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과 망각 -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 김용진, 박중석, 심인보 저 -
거리마다 “NO. 아베” 라고 적힌 플랜카드가 펄럭이고 있다.
한국사에 길이 남을 새역사가 쓰여질 것 같은 무드이다. 정치 권력이 하지 못한 일을 우리 민초들이 들고 일어섰다.
과연 해방 74년이 되는 이즘에 우리가 선인들이 청산하지 못한 “친일 적폐"를 청산하고 역사의 정기를 바로 잡을 것인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언론, 문학, 예술 등등 골수에 박힌 친일숭배의 뿌리를 뽑아내고 사대주의의 나라가 아닌 우리의 나라로 새롭게 태어날 것인가? 아니면 끓어오르다가 ⌜반민특위⌟처럼 언론 몰이와 색깔론에 시들부들, 유야무야 사라지고 말 것인가?
이성계가 정도전 일파의 도움으로 낡은 나라 고려를 무너뜨리고 새 나라를 세웠다.
태조 이성계는 당연히 고려에 충성하는 구신들을 다 숙청내지, 제거하고 자신과 의기투합을 해서 조선 창업을 위해 피 흘린 부하들을 건국공신으로 세우고 국가 요직에 임명하여 조선의 대계를 튼튼히 하였다.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듯이 새 나라는 새 나라 건설을 위해서 피 흘리고 그 새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을 일꾼으로 세워 출발을 해야 한다. 나라를 팔아먹고 새 나라 건설을 방해하고 독립을 위해 일한 사람들을 잡아 죽이며 동족을 배반한 사람들은 결코 새 나라에서 주요 임무를 맡아서는 안 된다.
그러나 우리 대한민국 역사에는 이변이 일어났다.
새 나라 구석구석에 조선을 멸망시킨 일본의 앞잡이들, 충신들, 친일부역자들, 매국노, 아첨꾼들이 파고들었다.
독립을 위해서 생명 걸고 투쟁한 독립운동가들은 암살당하고 배제된 채, 친일부역자들이 새 나라의 정치를 장악해버린 것이다. 그들의 역사적인 죄가 참으로 크고 무겁다.
1)자기 나라를 멸망시키는데 일조하고,
2)한반도의 일본화를 위해서 충성한 사람들, 적극적으로 친일부역한 자들이 일본 패망에도 불구하고 심판을 받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거꾸로 독립투사와 양민들을 암살하고 괴롭혔다.
3)이승만과 손잡고 반공과 친미로 신분을 그럴듯하게 세탁하여 새 나라의 행정부, 입법부, 군대, 경찰, 검찰 등등의 요직을 차지하였으며 언론과 교육을 장악하여 매국으로 애국의 가치를 전복시켰다.
4)더 나아가서는 그 후손들이 정치, 경제, 언론, 문화, 교육에서 요직을 차지하도록 기득권을 물려주었고 자기들처럼 후손들도 반공, 친미의 밧줄로 한반도의 분단을 고착화시키도록 남북의 평화, 화해, 회복을 영구 불법화 시키는 법과 의식과 문화를 심었다.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에 행사는 요란했지만 친일에 대한 뼈아픈 각성도 없이 우리 역사와 한반도 정황에 실제적인 아무런 변화를 일으키지 않는 요식행위로 그냥 지나가는 듯싶었는데 마침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대법원 배상 판결’이 나왔고 분노한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인하여 바야흐로 과거사 청산전쟁이 시작되었다.
이 위기와 전환의 시간에 보통 사람들이 용이하게 읽으며 'NO 아베'의 함성을 지르며 친일적폐 청산을 진지하게 바르게 할 수 있는
가이드 라인을 줄만한 좋은 책이 있어서 소개한다.
⌜친일과 망각⌟이 바로 그 책이다.
프롤로그에서 그들은 일제 청산의 골든타임을 놓친 것은 해방 직후에는 미군정의 반대 때문이었고, 정부 수립 후에는 친일파와 손을 잡은 이승만정권의 방해공작이었음을 분명히 밝힌다.
반민툭위 와해 이후 친일파 규명 문제는 임종국의⌜친일문학론⌟과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으로 이어졌고 끝내는 국민적 염원으로 2001년 5월 31일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출범하였음을 밝히고 있다.
