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우리나라에도 좋은 소설이 많다. 사랑방손님과 어머니도 그런 소설중의 하나다. 어릴 때 읽었던 느낌이 이 영화를 보면서 다시 느껴지게되었다. 특히 소설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보다 영화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활용하여 선택과 집중을 해서 더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림과 음악은 대표적으로 인간이 즐기는 예술인데 여기서는 쇼팽의 야상곡과 즉흥환상곡으로 책에서는 표현하지 못했던 어머니의 감정을 나타냈다.
어릴때 나도 우물이 있는 풍경에서 살아본적이 있다. 그 때는 냉장고도 없었기 때문에 여름에 수박이라도 시원하게 먹으려면 깊은 우물에서 떠온 시원한 물에 냉각을 하면서 시간은 걸리지만 그만큼 기대도 많이했었다는 생각을 해본다. 신분이라는 것이 어쩌면 재산과도 같이 속박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것도 수확이다.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살고 있는 어느 시골집 사랑방에 서울에서 내려온 화가(김진규)가 손님으로 들게 된다. 그 손님은 며느리 남편의 친구였다. 과부인 며느리와 그 손님 사이엔 피차 연모의 정이 오간다. 과부의 어린 딸(전영선)이 손님을 아빠처럼 따르며 '매개체'역할을 했다. 하지만, 그들은 완고한 집안과 동네의 이목 때문에 끝내 맺어지지 못한 채 헤어지고 만다.
신상옥 감독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이 영화는, 잊혔던 사랑의 정서(情緖)가 과부와 손님 사이에 살며시 되살아 오르다가 자지러져버린, 그런 아쉬움과 미련이 있는 소품(小品)이었다. 아역(兒役) 전영선의 연기가 뛰어났고, 김진규·최은희의 '은근한 사랑'의 연기도 호감이 갔다. 문자 그대로 문예영화의 가작(佳作)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