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음악을 사랑했고 학창 시절부터 밴드를 만들어 이태원동 모건물 지하에 연습실을 만들어 놓고 미 8군 영내 공연을 했던 후배입니다. 기타 스윙기법을 비롯하여 이런저런 기법도 후배를 통해 배워 참 쓸모 있게 사용한 적도 많았던 시절이 젊은 날의 시간이었다. 일상에서부터 산악활동까지 함께 많은 시간을 공유했으며 위의 사진처럼 암벽등반도 나를 통해 배우며 숲에서 동고동락하며 주말과 연휴 내내 함께 했던 아끼는 후배였습니다. 후배는 졸업 후 명동입구에 금은방과 세공팀도 만들어 운영하며 당시 나의 결혼식 때 사용할 신랑, 신부 예물도 후배가 직접 나서서 만들어 주었습니다. 아무튼 여러모로 각별한 사이로 지냈으며 심지어 대부가 되어 세례, 견진성사를 받는 자리를 함께 하였습니다. 결혼 전에는 타교 산악부원들과 교류하며 등반을 한 후 일요일 일찍 하산하여 산아래 학교 운동장을 빌려 축구나 야구시합을 하여지는 팀이 저녁식대를 지불하는 조건으로 경기를 벌인적도 많았는데 그 당시 모학교 막내 격인 여학생과 인연이 되어 오누이처럼 행복하게 잘 살던 후배였습니다. 그러다 딸을 시집보낸 후 얼마 있다 대장암이 발병되어 5년 정도 투병생활을 하다 결국 먼저 유명을 달리하는 아픔을 후배는 겪었습니다.
당시 이 사실을 알게 된 후 셋이서 드리이브도 식사도 함께하며 항암치료에 매달렸습니다. 본인도 힘들었지만 후배도 많이 힘들어하며 최선을 다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항암치료가 없는 날에는 삼나무 군락지를 찾아 가 주변에 임대를 얻어 놓고 매일 삼나무 숲으로 가 두 부부는 삼림욕을 하며 병마와 싸워 이기려 상당한 노력을 했습니다. 그러다 거리가 멀어 가고 오는 사이 지치는 아내의 모습이 안타까운지 아내가 항암치료를 받는 사이 나와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길래 하루 시간을 내어 산막으로 데려가 항암치료가 없는 날은 이곳에 와서 숙식을 하며 편하게 지내라고 권했습니다. 두 부부는 좋아하며 머물기 위하여 취사도구와 각종 식재료와 이브자리까지 준비하여 도착하였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보내다 어느 날 다급한 연락을 보내왔습니다. 그리고 동안 치료를 받던 삼성병원에 다시 입원하여 치료 중 부음을 알려왔습니다. 그리고 장례식장은 이대목동병원을 선택했다는 이야기도 전해 왔습니다. 결혼 후 살던 곳이 목동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정한 것입니다. 그렇게 아내를 떠나보낸 뒤 참 쓸쓸하게 보내는 모습이 안쓰러웠습니다. 결국 출가 한 딸이 아버지를 위하여 아버지 아파트 근처로 다시 이사를 와 두 집 살림을 해 나가다
결국 남편과 상의하여 제주도로 이사를 하여 한 집 살림을 시작합니다. 집을 매입한 곳은 바로 이시돌목장 초입 인근이었습니다. 가톨릭신자들인 아버지와 딸에게 많은 조언을 하여 자주 미사와 성지 참례를 하도록 권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연락이 끊어져 버렸습니다. 아무리 축일을 챙기는 인사를 보내도 각종 명절 때와 신년인사를 보내도 응답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러나 후배 동기를 통해 영국으로 전부 갔다는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그래도 과거에 했던 것처럼 소식을 카톡을 이용하여 보내곤 하였지만 응답은 전무하여 주변 사람들에 수소문해 보았지만 다들 모른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러다 23일 토요일 정기 산행이 있는 날 백악에 오르면서 후배의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소식통은 후배와 절친 동기라면서 나에게 후배의 소식을 전해 온 것입니다. 치매에 걸려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전해 온 것입니다. 딸을 통해 전해 들은 이야기라는 주석과 함께~~~
듣는 순간 한 동안 아늑해져 가는 자신의 심리를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결국 아내를 잃은 슬픔을 극복하지 못해 생긴 실의가 결국 후배의 감정을 침몰시켰구나 하는 판단이 섰습니다.. 슬픔이 격해지고 스스로 극복할 수 없는 지경에 도달하게 되면 자신과 함께 그림자마저도 매몰된다는 것을 어느 심리서적에서 본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참 안타깝습니다. 아직 더 건강하게 살아도 될 나이인데 아주 먼 타국에서의 치매생활로서는 완전 고립의 신세를 면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치우지게 되니 너무 가슴 아픕니다. 우리들의 삶 중에 과학으로 치유가 불가능하다는 선고를 받으면 뒤 이어 떠오르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신이 내밀어 주시는 손 길입니다. 이야기를 듣고 온 후 내내 신탁에 의지하며 기도를 드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에서 구원의 기도를 드려봅니다. 주님께서 내밀어주시는 손 길이 필요한 형제입니다. 부디 안아주셔서 지금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도와주시옵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