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강래님 원고 시2 수필2

[야도(耶徒)김동식]

고운님

추강래

망울 망울 열여섯

들국화 송이

절개가 꽃말이라

이르더니만

고운님 숨결속에

망울졌으리

내마음 이밤도

훗훗하여라

그리움

불당골 양지쪽 아버님 곁에

어머님을 모셔 드리고

산비탈 터덜 터덜 집으로 오니

어머니 계시던 그 자리에

찬바람만 스쳐간다

이십하고도 이년이 더 지난 전에

아버님 모셔드리고 오던 날

어머닌 마당끝 장독대에 올라서

아버님 모신 불당골을 바라보시며

가슴으로 눈물을 흘리셨는데

오늘 난 그 장독대에 올라서

부모님 모신 불당골을 보고 있지만

나무들이 시야를 가려 보이지 않아

안타까운 마음에 그리움만 커가고

서러운 눈물만 두 볼 위로 흐른다.

맑은 이별

추강래

매주 수요일이면 골프 레슨을 위해 보길도와 인접한 노화에 오면서도 레슨이 끝나면 서둘러 완도로 나가다보니 보길도에 오는 기회를 거의 같지 못했다. 항상 11시 50분배를 이용하였는데 오늘은 보길도엘 들려 고산의 채취를 맡고 싶은 마음에 7시 50분 대한호에 승선했다.

평소엔 관광버스 한두 대 정도가 있었는데, 이른 시간이라 관광버스가 없다보니 선내가 조용하다. 베개 두 개를 가져다 머리에 기대고 누워 잠을 청해본다. 배는 차와 달리 이렇게 선실에 자고 갈 수 있어 편하다. 화흥포에서 동천항까지 배를 타는 시간이 45분정도니 20~30분 정도 쪽잠을 자기에 좋다.

육지 사람과 섬사람의 차이점이 바로 배에서 잠을 잘 수 있느냐 없느냐다. 도착하기 5분전이면 안내방송이 나오니 못 내릴 걱정은 없다. 잠이 든 것 같지 않았는데 안내 방송이 나오고 있는걸 보니 동천항에 다 온 것 같다.

20분정도 달리니 차는 보길대교를 건너고 있다. 오른쪽으론 이곳 사람들을 부자로 탈바꿈 시킨 전복양식장이 보이고 그 너머로 넙도가 눈앞에 들어온다.

왼쪽으론 보길도 청별항이 보인다. “청별淸別”이란? 한문으로 풀면 “맑은 이별”이다. 왜 하필 헤어짐을 뜻하는 “청별”이라 하였을까? 헤어짐 보다는 찾아오고 다시 만나는 재회가 좋을 텐데....

고산을 찾아온 조정 관리들을 이곳에서 보냈다 하여 “청별”이라 하였다는데,

자연 속에 묻혀 살고 있었지만 사람을 그리워하고 떠남을 슬퍼하였던 것은 고산도 보통사람과 같은 것 같다. 그렇다면 찾아오는 이를 보내는 별리의 아쉬움을 담은 이별의 시가 한 두어 수쯤 있을 법 한데 보길도에 선 없다.

고산의 이별에 관한 시詩로는 경상도 영덕에 유배됐다 풀리면서 쓴 시가 있다. 여덟 살짜리 서자가 죽었다는 슬픈 소식을 듣고 말 위에서 자신의 찢어질 것 같은 심정을 적은 “도미아悼尾兒와 견회遣懷”가 있다. 하지만 맑은 이별과는 차이가 많다.

고산유고에 의하면,

‘‘미’는 천출로 태어난 나의 자식이다. 나면서부터 총명하여 지극히 사랑하였다. 기묘년53세 중춘에 영덕의 유배지에서 귀양이 풀려 집에 돌아오던 중 20일 아침 경주의 요강원에 이르렀을 때 미가 천연두를 앓다가 이달 초 하루에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분통하고 창자가 끊어지는 듯하여 그 애통한 심정을 이루 다 말할 수가 없었다. 말馬위에서 시어詩語를 엮어 나의 슬픔을 토로했다.‘ 고 한다.

“어찌 알았으랴. 네가 죽었다는 소식을

오늘 오는 도중에 듣게 될 줄이야.

네가 죽었을 때 염습하지도 못하였고

네가 아팠을 때 약도 쓰지 못했으니

나의 마음 더더욱 아플 수밖에

비통한 이 심정 비할 데 없어

밥을 대하면 눈물이 수저에 떨어지고

말에 올라타면 눈물이 고삐를 적신다.“

-도미아 일부-

고산의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아들 “미尾를 애도하며“ 쓴 이 작품 일 것이다. 도미아悼尾兒가 자식을 그리는 애도시라면 그 아픔을 큰 깨우침으로 바꾸는 대반전의 서사시가 ”견회遣懷“다.

“어디서 왔는가, 부르지 않았는데

어디로 갔는가, 쫓지도 않았는데

인간 세상에 만들어진 사물들은

온갖 일이 모두 다 놀이나 연극이라네.

