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2년 만에... 처음으로 종다리와 각방을 썼습니다.
이 말만 들으면 '크게 싸웠나?'하시겠지만 그건 아니고요..^^;;
전날 종다리가 정말 술에 떡이 되어서 들어오는 바람에... 방안에 진동하는 술냄새에 도저히 옆에서 잘 수가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조용히 페브리즈 몇 번 뿌리고 베개 들고 나왔습니다.ㅋㅋㅋ
다음날 그게 미안했는지, 퇴근 시간 맞춰서 나오라더군요.
그 다음날까지도 상태가 안 좋았기에, 그냥 양평 해장국이나 먹고 들어가자했더니, 미안하기도 하고, 오랜만에 데이트인데 어떻게 해장국만 먹고 가냐며 '카페 사계'에 가잡니다.
카페 사계, 예전부터 몇 번쯤 이야기했던 곳 입니다.
양수리에서 꽤 유명한 식당이지요.
지하철 중앙선 양수역에서 내려 역 뒤를 보시면 멀리 간판이 보입니다. 그야말로 시골 마을 한복판에 오롯이 자리잡은 식당.
주차장에 차를 대고 올라가는 길도 예쁩니다.
닥터박 갤러리를 떠올리게 하는 녹슨 철로 만든 외관.
입구는 유럽의 빵가게 같기도 하고...^^
넓은 창가 널찍한 테이블이 마음에 듭니다.
테이블이 일렬로만 놓여 있어서 옆 테이블이 신경쓰이지 않는다는 점도 좋고요.
2층도 있지만 올라가보지는 않았고요. 천장에 나무 한그루가 매달려 있습니다. 독특한 인테리어죠?
주말 점심이라 사람이 많지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창가 자리가 남아있었습니다.
그런데! 저희를 창가로 안내해준 웨이터를 보고 종다리가 깜짝 놀랍니다.
웨이터도 깜짝 놀랍니다.
"어?! 선생님~!" "어?! 너 여기서 일하니?"
종다리의 제자들 중 한 명입니다.ㅋㅋ 요 동네 식당이나 카페에 가면 종다리의 옛 제자를 만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종다리는 학생들에게 제 웨딩촬영 사진만을 보여주고, 나름 신비주의 전략을 쓰고 있는데... 상당히 민망합니다. ㅡㅡ;;
메뉴는 이렇습니다. 저희는 코스요리 A와 B를 주문했습니다.
종다리의 제자가 서비스로 하우스와인 한 잔을 주었습니다.ㅎㅎㅎ
그런데 이 카페 사계도 종다리의 제자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곳이라고 합니다.
이 동네에는 학부모가 운영하는 식당, 카페, 팬션이 너무 많아서 어딜 가든 조심해야 한다고, 회식도 마음대로 못 한다고 너스레를 떱니다.
빵과 스프가 나왔습니다.
빵은 보기에는 참 맛없어 보였는데, 먹으니 맛이 좋습니다. 따뜻하고 부드럽고, 안에 버터가 녹아 있습니다.
너무 배가 고파서 허겁지겁 먹어버렸습니다.
스프는... 독특하게도.... 팥을 이용한 스프인 것 같아요. 팥으로 만든 음식이라 하면, 팥죽이나 떡이 떠오르는데 스프라니....
낯설지만 상당히 맛이 좋았어요.
전채요리는 샐러드와 카르파초.
샐러드는 카프레제 샐러드와 유자 드레싱을 뿌린 야채 샐러드예요. 유자 드레싱이 맘에 들었어요. 유자 껍질이 씹히면서 달콤하고 새콤한.....
처음에는 유자인지 모르고, 뭔가 익숙한 맛인데 이게 뭘까...했는데, 알고나니 정말로 샐러드와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생선 카르파초의 생선은.... 저는 생선을 보고 먹는 걸로 구분하지는 못해서 이름은 모르겠고요...^^;;
메인요리입니다.
B코스의 닭고기 바베큐입니다.
이건 A코스의 돼지고기 바베큐이고요.
고기 아래에 밥이 조금 깔려있고 고기 간도 적당하고 야채도 맛있고.. 아주 맘에 들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닭고기 바베큐보다는 돼지고기 바베큐가 맛있었어요.
피클도 떨어지면 말하기도 전에 바로바로 갖다주시고요.
고기 요리 후에 식사는 파스타인데요. 해물 토마토소스 파스타와 굴 버섯 크림 파스타 중에서 선택할 수 있어요.
종다리는 해물 토마토, 저는 굴 버섯 크림을 골랐습니다.
해물 토마토소스 파스타는 스파게티 면을 사용했고, 해물도 많은 편이고 맛도 깔끔합니다.
굴 버섯 크림소스 파스타는 링귀니를 사용했고, 파스타 익힘 정도도 알맞아서 맘에 들었어요. (전에 대학로에서 유명하다는 파스타 집에 갔는데, 파스타를 너무 익혀서 제 입에는 안 맞더라고요)
후식은 커피, 녹차, 아이스크림 중에서 선택할 수 있고요. 아이스크림은 천 원을 추가해야 해요.
그래도 함 먹어보고 싶어서 천 원을 추가하고. 아이스크림 주문했습니다. 요거트 아이스크림이에요.
아이스크림도 맛있었지만, 커피가 너무 맛있어서 아이스크림 먹다가 종다리 주고 종다리 커피 빼앗아 먹었습니다.
커피 향이 좋아서... 더 마시고 싶어서....
너 제자한테 얘기해서 한 잔만 더 달라고 해봐~라고 했더니. 제자 앞에서 모양 빠지게 왜 그래, 챙피하게~라고 해서 그냥 나왔습니다. ㅠㅜ
근데... 제자 아니어도 커피 정도는 더 줄 것 같은데 말이죠....
저희가 먹은 코스 요리는 일인 15,000원입니다. 부가세 10%가 별도로 붙고요.
가격에 대한 생각은 상대적이므로... 비싸다고도 할 수는 있지만,
이렇게 외곽에 나와서 이 정도 수준의 식사라면 저렴한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곳에서 만날 먹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날, 큰맘먹고 나오는 데이트에서 이 정도면... 무난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밥 먹고 야외 테이블에 앉아 시원한 바람도 쐬면서 담소를 나누는 것도 좋겠어요.
제가 좋아하는 솟대. 나무 솟대 아니라 금속 솟대도 나름 분위기가 있네요. 이 식당과 잘 어울립니다.ㅎㅎ
근처에 세미원도 있고 두물머리도 있고....
데이트 코스로 딱 좋은 것 같아요.
찾아가실 분들을 위해 명함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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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날자의 맛있고 즐거운 생활 원문보기 글쓴이: 날아보자
첫댓글 양수리쪽 카페 이쁜곳이 참많은데...
커피값으로 밥을 먹는 저로써는 멀게 느껴지는 곳들이에요..ㅋㅋㅋ
여긴... 그래도 커피도 포함되어 있어 저렴한 편인 것 같아요.
커피 두 잔값..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