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하고 맞는 첫 날, '늦잠을 자야지' 생각했는데 몸이 저절로 일어나진다. 그래서 어제처럼 또 새벽에 바느질을 했다.
아침 9시, 까사베르데에서 꽃바구니를 찾아왔다.
동생의 부탁으로 교육장실에 꽃바구니와 샌드위치를 전해 드렸다. 교육장님은 내 동생의 6학년 때 담임이셨다. 동생은 카톡으로 전할 말을 보내주며 나에게 대필해서 좀 전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최훈선생님은 첫 발령을 받아 용남초에서 동생의 6학년 담임을 하셨다. 선생님은 몇 십 년의 세월이 흘러도 제자를 잊지 않고 계셨다. 우리 집도 알고 계셨다. 아버지 안부까지 여쭈시면서.
동생 심부름 마치고 얼른 돌아와 옷과 핸드백을 챙겨 지영언니 가게로 갔다. 한참 놀려고 갔는데 그만 차에 열쇠를 넣고 차문을 잠가 또 남편에게 SOS를 날렸다.
언니는 가게에서 글을 모르는 할머니께 한글을 가르쳐 주고 계셨다. 언니답다.
나는 방학하고 제일 먼저 한 일이 추위를 많이 타는 언니에게 줄 옷과 핸드백을 챙긴 일이다. 화사한 가게에서 곱게 차려 입고 계시면 좋을듯 해서 내게 있는 가장 좋은 옷과 핸드백을 몽땅 챙겨 싣고 왔다.
지영언니는 나하고는 달리 언제나 멋지고 고급진걸 좋아한다. 하나를 해도 제대로 된것만 하신다.
서울 친구와 동생, 딸이 보내주는 것들이 내게는 제일 좋은 것들이어서 그것들만 챙기면 된다. 언니는 아이처럼 기뻐하신다. 그것도 언니답다.
남편이 오게된 바람에 언니가게에 놀지 못했다. 황토방에서 혼자 딩굴거리다가 실컷 낮잠이나 잤다.
5시에 국민독서경진대회 시상식에 참석했다. 급조해서 낸 독후감이 일반부 최우수라니 좀 그렇다. 책갈피의 예인과 고원이가 중등부 최우수와 우수를 했다. 벌써 고등학생이 된 아진이와 민서가 각 부문에서 최우수를 했다. 둘다 부산교대 탐방을떠나 수상자로 민서엄마와 아진이 아빠가 오셨다. 기쁘다. 아진이와 민서가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책읽기와 글쓰기를 꾸준히 하고 있어서.
시상식을 마치고 여고동기모임에 갔다. 몇 달 연속으로 빠진게 민망해서 선물도 열 여섯개 준비해서 갔다. 회장인 점옥이는 노산 방앗간에서 떡국감을 뽑아 한 보따리씩 안겨준다. 망연회라고 한우도 실컷 먹고 노래연습장도 갔다. 맨 마지막 곡은 언제나처럼 이숙의 우정을 떼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