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마블 코믹스 히어로 '아이언 맨'의 본질이 천재적인 대량살상무기상의 갑작스런 인류적 양심선언에 의거해 첨단과학기술로 만들어진 전사이기 때문일 것이다. 대량살상의 원흉에서 인류의 구원자로의 재탄생 과정을 투영해낸 영화 <아이언 맨>. 금 티타늄 합금으로 업그레이드 된 갑옷과 투구, 장갑을 착용하고 악의 무리를 응징하는 '강철사내' 프랜차이즈의 개시는 오직 시각적 쾌감과 연기파배우들의 위트 넘치고 매끄러운 호연에 집중되어 있다. 감독과 주연배우들 모두 3편까지 계약을 마친 상태, 사운드트랙에 들어갈 음악의 성능도 계속 향상될 일만 남았다
※ 극장용 예고편에 깔린 음악들
"Hell Above Water"(물 위에 지옥) - Curve(커브)
"Hey Man, Nice Shot"(이봐, 친구, 잘 쳤어 또는 숏 좋은데) - Filter(필터)
"Iron Man"(강철 인간) - Black Sabbath(블랙 사바스)
※ 티저 예고편에 깔린 음악들
"Cochise"(코치스) - Audioslave(오디오슬레이브)
"Back in Black"(흑으로 돌아가라) - AC/DC(에이시/디시)
※ 스코어 작곡가 라민 자와디(Ramin Djawadi)의 작품목록
- 2007년 : <미스터 브룩스>(Mr. Brooks), <츄브춥스2>(The Chubbchubbs2)[단편영화]
- 2006년 : <애스크 더 더스트>(Ask the Dust), <부그와 엘리엇>(Open Season)
- 2005년 : <배트맨 비긴스>(Batman Begins)-additional music, <프리즌 브레이크>(Prison Break)[TV Series], <역>(Threshold)[TV시리즈]
- 2004년 : <블레이드 3>(Blade: Trinity), <더 그리드>(The Grid), <썬더버즈>(Thunderbirds)-additional music
- 2003년 :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호의 저주>(Pirates of the Caribbean: The Curse of the Black Pearl)-additional music, <베이직>(Basic), <비트 더 드럼>(Beat the Drum)[TV 영화, co-composer), < Manfast >, <네드 켈리>(Ned Kelly)-additional music, <리쿠르트>(The Recruit), <제시카 린치 구하기>(Saving Jessica Lynch),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Something's Gotta Give)
- 2002년 : <이퀼리브리엄>(Equilibrium)-additional music, <테크놀러스트>(Teknolust)
- 2001년 : <엑시트 운즈>(Exit Wounds), <슈 플라이>(Shoo Fly)
※ 이런 곡들이 장면에 등장했으면 환상적인 사운드트랙이 됐겠다 싶은 선곡리스트.
이번 1탄이 아니더라도 다음번 시리즈에서라도 이런 곡들이 신나는 영상과 함께 관객들의 귀를 즐겁게 해줬으면 하는 음악들. 들어본 노래나 마음대로 생각해 본, “이러이러한 캐릭터에 이 노래가 아주 멋지게 맞아 떨어질 거야”라는 음악적 영감을 이용해 개봉을 앞두고 있고 뒤를 이을 <아이언 맨>에 적합한 트랙들을 골라봤다.
★트랙 1 :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의 'Iron man'(강철 인간)
최신버전이 OST앨범에 실리긴 했으나 사실 예고편 끝 무렵에 음험한 기조로 흐르는 원곡을 기대하는 이가 많았으리라 본다. 영화의 제목, 캐릭터와 동명인 타이틀트랙으로 이보다 더 좋은 선택은 없다. 영국 헤비메탈의 암흑신적존재감이 히트(1972년 싱글차트 52위)와 함께 드러난 블랙 사바스의 명곡. 이미 예고편을 통해 그 위압적인 풍모를 고막진동으로 전한 바 있다. 잊히지 않는 기타리프, 아마도 기성세대들은 먼저 알아차리고 반색했을지도 모르겠다. 환상적 사운드트랙의 문을 여는 가장 강력하고 완벽한 신호탄. 'Iron Man'은 명반으로 분류되는 밴드의 1970년 앨범 < Paranoid >에서 발췌한 곡, 전형적 영웅에 관한 노래는 아니다. 사실 소외감, 반 영웅적 어조가 짙다.
★트랙 2 : 라디오헤드(Radiohead)의 'My Iron Lung'(나의 철폐(鐵肺))
아이언 모티프로서 계속되는, 라디오헤드의 'My iron lung'은 토니 스타크(Tony Stark)의 내러티브와 매우 멋지게 어울린다. 천재과학자 토니는 아프카니스탄에 제리코 미사일을 팔러 갔다가 테러리스트들의 급습에 치명상을 입는다. 온몸에 박힌 유산탄 파편 조각이 심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막아주는 장치인 소형 아크 원자로를 가슴팍에 단 토니 스타크는 이후 미국으로 돌아와 소형원자로를 개량해 아이언 맨의 에너지 원동력으로 삼는다. 그리고 동시에 그것은 그가 직면하는 특수상황과 필연적으로 작용한다. 'My iron lung'은 여기에 어울리는 영감을 불러내기에 충분하다. 나른하면서도 강렬한 사운드는 스타크가 인질범들의 습격에 의해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후 감옥에서 깨어나는 장면과 직후 그의 갑옷과 투구를 만드는 장면전개에 깔렸으면 좋았을 법한 음악.
