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idden Masterpiece part II. 展
강애란 · 김근태 · 김춘수 · 우국원 · 유봉상 · 이세현 · 이정웅 · 정해윤 · 홍경택
갤러리비케이 이태원 · 갤러리비케이 한남
2023. 1. 12(목) ▶ 2023. 2. 9(목)
Venue1: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42길 56BK Itaewon 전관
Venue2: 서울시 용산구 대사관로 25 BK Hannam 전관
www.gallerybk.co.kr
강애란 作_Modern Art_Acrylic on shaped canvas, LED lighting_149x92x3.5cm_2014
전시서문
최민지, Gallery BK 부관장
서울 한남동 Gallery BK는 지난 2022년 1월, 국내외 미술시장에서 방향성을 제시해온 영향력 있는 14인 거장들의 대규모 그룹전 <The Hidden Masterpiece part I. >을 기획한 바 있다. 1년 전 당시 미술계에 큰 이슈가 되었던 이 전시를 시작으로 2023년 1월, 9인의 중견 및 거장이 함께하는 <The Hidden Masterpiece part II. >를 새롭게 기획하였다. 이번 기획전에 소개되는 9인의 작가들은 국내는 물론 해외 컬렉터들에게도 사랑과 관심을 받음과 동시에 자신만의 화풍으로 견고한 미학의 세계를 알리고 있으며 이들의 활동은 한동안 침체되어 있던 국내 미술 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거대한 붉은 산수의 형태는 작가 이세현이 스스로 경험하고 인지해온 대상의 모습에 대한 감정 일반을 확장적으로 해부한 뒤 그 과정 그대로 화폭 위에 옮겨 담아낸 것이다. 자신만의 작풍으로 경험의 순간을 투영시키는 방식은 붉거나 푸른, 간혹 찬란한 색을 머금은 채 마음 속 깊은 웅장함을 선사한다. 작가 유봉상은 촘촘한 무두 못(headless pin) 사이 짙게 피어오르는 자연의 이면을 보여줌으로써 사실적 배경 설정과 객관적 세부 묘사를 더해 사색의 시간에 잠영하도록 한다. 단색화의 계보를 잇는 작가 김근태는 석분(돌가루)의 사용으로 재료의 물성을 살리고 물질적 속성에 대한 탐구를 보여준다. 그가 선보이는 화면은 깊이감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켜켜이 쌓아 올려진 물감을 바탕으로 현대적 인간 군상의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작가 김춘수의 울트라 마린, 단 하나의 색은 깊은 심연을 연상시키며 무언의 울림을 전달한다. 그는 선과 면의 겹을 쌓아 여러 번의 반복된 행위를 통해 유토피아에 대한 그리움과 갈망, 그리고 자연의 순수성에 대한 끝없는 동경의 의미를 담아낸다. 이렇듯 공간을 가득 채우는 각기 다른 화면들의 조용한 움직임은 거시적으로는 작가들의 견고한 경험을 탐구하게 하고 미시적으로는 그들의 오랜 시간 동안의 단계적 성찰과 사상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함으로 전달자와 체험자의 감정이 결정적인 합을 이루도록 만든다.
김근태 作_2021-147(숨)_Mixed media on canvas_130x162cm_2021
고요한 산수 풍경과 잔잔한 물결같은 화면 위로 묵직하고 강하게 지나가는 붓 터치, 작가 이정웅의 ‘stroke’의 흐름이다. 그의 붓 작업은 구상과 추상, 동양과 서양, 실제와 재현의 다양한 개념과 모습이 공존함을 보여주며 감상자에게 새로운 탐미의 기회를 제시하고 있다. 작가 강애란의 빛을 머금은 책(lighting books)의 군집은 내뿜는 빛을 통해 책의 고정된 내용과 그 물성을 벗어나 현대 사회의 이슈를 반영하는 다양한 주제로의 확장을 의미한다. 작가 정해윤이 날려 보내는 박새의 날갯짓이 시각적 파동을 불러일으키는 순간 서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개별의 삶이 모여 공동체를 이루는 형태로 무리 짓는 광경을 맞이하게 한다. 흐트러짐 없는 오브제의 세밀한 정확도, 화려한 이미지와 색감의 반복은 작가 홍경택의 현대인의 집착적인 욕망과 대중적인 것에 대한 자신만의 첨예한 시각과 관점을 투여한 것으로 리듬감 있는 색채의 향연을 선사한다. 아이의 순수함을 담은 듯한 이미지와 밝고 경쾌한 컬러팔레트를 보여주는 작가 우국원의 작업은 화면 위에 풀어내는 이야기가 자신의 감정으로부터 출발한다는 점과 서정적인 아름다움과 강렬하게 표출되는 의식의 흐름을 상기시킨다는 점에서 화면과 자신 사이의 교감에 얼마나 집중했는지를 보여준다.
근대 미학의 출발점이자 예술철학의 정초로 간주되는 독일의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 1724-1804)는 예술가를 감성적 이념의 창조자로 정의하면서 예술 내에는 그 이념이 동반되어 관람자에게 전달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말하는 감성적 이념이란 상상력의 표상을 의미하는 것으로 어떠한 개념이나 언어도 그 표상에 도달하여 설명하기는 어렵다. 이는 유사한 표상에 대한 전망을 열어줌으로 예술이란 경험을 통해 인지하는 것이 아닌 인간의 인식 능력과 상관없이 그 자체로 보편적이고 이해적이라는 것이다. 작품이라는 전달의 수단 자체가 관람자를 통해 명확히 이해가 되고 그 둘 사이의 합이 정의가 되는 순간이야말로 예술가가 제시하는 선험적 관념을 가장 빠르게 탐미할 수 있는 지름길이 아닐까 한다.
우리가 마주한 아홉 명의 작가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과연 어떠한 영향을 발현하고 있는가? 각각의 작품에서 보여지는 그들의 주관적 호소는 객관적인 당위성으로 우리 감정의 유출을 이끌어낸다. 더불어 단순히 아름다운 이미지로 치부되는 것이 아닌 그 기저에는 칸트의 사상에 빗대어 그들이 작품에 불어넣은 감성적 이념과 자신들만의 성찰의 결과물이 관람자인 우리에게 전달됨으로써 결합과 화합을 이루어내는 심미적 체험을 가능케 할 것이다.
김춘수 作_ULTRA-MARINE 22139_Oil on canvas_152x150cm_2022
우국원 作_Bluebird_Oil on canvas_259.1x193.9cm_2020-2022
유봉상 作_JJ20221129_Headless pin, acrylic on wood_100x150cm_2022
이세현 作_Between Red_Oil on linen_250x250cm
이정웅 作_BRUSH_Oil and mixed media on canvas_100x195cm_2021
정해윤 作_Relation_Acrylic on thick mulberry paper_117x91cm_2022
홍경택 作_서재-예언자(Library-a prophet)_Acrylic and oil on linen_259x194cm_2017-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