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중구 중앙동의 '삼천포 붕장어탕'. 구구한 설명이 필요 없다. 삼천포(행정구역이'사천'으로 바뀐 지 오래지만 고향의 이름은 좀처럼 잘 안 바뀐다)에서 가져온 붕장어로 만든 탕이 좋은 집이다. 재료의 원산지와 메뉴가 확실해서 좋다. 점심 때면 줄을 선다는 이야기를 듣고 넉넉하게 오후 2시쯤 갔다.
장어탕 국물은 추어탕과도 비슷하다. 장어 살은 곱게 갈아 내렸는데 장어 몸통도 제법 들었다. 마늘, 고추, 산초, 방아를 취향껏 넉넉히 넣으면 된다. 구수한 냄새가 스트레이트로 한방 먹인다면, 진한 국물은 강력한 어퍼컷 펀치다. "좋다, 좋아, 아우…." 비명 같은 감탄사만 나온다. 이게 6천 원이니 마음도 가볍다. 전복 한 마리만 더 들어간 8천 원짜리 '특'도 있다. 멍게젓갈, 해삼초무침 등 그때그때 달라지는 반찬에 들어간 정성이 보통이 아니다.
알고봤더니 이 집 장어탕은 '장어 곰탕'이었다. 장어와 함께 사골을 넣어 국물을 만든단다. 구수하고 묵직한 국물 맛의 비결은 거기에 있었다. 조옥렵 대표는 사골이 들어가기 때문에 비릿한 맛도 잡을 수 있다고 했다. 물론 장어의 비린 맛을 제거하는 데에는 이외에도 여러가지 비법이 있다. 말 그대로 비법이라 자세히 말해 주지는 않는다. 특별한 잎을 사용한다는 것까지만 밝혔다.
장어탕 이외에 맛을 보려고 찍어둔 메뉴가 몇 개 있다. 첫번째, 장어 살이 통째로 들어간다는 장어전. 파전, 고추전, 부추전, 배추전, 호박전, 새우전, 육전까지 다 먹어봤지만 장어전은 아직이다. 장어전은 밤에만 나온다.
두 번째는 이 집 만의 이색 메뉴인 생김치백반. 평균 잡아 낮 12시 5분쯤에 매진된단다. 하루에 30개가량만 하기 때문이다. 왜 더 안 하나? 장어탕에 주력하기 때문이란다. 그날 아침에 만든 생김치(배추 겉절이)에 매일 바뀌는 국이나 찌개로 한 상 차림이 나오는 것이다. 생김치백반은 젊은 여성이 좋아한단다.
세 번째는 장어연탄구이다. 요즘 같은 여름철에 이만한 안주가 있을까. 연탄불에 미리 다 구워 내놓으니 먹기에도 좋다. 이 또한 저녁에만 나온단다.
조 대표는 "그날 무슨 메뉴를 할지는 아침에 삼천포(사천)에서 물건이 와 봐야 안다"고 말한다. 토·일, 공휴일마다 쉬는 집은 처음 봤다. '인자무적(仁者無敵)'이라고 적힌 글귀가 잘 어울린다.
장어탕 6천 원, 생김치백반 5천 원, 장어연탄구이 1인분 1만 원, 장어전 1만 원. 오전 9시∼오후 9시에 마지막 주문. 토·일, 공휴일 휴무. 부산 중구 중앙동 4가 80의 9. 중부소방서 뒤편 두 번째 골목. 051-463-94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