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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 마지막 이야기는 "실리콘밸리의 하드웨어 혁명, 1인 제조업시대를 연다" 입니다.
실리콘밸리에는 하드웨어 개발에 적합한 환경이 조성되면서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에 이어 하드웨어에까지 벤쳐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인터넷 시대, 롱테일(Long tail) 이론으로 경영 패러다임을 이끈 크리스 앤더슨(Chris Anderson)은 곧 1인 제조업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제조업은 통상 규모의 경제가 기본이며 대규모 자본투자, 인력, 생산설비, 물류 등 복잡한 요소들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데 어떻게 1인 제조업이 가능할까?
전 세계 정보통신, 창업과 혁신의 메카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최근 실리콘밸리에서는 하드웨어 창업에 대한 자본 투자가 활발하다. 하드웨어 인프라의 혁신이 현지의 독특한 문화, 창업 지원 기능과 접목되면서 새로운 하드웨어 생태계 혁명을 예고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2013년 하드웨어 분야 창업이 전년 대비 55%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2013년 미국 벤처캐피털(Venture Capital)의 하드웨어 투자 규모도 8억 5,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배 증가했다. 특히 벤처캐피털이 초기 자본조달 규모가 크고 투자 회수 기간이 긴 하드웨어 분야로의 투자를 확대했다는 것은 의미 있는 변화다. 이러한 트렌드는 미국 벤처캐피털협회의 통계자료에서도 엿볼 수 있다. 2000년대 정보기술 거품 시대를 전후로 벤처캐피털 투자 비중이 가장 높았던 네트워킹 장비가 근 10년 만에 다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서비스를 기반으로 성장한 글로벌 기업들도 풍부한 현금성 자산을 바탕으로 하드웨어 분야로 사업 확장을 꾀하고 있다. 저명한 벤처캐피털 투자가인 프레드 윌슨(Fred Wilson)은 “현재의 하드웨어는 누구나 카피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니다. 인터넷연결을 기반으로 한 소프트웨어가 결합된 하드웨어이며, 이런 하드웨어는 소프트웨어를 발전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갖는다”라고 지적했다. 즉, 현재의 하드웨어는 복잡성을 띠고 있어서 그만큼 하드웨어 사업 선점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구글은 현금성 자산 580억 달러를 바탕으로 2013년 한 해에만 18개 기업을 M&A했다. 그중에서 가장 공을 들인 것은 스마트 온도조절기를 생산하고 있는 기업 네스트(Nest) 인수였다. 하드웨어 주력 기업이지만 애플도 2014년 8월 30억 달러를 투자해 프리미엄 헤드폰을 생산하고 있는 비트 일렉트로닉스(Beat Electronics)를 M&A함으로써 하드웨어 인수 분위기에 동참했다.
아마존은 자체 브랜드로 하드웨어 시장에 뛰어들었다. 2014년 4월 셋톱박스(Set Top Box, 디지털망을 통해 비디오 서버로부터 전송된 압축신호를 원래의 영상과 음성으로 복원하는 장치)를 출시하는 한편, 배달서비스를 위한 드론(Drone) 사업을 공개했다. 이 밖에도 2014년 6월에는 자체 브랜드인 ‘파이어폰(Fire Phone)’을 공개하는 등 향후 아마존의 행보가 주목된다.
이처럼 미국 글로벌 기업들은 자체 R&D를 통한 유기적 성장(Organic Growth)보다는 성장성이 엿보이는 창업 기업을 골라 펀딩부터 인큐베이션까지 책임지는 투자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기술의 빠른 발전이 글로벌 기업에게도 따라잡기 버거운 상황이다 보니 새로운 기술을 실험적으로 추진하는 창업 기업이 한층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방향은 지금 현재 하드웨어를 향하고 있다.
2014년 3월 오큘러스VR(Oculus VR)를 창업한 21세의 팔머 러키(Palmer Luckey)는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페이스북이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 장치를 개발하는 오큘러스를 20억 달러에 M&A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사실 팔머 러키는 주의력결핍장애로 홈스쿨링으로 공부했으며 누가 보기에도 대단해 보이는 재원은 아니었다. 평소 가상현실을 다룬 영화나 게임을 즐겼던 그는 VR 고글을 46개나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하나같이 너무 무겁고 느리고 시야가 제한적이어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던 중 16세에 남가주대학교(USC) 가상현실 연구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면서 그는 가상현실 고글 제품 개발에 돌입하게 되었다. 이때 우연히 둠(Doom)을 비롯한 3D 게임 프로그래머로 유명한 존 카맥(John Carmack)의 눈에 들어 업계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는 2012년 미국의 대표적인 크라우드 펀딩서비스인 킥스타터(Kickstarter)를 통해 240만 달러의 투자금을 모아 시제품을 만들었고 짧은 시간 내에 성공신화를 일궜다.
