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만두 궁>
개성 만두집이라 하여 만두를 주문했다. 러시아 등 추운지방은 만두가 발달해 있다. 북쪽 만두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있다. 북쪽 지방은 만두가 특별하고 다양해 남쪽과는 다른 맛을 낼 거라는 환상 말이다. 더구나 박완서가 <나목>에서 말했다는 그 개성만두 아니던가? 먹어보니, 특별할 것도 실망할 것도 없는 맛이었지만, 이런 환상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점수를 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1. 식당얼개
상호 : 개성만두 궁
주소 : 서울 종로구 인사동 10길 11-3(관훈동)
전화 : 02) 733-9240
주요음식 : 만두
2.
방문일 : 2021.4.23.점심
먹은음식 : 개성만두찜 11,000원
3. 맛보기
간단하고 깔끔한 상차림이다. 만두 한 접시를 먹으라고 이만하게 차려주는 것은, 제법 예를 다한 아니 그 이상의 호사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흠잡을 데가 없다.
거기다 사방 둘러보니 깔끔하고 제법 규모 있는 실내가 단아하게 정리된 분위기도 좋다. 개성에 만두에 호감을 충분히 가질 만한 분위기와 상차림이다.
만두는 조금 싱겁다. 두부 맛이 많이 느껴진다. 고명으로 부추를 주로 넣었다. 그러나 아무리 해도 간이 너무 싱겁다. 간을 맞추는 임계점을 넘지 못했을 뿐더러 한참 모자란다. 양념장을 찍거나 다른 찬과 함께 먹어야 한다. 그러면 만두 본연의 맛을 찾기 힘들다.
만두 피는 조금 퍼진 느낌, 쫄깃한 맛이 떨어진다. 찬찬히 먹어보니 만두속도 깊은 맛이 별반 감지되지 않는 거 같다. 먹을 만하지만 최상이라고 감탄하기는 어려운 맛이다.
나박김치는 건더기에 간이 거의 배여 있지 않다. 미나리만은 진한 향을 머금고 있어 향긋한 맛이 봄을 느끼게 한다. 국물도 싱겁고 밍밍하다. 간을 싱겁게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지않나 싶다. 찬이 허술한 느낌이 든다.
깍두기는 오늘의 하이라이트. 거의 흠잡을 데 없다. 개운하고 상큼하다. 살폿 익기 시작할 무렵이라 상에 내기 가장 좋은 때다. 맛을 참 잘 머금고 있다.
김치는 아주 좋지 않다. 익지도 않았고, 상큼한 맛도 없고 조금 쓴 맛까지 나는 듯하다. 오늘 내 혀가 너무 과민한 탓인가.
잘게 찢어 넣은 소고기가 보기도 좋고 먹기도 좋다. 색상도 부드러운 미색 국물이라 기대가 된다. 그런데 역시 밍밍하고 싱겁고, 맛의 정체성이 애매하다. 김가루는 향긋하다.
미슐랭 맛집이라는 표지가 요란하다. 그것도 처음 2017년부터 매년 올해 21년까지 지속이다.
4.먹은 후
1)
미슐랭 광고가 실내외에 엄청나게 화려하다. 덕분에 다시 실망이다. 한참 전에 가본 인근 만두집, 거기도 미슐랭 마크를 단 집이었는데, 실망이었다. 만두는 의외로 어려운 음식인가. 그러나 만두 외에도 다른 찬들도 만족하기 어려운 걸 보면 미슐랭에 특화된 집이고, 고객에게 특화된 집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인다.
11,000원, 만두가 6개, 밑반찬, 이 정도면 가격은 이 비싼 인사동에서 비합리적인 것은 아니다. 거기다 6개를 다 먹으면 배도 부르다. 실내도 깔끔하고 격조 있고, 넓이도 어지간하다. 음식 외적인 부분의 서비스도 좋다. 인테리어 격조도 나무랄 데 없다. 문제는 음식, 아무래도 함량이 모자란 것 같은데...
미슐랭 관련 사람들은 한식 분별력은 우리와 다른가. 아니면 혹시 이런 것이 미슐랭 스타일인가, 하는 의문이 고개를 든다. 식당에는 외국인 몇 팀도 서툰 한국어로 열심히 주문해서 맛있게 먹고 있다. 외국인에게는 문제가 없는 거 같다.
2) 한국에서의 미슐랭 평가의 문제점
미슐랭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미쉐린 타이어 회사에서 발행하는 프랑스의 식당 혹은 쉐프 평가 시스템 정보서 <미슐랭 가이드>를 말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2016년에 2017년판부터 발행되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판 2007을 시작으로 중국 싱가포르 다음으로 한국 서울판이 발행되었다. 그러나 아시아에서는 시스템 자체에 대한 여러 우려가 나왔고, 부패 관련 심층 뉴스도 보도된 바 있어 여러 가지로 의구심을 일으키는 터이다.
시스템에 대한 우려는 서양에서 배태된 시스템이 동양 음식을 제대로 평가해내겠냐는 것이다. 이것은 일본판이 발행될 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일반적 우려라 할 수 있겠는데, 이것은 음식 차이 자체의 문제로 본질적인 측면의 문제제기다.
나는 여기서 한불 음식문화 차이를 이 시스템이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새로운 의문을 제기한다. 미슐랭은 프랑스에서도 화장실 평가 아닌가, 하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음식보다 식당 분위기를 먼저 평가한다며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화장실만 고급스럽고 깨끗하게 차려놓으면 별을 받을 수 있다는. 재미있는 비판이다.
