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것은 인간 승리의 주인공으로 칭송 받았던 '사이클 황제' 랜스 암스트롱의 몰락이다. 암스트롱은 고환암을 극복하고 투르 드 프랑스에서 7연패를 달성한 전설이다. 그러나 2012년 미국 반도핑기구(USADA)가 도핑 증거가 담긴 보고서를 발표한 데 이어 국제사이클연맹(UCI)은 영구제명까지 했다. 결국 암스트롱은 지난 달 오프라 윈프리쇼에서 약물 복용 사실을 시인했다.
금지 약물 복용은 지금까지는 주로 메이저리그에서 폭로돼 왔다. 홈런왕 배리 본즈(Barry Bonds)와 새미 소사, 특급 투수였던 로저 클레멘스 등의 약물스캔들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2007년 배리 본즈(Barry Bonds)는 행크 애런(Hank Aaron)이 갖고 있는 메이저리그 개인 통산 최다 홈런 기록(755개)에 불과 몇 개를 남겨 놓으며 신기록 초읽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는 금지 약물 복용으로 인해 야구팬들은 축하대신 심한 야유를 퍼부었다. 그는 경기력 향상을 위한 약물복용 여부를 놓고 논란을 일으키며 많은 야구 팬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최근에는 연봉 3,000만 달러를 받는 뉴욕 양키스의 알렉스 로드리게스마저 금지 약물을 복용했다는 보도가 나와 메이저리그를 충격에 빠트렸다. 마이애미 지역 주간지 마이애미 뉴 타임스가 3개월간의 취재 끝에 불법 약물을 구입한 선수들의 명단을 공개했는데 그 중에 포함된 것. 로드리게스는 노화 방지 클리닉에서 성장호르몬, 테스토스테른, 아나볼릭 스테로이드가 함유된 물질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약물로 세운 기록은 수치에 불과할 뿐이다. 메이저리그 최다 홈런 기록 보유자인 배리 본즈(762개)도 아직까지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지 못했다.
급기야 도핑의 무풍지대로 알려진 골프에서도 의혹이 제기됐다. 골프는 단순한 근력보다는 정확한 타이밍과 스피드, 유연성이 좌우한다는 점에서 근육 강화제를 사용하는 선수들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통설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스포츠 전문매체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PGA 투어에서 통산 34승을 올린 비제이 싱(피지)이 금지약물인 'IGF-1'성분이 포함된 스프레이 제품을 사용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인슐린과 유사한 성장호르몬인 'IGF-1'은 손상된 근육을 치료하는 효과뿐 아니라 근육을 강화하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핑방지규정 위반은 시료 채취불응, 거부, 회피등도 포함된다. 연합뉴스(2013. 07. 26)에 의하면 경기 패배 후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도핑검사에 응하지 않은 남자 테니스 선수가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고 한다. 국제테니스연맹(ITF)은 빅토르 트로이츠키(53위ㆍ세르비아)가 도핑검사에 쓸 혈액 샘플을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출전정지 18개월에 처한다고 26일(한국시간)밝혔다. 이날 치러진 1회전에서 야르코 니에미넨(3위ㆍ필란드)에게 패했다. 이후 트로이츠키는 기분이 언짢다며 혈액 샘플 제출을 거부한 채 소변 샘플만 제출했다. 트오이츠키는 당시 도핑검사 담당자가 소변 샘플로 충분하다고 말했다고 항의했다. 그러나 IFT재판소는 담당자가 그런 발언한 적 없으며 트로이츠키가 도핑 테스트 당시 스트레스가 컷다는 점을 감안해 형량을 낮췄다고 덧붙였다.
대중이 스포츠에 열광하는 이유는 스포츠맨십에 기반한 페어플레이에 있다. 따라서 스포츠맨십을 저버리고 페어플레이를 하지 않는다면 대중이 스포츠에 등을 돌리는 것은 시간문제다. 우승자에게도 환호하지만 꼴찌에게도 박수를 보내는 이유는 최선을 다해 정정당당한 승부를 펼쳤을 것이라는 전제 조건이 있기 때문이다. 모두 합심하여 약물 복용이라는 스포츠계의 악의 축을 발본색원해야 한다.
장희진, 김지현, 그리고 박태환. 세 명 모두 동갑내기 대한민국 국가대표 수영선수였지요. 물론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박태환은 알아도 다른 두 명의 수영선수 이름은 잘 모르시지요? 기자회견장에서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보인 마린보이 박태환 선수를 보면서 저는 장희진 선수의 당당함과 김지현 선수의 담담함을 떠올렸습니다. 아시다시피 장희진 선수는 중학교 때 국가대표로 선발되어 태릉선수촌에 입촌한 후 중간고사를 보러 학교에 보내달라고 했다가 그 당시 수영연맹으로부터 국가대표 자격박탈이라는 징계를 받았던 선수입니다. 이 사건은 우리 체육시민연대가 발족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지요. 그 사건 이후 장 선수는 미국으로 건너가 수영을 하면서 공부를 계속했고 지금은 텍사스의 한 대학에서 변호사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국가대표로 뽑혀 자신이 목표로 했던 본선진출, 그리고 자신의 최고기록을 달성하고 금메달을 못 따서 실망스럽지 않냐 는 기자의 질문에 “금메달 가지고 나머지 평생을 살 수 없잖아요?”라고 당당히 반문했던 선수입니다. 박태환 선수에 가려 늘 국내 2인자였던 김지현 선수는 의사의 실수로 감기약에 들어있는 금지약물로 인해 2년 자격정지 징계를 받고 친구인 박태환 선수가 징계를 줄이기 위한 리허설이 한창일 때 군에 입대했습니다. 지난 번 화요일에 억울한 사연이 소개된 선수지요. 박태환 선수의 옛 스승까지 나서 명예회복이라는 명분을 들어 국내규정을 수정해서라도 내년에 있을 리우 올림픽 출전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과연 박태환 선수의 진정한 명예회복이 다음 올림픽에서 (약물 없이!) 금메달을 따는 것일까요?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