소규모 하드웨어 창업 분야에서도 이런 꿈같은 일이 일어나는 곳이 바로 실리콘밸리다. 실리콘밸리만의 혁명적인 하드웨어 창업 생태계가 이를 가능케 한 것이다.
3D 프린터 혁명이 가져온 기회들
3D 프린터는 1990년대 최초로 발명된 이래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499달러짜리 보급형 3D 프린터가 출시되고 3D 프린팅 대행업체가 등장하는 등 그 사용이 점차 보편화되고 있다. 3D 프린팅의 확산은 제조업 전반에 혁신을 불러일으켰다. 이를 사용하면 복잡하고 어려운 금형을 제작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3D 프린터의 개발로 인해 제품의 소량 생산이 가능해졌으며 언제든 손쉽게 제품의 프로토타입(Prototype)을 제작할 수 있게 됐다. 결국 아이디어와 디자인만 있으면 언제든지 프로토타입을 제작해서 시장의 반응을 살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혁신은 생산관리 측면에서 제조 사이클(Manufacturing cycle)을 단축시키고 신제품의 마케팅 콘셉트를 짜고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기까지의 시간(Time to market)을 획기적으로 줄임으로써 제조업의 혁신을 가능케 한다.
사실 3D 프린터 사용의 장벽이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소규모 창업자에게 있어서는 소재(Material)에 대한 비용 부담, 사용법 습득 등 3D 프린팅을 활용하는 데에 많은 어려움이 남아 있다. 이러한 이유로 1인 창업은 3D 프린터가 현대의 2D 프린터만큼 대중화된 이후에나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들린다.
테크숍, 제조업의 혁명을 이끈다
실리콘밸리 기업가들의 성공 스토리에는 항상 차고(Garage)가 등장한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구글의 래리 페이지(Larry Page) 등은 모두 차고에서 창업을 했다. 미국에서 차고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자신의 창작물에 몰입할 수 있게 해주는 공간이다. 이러한 차고 개념에 더해 하드웨어 창업에 특화된 공간이 바로 테크숍(Techshop)이다.
테크숍 <출처: www.techshop.ws>
미국 전역 열 곳에 설치된 테크숍은 3D 프린터부터 각종 제조설비와 기기, 하드웨어 생산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갖추고 있어 누구나 월 175달러만 내면 이를 활용할 수 있다. 특히 테크숍에서는 연중 다양한 강좌와 교육 프로그램이 개최돼 하드웨어 창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어려운 3D 프린팅 방법도 배울 수 있다. 따라서 테크숍에 가입하면 3D 프린터 사용이 보다 자유로워질 것이다. 구체적인 아이디어와 도면만 가지고 있다면 누구든 시제품을 만들어볼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크라우드 펀딩, 숨은 주역으로 역할하다
소프트웨어 창업은 사무실에 컴퓨터를 비롯한 최소한의 장비만 구비해도 가능하지만, 하드웨어 창업에는 공장 등 생산요소를 구비하기 위한 자본투자가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벤처캐피털들은 시장성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투자를 꺼리게 마련이다. 이들을 설득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1인 제조업이라고 하면 누가 선뜻 투자하겠는가? 실리콘밸리에서 이 틈을 메워주는 것이 바로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이다.
크라우드 펀딩은 중계 사이트에서 온라인을 통해 진행하거나 사업계획을 등록해 불특정 다수의 일반인에게 기부 형식으로 자금을 모으는 방식이다. 일반인 투자자들의 경우 소액으로 투자에 참여하기 때문에 투자금 회수에 대한 위험부담이 크지 않다는 점이 장점이다. 이런 투자자들은 자본 투자가라기보다는 서포터즈에 더 가깝다. 이들이 실리콘밸리의 창업과 혁신에 숨은 주역들이다.
페블와치 <출처: www.kickstarter.com>
크라우드 펀딩의 또 다른 장점은 소규모 창업은 벤처캐피털 앞에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시현할 기회를 잡기조차 어려운 것이 현실이지만, 크라우드 펀딩으로 일단 화제가 된 기업은 오히려 이후에 벤처캐피털들의 투자 대상으로 주목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크라우드 펀딩이 하드웨어 창업가에게는 동아줄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다.
대표적인 중계 사이트 킥스타터가 2013년 발표한 주목할 만한 기업 1위부터 3위가 모두 하드웨어 업체였다. 스마트 시계를 선보인 페블와치(Pebble Watch), 가상현실기기를 내세운 오큘러스, 게임 콘솔을 내건 오우야(OUYA)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각각 1,050만 달러, 240만 달러, 860만 달러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실리콘밸리의 창업 생태계, 이상이 현실에 투영되다
현재 실리콘밸리에서는 소규모 하드웨어 창업이 활발하다. 구체적인 아이디어와 실천 계획만 있으면 누구나 토지나 공장, 생산설비 없이도 시제품을 생산할 수 있고 이에 필요한 자본도 온라인을 통해 확보 가능하다.