식당 분위기를 많이 본다는 것은 한불 음식문화 혹은 식당 문화의 차이와 깊은 관련이 있다. 프랑스 식당은 페스트푸드점이 아니면 대부분 한끼 식사에서 한 테이블에 두 팀의 손님을 받지 않는다. 손님은 늘어지게 대화하면서 식사를 즐긴다. 식사를 위한 만남인지, 만남을 위한 식사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장시간 식사를 즐기는 문화이므로, 식당 분위기가 좋지 못하면 식사를 망칠 수도 있다. 평가에서 식당 분위기를 중시하는 것은 타당하다고도 할 수 있다.
우리는 이에 대해 상반된 시각이 존재한다. ‘뚝배기보다 장맛’, ‘기왕이면 다홍치마’가 그것이다. 장맛을 선호하는 사람은 음식맛을 쫓고, 다홍치마를 선호하면 분위기도 함께 쫓는다. 물론 식당의 선택은 동행인과 시간의 여건에 따라 달라진다. 하지만 많은 경우 식당 분위기가 아무리 열악해도 맛이 좋으면 잘 차려입은 신사도, 우아하게 나누어야 할 대화상대와 함께라도 줄서서 기다린다. 식사는 맛있는 걸로 하고, 대화는 널려 있는 쾌적하고 우아한 커피숍에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한국인은 분위기보다 맛을 먼저 쫓는 편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분위기를 먼저 쫓는 프랑스식 평가가 우리식 식당 선택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슐랭 평가를 신뢰하기 어려운 이유는 여러 가지인데, 프랑스 안에서도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2년 전에 가본 남불 여행에서는 10년 전쯤 발행된 미슐랭 가이드를 참조하여 식당을 찾았는데, 태반이 문을 닫고 없었다. 평가의 신뢰도가 높다면 그럴 수 있을까.
거기다 프랑스 음식의 자국 내 위상의 추락이다. 남불에서는 상업 음식의 상당 부분이 케밥에 점령된 상황이다. 싸고 간편하고 영양 충분하고 맛이 있으며 짧은 시간 안에 먹을 수 있는 케밥식당은 갈수록 성업 중이라 어디서든 쉽게 만날 수 있었고, 갈 만한 프랑스 식당은 찾기 힘든 경우가 많았다. 자국내 프랑스 식당과 음식의 위상은 추락하고 있는데, 타국에 진출하여 정복자 행세를 하는 것이 온당한가.
네 가지쯤 문제 제기를 했는데, 이것은 한국에서 가본 미슐랭 식당 여러 곳, 그리고 프랑스에서 스웨덴에서 등등 다른 나라의 미슐랭 식당에서도 비슷한 사유로 같은 의구심이 오래 전부터 들어 말하는 것이다. 거기다 특히 아시아 진출에서 별점 부과에 금전 관련 거래가 있다는 부패의혹까지 일었다.
한국도 미슐랭 식당의 공통점 중 하나는 프랑스처럼 실내인테리어가 좋다. 프랑스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손님이 미슐랭 평가를 과대평가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하나의 문화적 현상이어서 문화 맛집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미슐랭 평가가 한국 음식문화를 대내외적으로 활성화시킨다면 굳이 거부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단지 ‘뚝배기보다 장맛’, ‘기왕이면 다홍치마’라는 우리의 평가 기준을 대체할 필요는 없다는 거다. 우리는 두 경우 모두 맛은 포기하지 않는다. 내 입맛의 기준을 프랑스 기준으로 대체하는 것은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다. 맛있다고 하면 맛있는 식당이 되는 것도 아니다.
기왕에 미슐랭 별을 받았으면 ‘기왕이면 다홍치마’ 식당이 되면 금상첨화 식당이 될 것이다. 좋은 기회를 잘 활용하여 나태하지 않고, 더 좋은 식당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작품에서도 개성만두를 소개하고, 생활에서도 요리서를 항상 끼고 봤다는 박완서 선생님의 말씀이다. “맛있는 음식을 안 먹을 수는 있지만, 맛없는 음식을 먹을 수는 없다.”
#개성만두 #인사동문화맛집 #미슐랭평가 #인사동만두
*식당 바로 앞에는 더할 나위없이 우아한 찻집과 경인미술관이 있다. 참 좋은 곳이다.
첫댓글 우리집에선 겨울철만 되면 여러 차례 만두를 빚습니다. 만두는 추운 계절에 제맛이 나는 음식이라 날이 풀리고 기온이 올라가면 맛이 없어집니다. 제가 좋아하는 만두국은 소고기 양지머리 국물에 가래떡을 썰어넣고 끓이는 것입니다. 뜨거운 만두국에 후추가루와 김을 적당히 구운 김 가루를 고명으로 얹으면 한 그릇으로 멈출 수가 없습니다. 제가 사는 인천에도 개성만두전골 전문점이 있어 가족 외식을 한 적이 있는데, 한 번으로 그쳤습니다. 연경선생의 만두평이 어쩜 그리 저의 경우와 딱 들어맞는지요.
요즘 맛있는 만두 만나기가 쉽지 않은 것은 입맛이 변한 탓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첫해부터 계속 5년씩이나 미슐랭 별을 받은 곳이어서 조금은 기대를 하고 갔는데, 사실 만두보다 곁반찬들이 더 실망스러웠습니다. 만두는 간이 좀 그랬지만, 그만그만했고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더 천천히 맛봤는데..., 어쨌든 식당이 좀 게을러졌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서울은 타지 음식들이 모여서 하모니를 이루는 것이 특색이어서, 북한 음식이 들어오고 남아 있는 것은 참 좋은 건데요. 더구나 개성이면 한 요리 하는 곳이라, 잘 살려가면 좋을 텐데요.앞으로 잘할 거라고 기대하기로 했습니다. 집에서 만두 빚기는 쉬운 일이 아닌데, 덕분에 음식에 대해 수준높은 품평을 하시는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