얻었다고 기뻐할 것도 없고

잃었다고 아쉬워할 것도 없다네.

사람이 살고 죽는 것도

이와 더불어 무엇이 다르랴.

이제야 알겠구나 세상 떠난 아이는

내 팔년 동안의 손님이었구나.

이로 말미암아 문득 깨달음이 있으니

가슴에 응어리진 것이 비로소 풀리는구나.“

- 견회 시 일부 -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개를 통해 얻음과 잃음의 이치에 눈을 뜬 것 같다.

죽어서 떠난 아이를 8년간 나의 손님이었다고 자신의 감정을 승화시키는 차분한 어조에서 고산이 느끼는 슬픔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 진정 ‘깊은 슬픔’이란 비탄과 오열 속에서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슬픔을 어떻게 받아드리느냐 일 것 같다.

슬픔 속에서도 큰 깨달음으로 자신을 성숙시킨 고산의 깨달음을 배우고 싶다.

역마살과 장보고

“왜 그렇게 자꾸만 돌아다니기를 좋아하느냐”고 아내는 내게 자주 묻는다.

“타고난 팔자에 역마살이 끼어서 그러는 걸 어찌하겠어요.”라고 응수 해 놓고

속으론 내 삶이 보이지 않는다는 답답함에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잠시 침묵에 빠진다.

내 삶 속에서 나다운 삶을 찾지 못하고 보이지도 않는 것이다. 갇혀 있는 듯한 생활 속을 벗어났을 때서야 비로소 내가 나를 바라볼 수 있었다. 궁색한 변명일 수도 있겠지만 내가 여행을 좋아하게 되는 이유이며, 그 중에는 또 다른 이유도 함축되어 있다.

중학교 2학년 때의 일이다. 아버님 작장인 완도군청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듬직한 정문 현판에 ‘넌 이 지역을 위해 무엇을 하였느냐?’ 라고 적힌 채찍 같은 메시지가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 그 짧은 문구는 묘한 감동으로 다가와 내 삶의 좌표에 큰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는 큰 파도로 다가왔다. 그래 바로 그거야. 그리고 그때부터 막연하기만 한 나의 작은 꿈을 파종하기 시작했다.

섬에서 섬으로 이루어진 완도의 체도를 돌아다녔다. 이 섬과 저 섬, 저 섬에서 이 섬으로 순박하고 인심 좋은 섬사람들의 사는 이야기와, 푸근한 온기 짙게 배인 사람들의 향기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의 삶을, 그들의 사랑을, 심해에서 건져 올린 진주처럼 잘 꿰어서 책으로 엮어 내었다.

그러다 내 삶을 바꿔 보고파 외유를 하고 돌아와서 마주한 고향은 많이 변해 있다. 201개의 섬이던 완도가 갑자기 266개의 섬으로 늘어나 있다. 어떻게 되어 늘었느냐 물어도 정확하게 대답해 준 사람이 없다.

한글사전을 보면 ‘섬’은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작은 육지라 풀이 하였다. 97년에 개정 된 도서관리 촉진법 시행령 ＊제1항에 도서의 규정이 있다. ‘도서(섬)는 만조 시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곳을 말 한다’고, 규정하였다.

제2항에는 방파제나 교량으로 육지와 연결된 때부터 10년이 지난 섬은 더 이상 해상의 섬으로 보지 않는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것도 간조 때가 아닌, 만 조 시에 바다로 둘러싸인 곳을 말 한다 고 했는데, 그 사이 한 두 개도 아닌 65개의 섬이 늘었다니…….

섬의 숫자들은 내 발목을 부여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그래 다시 시작하자.’는 자조 섞인 다짐은 무작정 답사를 작정하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돌아 볼 것인가를 고민을 했다. 결국 첫 번째로 선택한 곳이 장보고를 알아보기 위한 ‘장도’와 ‘장보고 기념관’이다. 완도의 역사적 인물하면 떠오르게 되는 9세기의 영웅 장보고가 아닌가. 21세기에 해신으로 부활한 ‘장보고’에 대해 좀 더 깊이 헤아리고 성찰 해 보고자 한다.

장보고!

9세기의 영웅, 신라인을 넘어 우리나라 최초의 세계인이다. 그에 관한 자료는 ‘번천문집’과 엔닌의 ‘입당구법순례행기’ 뿐이다. 신당서도 두목이 쓴 번천문집을 참고로 집필하였고, 삼국사기는 신당서를 참고로 저술하였다.

장보고가 역사서에 처음 등장한 것은 중국에서 무령군중소장이라는 직책으로부터 시작된다. 즉 그의 나이 30세에 무령군중 소장에 임명되었다는 기록이다.

무령군이라는 부대는 어떤 부대일까? 무령군은 당나라가 임명한 절도사들이 각지에서 반란을 일으켜 이들을 제압하기 위해 805년(영정원년)에 창설한 부대로 57년간 지속해오다 862년 해체되었다.