★트랙 3 : 비틀스(The Beatles)의 'Helter Skelter'(허둥지둥)
블랙 사바스 트랙의 거친 날 끝을 지원하는 선정. 비틀스의 이 클래식명곡은 아이언 맨의 원형 철갑옷을 두르고 인질범들에게 분노의 응징을 가하는 대량살상 장면에 적합한 트랙. 전투장면을 뒤흔드는 헤비하고 거친 사운드다. 크고 세차게 몰아치는 노래가 전투장면에 실로 멋지게 들어맞는 소리의 폭격으로 그만이다.
★트랙 4 : 버톨 서퍼스(Butthole Surfers)의 'Pepper'(페퍼)
지미 헨드릭스의 명반 < Electric Ladyland >를 차용한 것 같은, 얼트 록그룹 버톨 서퍼스(Butthole Surfers)의 1996년 앨범 < Electriclarryland > 수록곡. 코믹-북 영화들로부터 떨어져 나온 세계(마약남용과 잡다한 다른 사회적 사안들)와 묘하게 겹치는 가사가 아주 멋지게 영화와 결속된다. 토니 스타크의 개인비서 버지니아 “페퍼” 포츠(기네스 펠트로 분)를 위한 캐릭터 송으로 적합한 노래다. 탈출에 성공한 토니 스타크가 미국으로 귀환해 페퍼와 마주하는 장면에 쓰이면 적당할 만한 트랙.
★트랙 5 : 제이. 가일스 밴드(The J. Geils Band)의 'Centerfold'(양면기사)
대단한 여성편력을 자랑하는 억만장자 독신남 토니 스타크를 위한 노래. 유쾌하고 쉽게 들리는 이 1980년대 팝 록은 요컨대 스타크의 페르소나를 표현하는 데 적임이다.
★트랙 6 : 도어스(The Doors)의 'The Spy'(스파이)
1970년 앨범 < Morrison Hotel >에서 수록된 도어스의 노래. 제프 브리지스가 연기하는 악당 오베디아 스탠의 테마로 제격이다. 스타크를 죽이고 회사를 집어삼키려는 회사중역 오베이다의 악독하고 비밀스러운 행적과 상통하는 분위기와 가사, 블루지한 이 노래의 부드러우면서 정교한 감각은 먹이를 덮치려고 때를 기다리는 비열한 맹수의 발톱과도 같다.
★트랙 7 : 에미넴(Eminem)의 'Without Me'(나 없이)
“누가 돌아왔게”로 반복되는 후렴구와 속사포 랩, 그루브 감이 넘치는 비트가 적들을 강타하러 돌아가는 장면에 적합할 트랙. 뮤직비디오를 보면 에미넴과 닥터 드레가 배트맨과 로빈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재치와 유머 거기에 액션까지, 관객들의 임장감을 강화시킬 노래다.
★트랙 8 :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의 'Wish You Were Here'(네가 여기 있길 바랐지)
< 아이언 맨> 만화에 토니 스타크는 알콜 남용자로 그려진다. 실제 영화에서 술에 찌든 모습을 보이진 않지만 홀리듯 오싹한 'Wish you were here'(핑크 플로이드)는 갑옷과 투구를 벗고 녹초가 돼 술에 취한 토니 스타크의 특정테마로 적격일 듯. 갑부 영웅의 격전 후 공허함을 표현할 트랙.
★트랙 9 : 아이언 메이든(Iron Maiden)의 'The Number of the Beast'(짐승의 숫자)
헤드-뱅어들을 행복감에 넘치게 할 또 하나의 필수 메탈 사운드트랙. 바로 아이언 메이든의 '짐승의 숫자'다. 싸우는 전투 액션장면의 강도를 높여주기 위함이다. 빈센트 프라이스의 앙칼질 보컬과 날을 세우고 질주하는 기타의 역주에 흥분 백배.
★트랙 10 :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의 'Changes'(변화)
“그래서 난 나 자신을 직시키로 했어/하지만 난 결코 눈치채지 못했지/다른 이들이 사기꾼을 어떻게 알아봤는지를/더 부자가 되고싶진 않아/벼-벼-벼-변화들, 단지 다른 사람이 되어야만 해.” 보위는 실제 스타크의 오리지널 스토리를 이 1971년 노래에 담았다. 문자 그대로 잘 먹힌다. 변화하는 첨단 슈트를 입고 활약하는 아이언 맨의 영감 가득한 이 노래가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