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정말 고민 가득한 날이었습니다.
매일매일 날씨는 최고의 폭염 기록을 갱신하는데...이 작은 책방에 50명의 단체 방문객이 오신다네요..ㅠ...
절대 안된다고 고개를 내저었지만...음성교육청에서 각 학교로 공문을 보내 신청자를 접수했기에 몰려드는 분들을 어찌할 수 없어 그나마 버스 한 대로 제한을 한 인원이니 모두 다 꼭 와야 한다는 거예요.
날씨가 좋은 계절이라면 복잡하더라도 책방 안과, 정원을 고루 활용해서 시간을 보내면 되는데 이 폭염 속에 단 5분도 정원에 서있을 수 없는 이런 날씨에...와, 과연 이 모임이 가능할 것인가, 책방지기 부부는 머리를 짜내고 또 짜내야만 했습니다.
오전에는 천안에서 아빠와 함께하는 추억여행이 예약되어 있었기에 오후 시간을 택할 수 밖에 없었고요.
음성 가족들은 일단 오전에는 책방 위쪽에 있는 <여우숲>에서 숲체험과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오후 한 시. 책방에 집합한 44명의 가족들(다행히 당일 취소가 몇 분 계셨네요).
일단 어린이 청소년 22명을 목수 아저씨와 함께 하는 책꽂이 만들기 체험으로 보냈습니다.
날이 너무 더워 이장님께 통사정을 해 잠시 마을회관을 빌리기로 했어요.
에어컨이 없어 몹시 덥지만, 그래도 바깥보다는 서늘한 기운이 있는 공간이어서 땀 뻘뻘 흘리며 책꽂이를 만들라 했지요.
이미 여우숲에서 숲체험으로 지친 분들께...책방지기가 내민 해결책은 <얼음 물수건>.
냉동실에 꽁꽁 얼려두었던 얼음 물수건 하나씩 건네드리니, 책방지기 센스쟁이라며 다들 기뻐하셨습니다.

아이들이 책꽂이를 만들러 마을회관으로 이동한 사이 책방에 남은 22명의 학부모님들은 에어컨 아래 쾌적하게 저랑 책 이야기를 나누고, 신기한 <북쇼>도 즐기고, 옥수수 한자루씩 나눠 먹는 즐거움을 누렸습니다.
아이들이 책꽂이 체험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부모님들이 교대로 더위 속으로 책꽂이를 만들러 가셨고요.
아이들은 정성껏 만든 책꽂이에 자신이 선택한 책 한 권씩을 꽂아놓고서는 흐뭇한 얼굴로 옥수수 퀴즈쇼에 참가했습니다. 맘씨 고약한 책방지기는 옥수수 한 자루를 그냥 주는 법이 없이 발표하고 대답할 때마다 한자루씩 주는 마녀 신공으로 아이들을 괴롭히고요. 옥수수는 먹고 싶지만 발표는 싫어서 얼굴이 어둡던 친구는, 질문에 대답하기 시간에는 신이 나 손을 번쩍 들어올리고 옥수수를 받아갔습니다....아아, 세 달 동안 더위와 벌레들과 싸워가며 책방 아저씨가 열심히 농사지은 보람이 이렇게 나타날 줄이야...
대학 찰옥수수의 맛은 적극적이고 활기찬 참여를 이끌어내는 일등 공신이 되었습니다.

무더운 여름날, 많은 인원이 모여 고생은 하였지만 농약 한 방울 안묻은 옥수수에, 책꽂이에, 책까지 한아름 들고 책방 문을 나선 음성 가족들의 얼굴에는 기쁨이 한가득 스며있었다고 확신합니다.
그리고 그날 밤, 옥수수 아저씨는 하룻밤 기절하듯 꿈나라 휴식처를 다녀오셨다는 후문이...
저도 후들거리는 다리를 부여안고 간신히 침대로 기어갔다는...
아아...이 여름은 언제 끝이 날까요...마는...이제 8월까지 당분간 단체 방문도 방학이니 한가로운 책방이 될 듯합니다.
무더위가 너무 심하니 책방에 찾아오는 손님들도 퍽 줄어들었네요.
이 더위를 뚫고 한갓진 책방에 놀러오시면 시원한 냉수에, 얼음수건 한 장이라도 드려야 되겠다 마음 먹고 있습니다.
첫댓글 에고 더운데 고생했네. 가서 옥수수라도 찔것을...뭐이 바쁜지. 조만간 봐요.
여우숲은 한 번이면 될 듯해요~~숲속만 갈거예요ㅋㅋ
ㅋㅋ...너무 더위에 지쳐서...고생 많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