대표적인 절도사 난은 고구려 유민 이정기가 765년에 평로치청절도사에 임명되어 세력을 확장해 산동일대 10개주 10만 대군을 거느리면서 나라를 건국하였다 이 나라가 ‘제’나라다. 제나라는 55년간 지속해 오다 819년 휘하장수 유오가 운주성에서 이사도를 죽이고 투항하므로 막을 내렸다.

장보고가 30세에 무령군중 소장이 되었다는 사료에 의해 장보고의 출생년도와 도당시기 그리고 무령군중 소장에 임명된 해를 유추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로 무령군중소장에 임명된 해는 언제쯤일까? 그 시기는 제나라가 819년 멸망하였으므로 818~819년쯤으로 유추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장보고의 출생년도는 언제쯤일까? 장보고가 무령군중 소장에 임명될 때 나이가 30세였으므로 788~789년쯤으로 추정할 수 있다.

세 번째로 당나라로 건너간 시기는 언제쯤일까? 805년에 무령군이 창설하였으므로 장보고는 그 이전에 당나라로 건너가서 무령군에 입대하였을 것으로 여겨지며 그의 나이 16~17세를 전후하여 입당하였을 것으로 여겨진다.

네 번째로 장보고의 집안은? 장보고가 출중한 무예실력을 가지고 군중소장의 지위에 까지 올랐다는 것은 어려서부터 무예를 익혔기에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면 장보고의 집안은 장보고가 무예를 연마할 수 있을 정도의 부를 누리는 청해진의 호족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섯 번째로 장보고가 무령군을 그만둔 해는 언제쯤일까? 무령군이 감군 정책을 쓴 해가 821년이며 장보고가 신라로 돌아와 청해진을 설치할 때가 828년 4월이다. 유추하면 장보고가 무령군을 그만 둔 시기는 821년 전후로 볼 수 있다.

여섯 번째로 무령군에서 전역하여 무엇을 하였을까? 828년 귀국할 때까지 당나라에 머물면서 신라방, 신라소에 모여 살고 있는 재당 신라인, 고구려, 백제인들을 돌보아 주면서 법화사를 창건하였을 것으로 여겨진다.

828년 4월 귀국 후 청해진을 설진한 장보고는 당나라에서 습득한 해상무역을 기초로하여 청해진을 다국적 종합무역상사로 가꾸어 나간다. 즉 라이샤워 교수의 표현처럼 해양상업제국을 건설하였던 것이다.

순풍에 돛을 단 것 같았던 청해진의 영화도 841년 서라벌 귀족들이 보낸 염장에 의해서 그 막을 내리고 851년을 끝으로 완도는 사람이 살아서는 안 되는 역신의 땅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장보고의 죽음에 대해서 속일본후기에는 841년 가을 11월로 적혀있고, 삼국사기에는 846년 봄 3월로 적혀있다. 그러나 841년 가을 11월이 정설로 받아들여 현재 사단법인 장보고연구회에서 매년 11월 장보고대사를 추모하는 다례제를 올리고 있다.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원리를 몸소 실천하였지만 바다로 진출하려던 장보고의 꿈이 물거품 되면서 신라도 차츰 쇠퇴의 길을 걸어 935년 56대 경순왕을 끝으로 멸망하고 말았다.

역사학자 콜린 그레이는 “세계 역사는 패권의 역사이고 패권의 역사는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쟁패하는 역사다. 쟁패하는 과정에서 대륙세력이 주도했던 적은 한 번도 없고 세계역사의 물줄기는 해양세력이 지배했다”고 하였다.

기원전 480년 그리스가 ‘살라미스 해전’에서 페르시아에 승리하여 아테네 제국이 탄생하였고, 기원전 260년 로마가 ‘포에니해전’에서 카르타고에 승리하여 지중해를 장악하여 1000년의 로마역사가 이루어졌다.

중, 근대에 들어 영국이 ‘칼라해전’에서 스페인을 이기고 대서양을 장악하므로 해가지지 않는 나라가 되었고, 근세에 일본이 태평양을 지배하여 강국이 되었다.

현대에 들어 2차 대전 후 미국이 태평양을 지배하면서 세계 최강국이 된 것을 보면 바다를 지배하는 나라가 세계를 지배함을 알 수 있다.

이제 우리들도 장보고가 못 이룬 바다를 향한 꿈을 새롭게 펼쳐야 할 때가 되었다. 완도수산고등학교 출신들의 오대양 진출이 그 시발점이 되어 전세계로 완도인의 역량을 펼쳐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하는 원리를 보여주어야 한다.

[김재광]

마음속 깊이 많이 감상 하고 갑니다 청해농원

[장정모]

추선생님의 글을 읽으면서 이미 선생님의 깊이를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고운 글을 대하니
맑은 우물에서 목욕을 하고 나온 느낌입니다. 아름다운 시심에 잠겼다 갑니다. 늘 평안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