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라 작가는 세 가지 수식어를 가지고 있다. “데모하는 정보라”와 “강의하는 정보라”, “소설 쓰는 정보라”가 그것이다. 처음에 작가는 이런 세 가지 모습의 자신을 분리하려 했으나 차츰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느껴서 2~3년 전부터는 데모하는 얘기를 작품 속에 쓰고 있다고 한다. 작가는 “2021년 출간한 중·단편집 <그녀를 만나다>에서 시위에 자주 참여하는 할머니가 테러 용의자로 지목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장르문학에서는 꽤 알려진 작가는 “중편』<호>로 제 3회 디지털작가상 모바일 부문 우수상(2011)을, 단편 <씨앗>으로 제 1회 SF 어워드 단편부문 본상(2014)을” 수상했다. 올해 부커상 최종후보에 『저주토끼 』(2017. 아작)가 오르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었다.
『저주토끼 』는 표제작 <저주 토끼>, <머리>, <차가운 손가락>, <몸하다> 등 10편의 단편이 실린 소설집이다. 작가는 이 책에 대해 “쓸쓸한 이야기들의 모음”(p.325)이라고 말한다.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은 단순한 복수극을 다루고 있지 않다. 책에 수록된 첫 단편 <저주 토끼>는 복수극을 표방하고 있지만 그 속에는 산 자의 세상을 떠나지 못 하는 쓸쓸한 영혼이 등장한다. 『저주토끼 』에는 “쓸쓸함”이 한 무더기이다. <머리>의 그녀는 자신보다 가족을 위해 살아가느라 쓸쓸하다. <흉터>의 소년은 혼자 동굴에 버려져서 쓸쓸하고, 도망쳐서 찾아간 인간 세상에서 이방인으로 치부되어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외롭다. <즐거운 나의 집>의 그녀는 남편의 외도에 쓸쓸하고 남편이 저질러 놓은 일들 때문에 슬프고 괴롭다.
책에서는 다양한 객들이 외로운 사람들을 찾아온다. 그리고 자라난다. <머리>의 ‘머리’는 처음 그녀가 보았을 때 “보통 사람 머리의 3분의 2 정도로, 아무렇게나 빚은 찰흙 덩어리 같은 누렇고 희끄무레한 머리통”(p.38)이었는데 점점 사람의 형태를 갖추어간다. <즐거운 나의 집>의 아이는 그녀가 처음 만났을 때 “지하실의 희끄무레한 그림자에 불과했지만” 차츰 “분명한 형체를 가지고 체온과 살갗의 촉감이 확연히 느껴”(p.265)진다. 그것들이 자라는 데 필요한 양분은 인간이 건네는 증오나 미움, 또는 사랑이다. 그것들은 자라나서 양분을 준 사람에게 복수를 하기도 하고 위로를 건네기도 한다.
이 책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불청객같은 그들이 아니라 외롭고 쓸쓸하고 괴로운 사람 옆에 있는 인간들이다. 그들은 배신을 하며, 탐욕을 부리고, 같은 인간을 자신보다 아랫것으로 취급한다. 인간이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과오는 타인이면 누구나에게 해당한다. 부모 자식 간이나 친한 친구 사이에서도 일어난다. 더워지는 여름 조금 서늘한 이야기가 필요하다면 이 책을 권한다. 하지만 주의하시라. 이 책은 그냥 읽고 덮어버리기엔 너무 많은 물음표를 던진다. 작가는 탐욕, 금전우선주의 등 사회 문제를 "客(객)"이라는 존재를 통해서 비틀어 보여주며 질문을 던진다. 그러니 열기 전에 그 질문들에 답 할 준비가 되었는지 자문해 보시라. 준비가 되었다면 책을 읽어도 좋다. 한 번 펼치면 멈출 수 없으니 공복상태에는 읽지 마시길...
첫댓글 밤에 보면 안되겠죠?ㅎ
ㅎ 그럴지도요 ㅋ 대출가능하니 확인해보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