저자들은 진정한 역사적 화해를 위한 일보를 내딛기 위하여 제 2의 반민특위라 불리는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2005~2009.11.27.)가 3차례에 걸쳐 ‘국가공인’ 친일파로 확정한 1,006명의 친일파 후손 중 중추원 의원과 매국으로 작위를 받은 자들의 후손 1,177명을 찾았다.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확인하고, 선대의 친일반민족행위와 우리 사회 과거사 청산 문제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 물었다.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뼈아픈 장면은 나라를 팔아먹고 동족을 배반한 행위를 해방 후 제대로 단죄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70년이 지난 지금 당사자들을 물리적으로 처벌할 방법은 없다. 그렇다고 후손들에게 그 책임을 묻는 것은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다만 뉴스타파 취재진은 불의가 정의를 대체한 가치의 전복, 매국이 애국을 이긴 뒤틀린 역사를 망각 속에 계속 방치해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친일 반민족행위라는 뿌리가 세월이 흘러 우리 사회에 어떻게 자라나 있는지 확인하고, 친일 후손들이 선대의 잘못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이를 통해 단순히 과거의 청산이 아닌 과거 극복의 길을 모색하고, 치유와 화합으로 나갈 수 있는 단초를 찾아보려고 한다. “
이 책은 문제를 문제 삼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정으로 과거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몸부림의 과정에서 나왔다.
책은 아래와 같이 편집되어 있으며 도표가 있어서 한 눈으로 내용이 쉽게 파악된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었지만 희망적이다.
흥분과 분노보다 저자들의 진지함과 화해와 극복을 원하는 염원이 느껴져서 감동스럽기다.
친일과 망각
1장 프롤로그
1. ‘일제의 압재비’를 처단하라
2. 친일의 역습
2장 어느 친일파 후손의 기억
1. “할아버지는 애국자였다”
2.판타지와 현실
3장 (친일파 후손들의) 성공의 비밀
1. 다른 세상
2. 치일혈통은 머리가 좋다
3. 친일 후손의 선호 직업은?
4. 혼맥으로 얽힌 친일 가문
5. 이들은 왜 고국을 떠났나?
4장 부의 대물림
1. 부와 권세
2. 마지막 보도자료
3. 친일 재산을 찾아라
4. 내 땅을 뺏길 수 없다
5. 역시 강남3구
6. 빙산의 일각
5장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
1. 두 아들은 요절, 셋째는 자동차 운전수
2. 반민특위 김상덕 위원장의 가족사
3. 독립운동가 후손은 4분의 3이 월 소득 200만 원 이하
6장 고백
1. 나는 일제의 주구였다
2. 냉소와 협박
3. 노블레스 오믈리주
4. “나는 김삿갓”
5. 자그레브에서 온 이메일
6. “속이 후련하다”
7장 에필로그
1장 뜻밖의 전화
2장 친일의 길, 항일의 길
3장 공개 사죄 그 후
4장 망각과 기억 사이
맺으며
안타깝게도 국가일급범죄자인 친일부역자들은 재판을 받지 아니하였고 변신의 변신을 꾀하면서 나라와 만족의 앞길을 망쳤다. 해방 후 우리 현대사는 재 빨리 일제 식민지라는 과거의 기억을 지우고 새로운 기억으로 그것을 대체하였다. 분단과 극단적인 반공 이데올로기, 독재정권과 친일, 친미와 반공의 합작 속에서 친일 세력은 우리 사회의 중추를 장악하였고 반공, 친미를 국시로 삼아서 국민들을 세뇌시켜버린 것이다.
학계조차도 친일 문제 연구를 외면하고 과거 친일에 연루된 언론이 문제를 호도하면서 그 대중적인 논의 구조마저 차단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박정희 집권기에는 친일기념사업이 ‘공익보다는 사익, 주관적, 집단적 이익 몰이 등이 기념사업의 주축’이 되었고 그 결과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식민지 시대를 문명개화와 계몽운동, 근대화와 경제 발전기로 보는 미화와 역사 왜곡이다. 더 이상 역사왜곡이 일어나지 않도록 고통과 치욕의 과거를 잊어서는 안 된다.
서독 대통령 바이츠제커는 종전 40주년 기년 국회 연설에서
“지나간 일은 수정되거나 백지화될 수 없다.
그렇지만 과거에 대해 눈을 감는 사람은 현재에 대해서도 장님이 된다.
참회와 속죄 없이는 구원받지 못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고 했다.
이제 친일을 망각지대에서 끌어올려 날카롭게 직시하며 ‘색깔론’의 궤변과 거짓을 뛰어넘어야 할 것이다. ‘공과론’의 정상 참작론에 빠져서 동정표를 던져서도 안 된다. 모두가 다 공범니다고 말하는 ‘공범론’에 대해서는 아니요 라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망각론’은 위험하다. 개인의 죄악은 용서하며 잊을 수 있지만 국가와 나라의 존립과 정통성에 대한 것은 철저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 과거가 재현되지 않도록.
친일 청산은 결코 연좌제가 아니다. 국론을 분열시키는 것도 아니다. 다른 정치 진영이나 정적을 음해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나라의 살 길, 갈 길을 바로 알고 바로 가기 위한 국민적, 역사적 노력의 일환이다.
2019.8.11.주일
우담초라하니
첫댓글 과거에 대해 눈을 감는 사람은 현재에 대해서도 장님이 된다
좋은 글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