스탠퍼드대학(Stanford University), UC버클리(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새너제이주립대(San Jose State University) 등 우수 대학의 인력 풀(Pool)도 풍부하다. 창업 이후에도 기업공개(Initial Public Offering, IPO) 외에 글로벌 기업, 자본투자가에게 기업을 매각하는 등 회수 시장도 활발하기 때문에 창업가들의 부담이 적다. 실제로 실리콘밸리에서는 많은 창업가가 창업에 성공한 이후 안주하기보다는 또 다시 창업을 하는 경우를 흔치 않게 볼 수 있다. 쇼핑 애플리케이션으로 유명한 숍킥(Shopkick)을 공동창업한 시리악 로딩(Cyriac Roeding)은 CMO 창업 이후에도 계속해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구상하는 창조 경제 창업 생태계의 이상적인 모습이 실리콘밸리에서는 정부나 외부의 조정 기능 없이도 현실의 필요에 의해 잘 돌아가고 있다. 이러한 생태계는 1인 제조업이 실현될 수 있는 이상적인 공간을 제공한다.
조력자의 도움을 적극 수용하라
투자를 받아 시제품을 만들었다고 끝이 아니다. 제품의 시장 반응을 살펴보고 소비자의 취향에 부합하는지, 또 특허출원을 해야 하는지 등 제조 이후 단계에서 지원해줄 전문가가 절실하다. 샌프란시스코에 소재한 창업 엑셀러레이터 HAXLR8R은 하드웨어 창업기업만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데, 제품의 시장성 극대화와 법률, 특허 등 전반적인 분야를 지원한다. 그 외에도 레벨2 인더스트리랩(Level2 Industry Lab), 렘노스랩(Lemnos Lab), 볼트(Bolt), PCH 인터내셔널(PCH International), 알파랩 기어(AlphaLab Gear) 등 여러 제조 스타트업을 위한 보육 기관이 있으며 이들의 투자 및 조언 대상은 피트니스 밴드, 드론, 센서, 항공위성, 로봇, 자동차 부품까지 다양하다.
KOTRA의 미국 실리콘밸리 무역관도 창업지원센터를 통해 사무공간과 행정 지원, 주기적인 멘토링, 벤처캐피털과의 창업 워크숍, 현지 네트워킹 등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에 도착하면 사소하게는 우편물을 받을 주소와 전화번호부터 필요한데 이러한 창업 공간이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당신도 창업가
HAXLR8R 공동설립자이기도 한 에스오에스벤처스(SOSventures)의 사이릴 데버스웨일러(Cyril Ebersweiler)는 제조업의 미래 전략에 대해 “하드웨어에도 이제 린(Lean)의 개념이 등장해야 한다. 공장을 짓고 생산설비를 설치하는 대규모 사업이라는 관념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의 빠른 기술 발전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요소는 모두 빼고 제조업의 몸체를 가볍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의 파이낸셜 디스트릭트(Financial District)는 뉴욕의 월스트리트처럼 세련된 금융자본이 넘쳐흐르는 곳이었는데 최근에는 이곳에서도 창업 기업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사무실 임대료가 비싸기로 유명한 이곳에 정장 차림이 아닌 반바지에 샌들을 끌고 다니는 엔지니어들을 보면 이색적이기까지 하다. 최근에는 파이낸셜 디스트릭트 소재 스타트업(12개사)과 인큐베이터(3개 기관), 에인절투자가들이 모여 매달 만물인터넷 모임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들 창업 기업은 모두 1인 또는 소규모로 출발했다.
한국은 정보기술이 주력 산업이다 보니 실리콘밸리의 성장 패턴을 그대로 따라왔다. 우리가 지향하는 창조 경제의 이상적인 모습은 실리콘밸리에 구현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실리콘밸리를 보면 한국의 미래 성장 모습을 예상할 수 있다. 이제 한국의 기업가들도 대규모 자본투자가 수반되는 전통 제조업보다는 린(lean·과다 생산, 필요없는 공정단계와 이동 등의 낭비요소를 제거하고, 노력, 설비, 시간, 공간을 덜 투여하고도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의 개념을 고려한 소규모 하드웨어 창업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첫댓글 실리콘벨리가 1인제조업 시대도 선도하는군요. 벤처 창업, 자금조달, 제품 PR, 상장, 회수, 재투자로 선순환하는 venture ecology in Korea를 기대하게하는 좋은 글! 용규야 힘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