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241004]
바람은 언덕을 타고/진희
바람개비도 풀도 죽어 있어요
도시에 바람이 불면 바바리는
옷깃을 세워 목표물을 향해 걸어요
이제 막 바다를 건너온 사람에겐
비늘의 반짝임조차도 사랑이겠죠
오토바이는 왜 사람을 태워 갈까요
들뜬 장판 같은 하루가 도로 위를 달려요
어제는 차가운 한마디를 남기고 집을 떠나요
들어가 있어! 이유가 궁금해도 들추지 말래요
기도하던 엄마가 떠난 자리엔 풀이 마르고
회오리 사탕은 막대만 남았어요
꿈꾸던 엄마는 저녁의 백열등 같아요
크레파스를 문질러 언덕을 그리면
바람개비는 색깔 없는 바람에 탈색되어요
2024.10.04 김포신문 기고
(시감상)
10월의 시작이다. 본격적인 가을. 이 계절엔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해야 한다. 그리운 대상이 없다면 자신이라도 그리워해야 한다. 유년의 기억과 어머니와 어떤 날의 회상이 어우러져야 할 계절에 나를 만나고 싶다면, 비록 막대만 남은 사탕을 들고 있더라도, 마음속 캔버스에 하나둘 나의 풍경에 채색할 준비를 해야 한다. 그리움 속에서만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해 아주 소박한 붓으로 불투명한 질감의 물감으로 바람이 전해주는 말을 그려야 한다. 그것이 가을에 대한 예의다. (글/ 김부회 시인, 문학평론가)
(진 희 프로필)
강원도 속초,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며 그림책 『엄마는 원시인』을 집필 중,‘은결시낭송’ 유튜브 채널 운영, 캘리그라피와 캐릭터 디자인, 이미지시 140여편 외 다수, 동화 삽화, 코리안 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