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구석구석 노동 없는 데가 어딨나”
[싸우는 여자가 이긴다] 신라대학교 청소노동자 손인자 씨 인터뷰
김미르
| 기사입력 2021/07/21 [16:56]
<일다>기사원문
https://www.ildaro.com/9097#
지난 2월 말에 집단 해고됐던 부산 신라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이 농성을 시작한 지 114일만에 일터로 돌아가게 되었다. 이전과 같은 용역업체 소속으로 복귀하는 게 아니다. 신라대학교 총장과 노동조합 측은 지난달 16일, 조합원들을 신규 채용하는 형태로 ‘직접 고용’하고 65세 ‘정년 보장’한다는 합의서에 서명했다.
아직도 많은 대학과 기업, 공공기관에서조차 많은 청소노동자가 ‘간접고용’ 형태로 일하며 고용안정 및 복리후생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때문에 신라대 청소노동자들의 ‘직접고용’ 소식은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다. 무엇보다 이러한 결과가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실 신라대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백 일 넘게 농성을 하고 현장에 복귀한, 청소노동자 손인자 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신라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이 114일간의 농성 끝에, 대학 측과 직접고용, 정년보장 합의서를 쓰고 일터로 복귀했다. 농성장에서 만난 손인자 씨의 모습. (사진: 김미르) |
‘청소노동자 없는 학교’?
올해 초, 신라대학교는 선진화 작업이라며 곳곳의 쓰레기통을 없애기 시작했다. 쓰레기통이 없어지면서 청소 노동 역시 필요 없어졌다며 노동자들은 전원 해고했다. 학교 측은 출생률 저하로 신입생 수가 줄어 등록금이 줄어드니 운영자금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청소노동자들을 해고해야 한다고 했다. “집단해고”가 벌어진 것이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청소노동자가 없는 학교’가 되어버렸다.
정현실 지회장은(민주노총 부산일반노조 신라대학교지회) 조합원들한테 새해 첫 소식으로 ‘해고되었다’는 것을 알려야 했다. 신라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은 고민 끝에 싸우기로 결정했다. 해고를 앞둔 조합원들은 농성을 위해 여러 준비물을 하나둘 모았다. 형형색색의 이불, 전기장판, 냄비, 생수, 가스버너까지 준비를 하고 보니 열악하게나마 농성장이 만들어졌다. ‘집단해고 철회’, ‘직접고용 쟁취’로 요구를 명확하게 내걸었다. 생수병을 활용해서 선전전이나 문화제 때 두들기며 투쟁 도구로 사용했다.
투쟁을 알리는 첫 문화제가 2월 28일에 열렸다. 나 또한 그 자리에 있었다. 투쟁을 막 시작하는 청소노동자들의 눈에는 힘찬 기운이 가득했다. 문화제를 마치고, 주방에 삼삼오오 모여 연대 온 동지들의 저녁 식사를 뒷마무리하는 조합원들의 모습이 바빠 보였다. 뭐라도 돕고 싶은 마음에 가까이 다가가면 ‘연대 와주는 것도 이리 고마운데, 푹 쉬어요’라고 하는데도 발길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주위를 서성이는데 한 조합원이 말을 걸어 주었다. 손인자 씨였다. ‘젊은 사람이 이리 와주고 고맙네요’라는 말을 건네주면서 소소한 대화의 끈이 이어졌다.
부당함이 너무 많아서…노조가 얼마나 절실했는지 몰라
“사람들이 청소일 한다고 하면 조금 그런가 봐. 나는 처음부터 안 그랬어요. 청소일이 어때서. 노동해서 내가 먹고살 수 있는 돈 마련해서 사는 거잖아. 밑바닥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죄짓는 것도 아니고 떳떳하게 노동을 해서 돈 버는 거니까 당당하거든. 누가 창피하다고 하면 나는 그냥 말한다고 해요. 일해서 내 할 도리 하고 사는 거니까. 나는 일하는 내가 좋은 거 같아.”
손인자 씨는 처음 청소 일을 할 때의 상황을 회상했다.
“부당함을 너무 많이 느꼈으니까. 폭발할 지경이었어요. 세상에 학교 건물들 청소하는 건 기본이고 나무 심으라고 해서 나무 심고, 풀 심으라고 하면 풀 심고 잔디 가꾸라고 하면 가꾸고. 그때 처음으로 잔디랑 풀이 다른 건지 알았어.”
그 일을 하고 나면 온몸에 풀독이 오르고 진드기 때문에 간지러웠다고 한다.
“피부병이었어요. 사비로 병원을 다녔어. 그리고 늘 토요일은 일하는 날이었죠. 그것뿐이겠나. 교환교수들 이삿짐 옮기고 나르고 그 집 집안일을 다 했어. 그 수많은 일을 하고서도 최저시급도 안되는 월급을 받았는데, 그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어느 순간 이런 상황이 갑갑하게 느껴지더라고.”
갑갑한 상황을 두고볼 수는 없었다. 예전에 노동조합 홍보를 하러 온 민주노총 부산본부 일반노조 사람들이 생각났다. 노동조합으로 이 상황을 탈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처: “이 세상 구석구석 노동 없는 데가 어딨나” - 일다 - https://www.ildaro.com/9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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