다 제군[諸君]들은
이런 말씀 본[本]을 받아 아니 잊자 맹세[盟세]해서
일심[一心]으로 지켜내면 도성입덕[道成立德] 되려니와
번복지심[飜覆之心] 두게 되면 이는 역시[亦是] 역리자[逆理者]요
물욕교폐[物慾交蔽] 되게 되면 이는 역시 비루자[鄙陋者]요
헛말로 유인[誘引]하면 이는 역시 혹세자[惑世者]요
안으로 불량[不良]하고 겉으로 꾸며내면
이는 역시 기천자[欺天者]라 뉘라서 분간[分揀]하리
이같이 아니 말면 경외지심[敬畏之心] 고사[姑捨]하고
경명순리[敬命順理] 하단 말가. 허다[許多]한 세상악질[世上惡疾]
물약자효[勿藥自效] 되었으니 기이[奇異]코 두려우며
이 세상[世上] 인심[人心]으로 물욕제거[物慾除去] 하여내어
개과천선[改過遷善] 되었으니 성경이자[誠敬二字] 못 지킬까
일일[一一]이 못 본 사람 상사지회[相思之懷] 없을 소냐.
두어귀 언문가사 들은 듯이 외워내어
정심수도[正心修道] 하온 후에 잊지 말고 생각하소.
8. 흥비가[興比歌] (93구절[九三句節] 계해[癸亥])
#1
시운벌가벌가[詩云伐柯伐柯]하니 기측불원[其則不遠]이라
내 앞에 보는 것을 어길 바 없지마는
이는 도시[都是] 사람이오. 부재어[不在於]근이로다
목전지사[目前之事] 쉬이 알고 심량[心量]없이 하다가서
말래지사[末來之事] 같잖으면 그 아니 내한[恨]인가
이러므로 세상일이 난지이유이[難之而猶易]하고
이지이난[易之而難]인줄을 깨닫고 깨달을까
#2
명명[明明]한 이 운수[運數]는 다 같이 밝지마는
어떤 사람 저러하고 어떤 사람 이러한지
이리촌탁[忖度] 저리촌탁[忖度] 각각[各各]명운 분명하다
의아[疑訝]있는 그 사람은 천고청비[天高聽卑] 그 문자[文字]를
궁사멱득[窮思覓得] 하여내어 제 소위[所謂] 추리라고
생각나니 이뿐이오 그런고로 평생소위[平生所爲]
일변[一邊]은 교사[狡詐]하고 일변은 가소로다
한울님이 높으시나 청비문자[聽卑文字] 겁[怯]을 내서
말은 비록 아니하나 심사[心思]를 속여 내어
이 운수[運數]가 어떠할지 탁명[托名]이나 하여보자
모든 친구[親舊] 유인[誘引]하여 흔연대접[欣然待接] 하는 듯다.
아서라 저 사람은 네가 비록 암사[暗詐]하나
한울님도 모르실까 그중[中]에 몰각자[沒覺者]는
조석지우[朝夕之憂] 있지마는 없는 것 구[求]해가며
온포지공[溫飽之供] 착실[着實]하여 소위통정[所謂通情] 하는 말이
성운성덕[盛運盛德] 우리도유[道儒] 여사애당[如斯愛黨] 하거니와
심지상통[心志相通] 아니할까 묻잖는 그 말이며
청[請]찮은 그 소리를 툭툭 털어 다하자니
그 모양[貌樣] 오작할까 교사[狡詐]한 저 사람은
좋은 듯이 듣고 앉아 중심[中心]에 하는 말이
내복[福]인가 내복인가 열세 자가 내복[福]인가
어찌 이리 좋은 운수[運數] 그때부터 없었는고.
영험[靈驗]되고 좋은 말은 귀 밖으로 다 버리고
그중[中]에 불미지사[不美之事] 달게 듣고 모아내어
흉중[胸中]에 가득하면 마지못해 떠나가니
삼복염증[三伏炎蒸] 저문 날에 소리하고 오는 짐승
귀에 와서 하는 거동 정분[情分]도 있는 듯고
이 세상 풍속[風俗]됨이 음해[陰害]가 주장[主張]이라
통기[通奇]하고 오자하니 의심[疑心]없이 앉았다가
말초[末梢]에 해[害]가미쳐 막지기단[莫知其端] 아닐런가.
이웬일고 이웬일고 먼저 우는 그 짐승은
해아지심[害我之心] 두게 되면 소리하기 뜻밖이오.
이웬일고 이웬일고 아무려나 살펴보자
적은 듯 기다리니 그놈자취 분명[分明]하다
지각[知覺]없다 지각없다 이내사람 지각없다
저 건너 저배남ㄱ에 배가 어찌 떨어져서
만단의아[萬端疑訝] 둘 즈음에 가마귀 날아가서
즉시파혹[卽時破惑] 하였더니 지각[知覺]없다 지각없다
이내사람 지각없다 백주대적[白晝大賊] 있단 말을
자세히도 들었더니 지각없다 지각없다
이내사람 지각없다 포식양거[飽食揚去] 되었으니
문장군[蚊將軍]이 너 아니냐.
#3
그중[中]에 현인달사[賢人達士] 내말잠깐 들어보소.
합기덕[合其德] 알았으니 무위이화[無爲而化] 알지마는
그러나 자고급금[自古及今] 사사상수[師師相授] 한다 해도
자재연원[自在淵源] 아닐런가. 일일이 거울해서
비야흥야[比也興也] 하였으니 범연간과[凡然看過] 하지 말고
숙독상미[熟讀賞味] 하였어라
#4
칠팔세[七八歲] 글을 배워 심장적구[尋章摘句] 하여내어
청운교 낙수교에 입신양명[立身揚名] 할 마음은
사람마다 있지마는 깊고 깊은 저 웅덩에
진심갈력[盡心竭力] 지은 글을 넣고 나니 허무[虛無]하다
천수[遷授]만 바라다가 많고 많은 그 사람에
몇몇이 참예[參預]해서 장악원[掌樂院] 대풍류[大風流]로
삼일유가[三日遊街] 기장[奇壯]하다 이일저일 볼작시면
허무[虛無]하기 다시없어 아니 가자 맹세[盟세]해도
내 운수[運數] 내가 몰라 종종이 다니다가
이내마음 마칠진댄 그 아니 운수 런가.
#5
원처[遠處]에 일이 있어 가게 되면 내가 이[利]코
아니 가면 해[害]가되어 불일발정[不日發程] 하다가서
중로[中路]에 생각하니 길은 점점[漸漸] 멀어지고
집은 종종 생각나서 금[禁]치 못한 만단의아[萬端疑訝]
배회노상[徘徊路上] 생각하니 정녕[丁寧]히 알작시면
이 걸음을 가지마는 어떨런고. 어떨런고.
도로회정[回程] 하였더니 저사람 용렬[庸劣]하고
글 네자 밝혀내어 만고사적[萬古事蹟] 소연[昭然]하다
아홉 길 조산[造山]할 때 그 마음 오작할까
당초[當初]에 먹은 생각 과불급[過不及] 될까 해서
먹고먹고 다시 먹고 오인육인[五인六인] 모을 때는
보고나니 자미되고 하고나니 성공[成功]이라
어서하자 바삐 하자. 그러그러 다해갈 때
이번이나 저번이나 차차차차 풀린 마음
조조해서 자주보고 지질해서 그쳤더니
다른 날 다시 보니 한소쿠리 더했으면
여한[餘恨]없이 이룰 공[功]을 어찌 이리 불급[不及]한고
이런 일을 본다 해도 운수는 길어지고
조가튼 잠시로다 생각고 생각하소.
#6
연포[連抱]한 좋은 남이 두어 자 썩었는들
양공[良工]은 불기[不棄]라도 그 말이 민망[憫惘]하다
장인[匠人]이 불급[不及]하여 아니 보면 어찌하리.
#7
그 말 저 말 다하자니 말도 많고 글도 많아
약간[若干]약간 기록[記錄]하니 여차[如此]여차 우여차[又如此]라
이글보고 저글보고 무궁[無窮]한 그 이치[理致]를
불연기연[不然其然] 살펴내어 부야흥야[賦也興也] 비[比]해보면
글도 역시[亦是] 무궁[無窮]하고 말도역시 무궁이라
무궁히 살펴내어 무궁히 알았으면 무궁한 이울 속에 무궁한 내아닌가
9. 검결[劍訣] (신유작[辛酉作])
시호[時乎]시호 이내시호 부재래지[不再來之] 시호[時乎]로다
만세일지[萬世一之] 장부[丈夫]로서 오만년지[五萬年之] 시호[時乎]로다
용천검[龍泉劍] 드는 칼을 아니 쓰고 무엇 하리.
무수장삼[舞袖長衫] 떨쳐입고 이 칼 저 칼 넌즛 들어
호호망망[浩浩茫茫] 넓은 천지[天地] 일신[一身]으로 비켜서서
칼 노래 한 곡조[曲調]를 시호시호 불러내니
용천검[龍泉劍] 날랜 칼은 일월[日月]을 희롱[戱弄]하고
게으른 무수장삼[舞袖長衫] 우주[宇宙]에 덮여있네
만고명장[萬古名將] 어디 있나 장부당전[丈夫當前] 무장사[無壯士]라
좋을시고 좋을시고 이내신명[身命]좋을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