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계봉진막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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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국수와 편육이 주메뉴다. 막국수만으로 허전함을 느낀다면 편육과 함께 해서 얼얼한 혀와 매운 속을 달래며 영양도 균형을 맞춘다. 하지만 국수만으로도 완벽한 맛이다. 이름은 막국수인데 맛은 막이 아니고 섬세하고 당당하기 그지없다.
1.식당얼개
상호 : 강계봉진막국수
주소 : 여주시 대신면 천서리 419-2
전화 : 031) 882-8300
주요메뉴 : 막국수, 편육
2. 먹은음식 : 비빔막국수, 편육
먹은날 : 2019.11.6.점심
음식값 : 막국수 8,000원, 편육 17,000원
3. 맛보기
이집 막국수는 비빔이 원조다. 그런데 비빔막국수는 맵다. 맵다고 양념을 덜어내지 말라니, 제맛을 보기위해 별수없이 죄다 넣고 비빈다. 아니다 다를까, 예고, 아니 예고보다도 더 맵다. 그러나 고춧가루 질이 좋은가 보다. 맵지만 속을 후벼파는 날카로운 맛이 아니다. 견딜 수 있는 맛이다.
매운 맛은 뜨거운 맛과 같이 느껴진다. 영어로는 똑같이 hot, 매울 때 뜨거운 육수는 불 난 데 부채질이다. 육수를 조금 식혀 마시고 남은 동치미 국물로 속을 달랜다. 속이 풀리며 정신이 난다. 속이 풀리니 매운 맛이 밉지 않고 개운하다. 한국식 매운 맛이다.
메밀국수는 쫄깃거리지 않고 부드러운 맛이다. 양념이 잘 배인다. 양념 배인 국수는 오이, 배 등 거섶 기억하지 않아도 돼지고기 잘게 썰어 더한 양념 맛만으로도 깊은 맛을 낸다.
비빌 때 추가하는 동치미국물에는 약간 단맛이 담겨 불안했으나 비빔 육수로는 괜찮은 맛을 내며 화합한다. 맵지만 푸근하고 꽉 차는 맛이다. 이 맛에 몇 십년 전부터 지나는 길이면 잊지 않고 들른다.
속을 달래주는 데 편육이 좋다. 영양을 더하기도 편육이 좋아 짝을 이루는 메뉴가 된다. 편육은 쫄깃거리고 윤이 자르르 나는 모양새처럼 맛도 자르르하다.
가격에 비해 왠지 양이 너무 적지 않나, 많은 사람들이 같은 의구심을 가지나보다. 양이 이만만 한 것에 대ㅎ해 과학적인 해명을 식탁마다 붙여 놓았다. 생고기 400g이 삶으면 200g으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대처, 이 말을 보니 의구심이 해소된다. 거기다 자르르 녹는 풍부한 맛에 쫄깃한 식감, 기름기 없이 적당히 부드러운 맛이니 제 값하는 음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육수는 이 집을 기억하는 시원의 맛이다. 처음 천서리막국수를 먹었을 때, 막국수보다 처음 만나는 이 육수가 더 인상적이었다. 시원하면서 든든한 맛, 약간 짭조롬하지만, 매운 속도 달래주고 막국수의 허허로움도 채워주는 진득한 맛, 막국수 못지 않은 명물이다. 그때보다 진한 맛은 덜한 거 같지만 여전히 풍부한 맛이다.
4. 먹은 후 : 음식이 지역문화를 어떻게 바꾸는가
음식 아이템 하나가 주변 문화를 어떻게 바꾸어 놓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오래 오래 전에는 이 집 이름도 잘 기억하지 못하였다. 그냥 '천서리 막국수'가 이름이었다. 드문드문 들러보면 들를 때마다 하나씩 둘씩 변화가 이어졌다. 주변에도 막국수집이 생기고, 길이 커지고, 주차장이 생기고, 실내가 깔끔하게 바뀌고, 또 다시 와보면 앞 다리가 새로워지고, 주차장이 커지고, 실내 앉은뱅이 식탁이 좌식으로 바뀌고 등등 끊임없는 진화가 이어졌다.
이제 굴속같이 시커멓던 옛집은 가물가물 기억을 억세게 더듬어야 겨우 끌어낼 수 있을 정도다. 낮은 지붕아래 여기저기 붙은 어두운 방에 가득가득한 사람들이 이제는 양지로 나와서 여유있게 음식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그때 척박했던 시절에도 맛을 알고 찾아주던 분들이 이렇게 맛집을 길러냈던 것이다. 그들이 일등공신, 그 개국공신은 상당수가 여전히 찾아와서 이제는 수성공신 노릇을 한다.
그렇게 커간 맛집은 그 사이 자기만 큰 것이 아니라 이웃도 동네도 지형을 바꾸어 놓았다. 수구초심으로 한 길만 고집한 장인정신과 전문성이 동네를 천서리 막국수 촌으로 만들었다. 지나는 객에게는 거저 스쳐지나가는 수많은 마을 중 하나였을 천서리를 막국수의 고장으로 기억하게 해서 동네 지명도를 높였다. '맛깔스런 경기 으뜸음식점' 칭호는 그래서 받은 것이다.
이 식당의 소종래를 더 거슬러 올라가보자. 이제는 작고한 강진형 님이 평북 강계에서 내려와 고향의 맛을 재현하며 식당을 열었고, 큰아들 봉진 님에게 전승하며 '강계'에 이름이 하나 더 붙어 '강계봉진'막국수가 되었다.
전남 담양에 가면 국수거리가 있는데 그 거리를 만든 원조집의 이름이 '진우네국수'이다. 역시 개점 사장님의 장남분, 진우 님이 가게를 계속하고 있고 역시 여전히 성업 중이다. 장남에게 물려주고 식당 이름을 그렇게 붙이는 것이 흡사하다. 진우네 국수도 정말 맵다. 매운 맛은 이와 약간 색이 다르지만 매운 맛으로 승부하는 점에서도 같다.
강계는 평북이다. 아마도 전쟁통에 내려왔을 1대 강진형 님 등은 북한 음식으로 남한 음식을 풍부하게 하는 1등공신들이다. 강계는 평안북도이지만 지금은 자강도로 편입된 지역이다. 당시의 강계읍은 강계시로 승격되었다.
강계는 독로강이 시의 중심을 지나며 북천, 남천과 합류하여 남쪽으로 흘러가는 동안 하천 연안에 넓고 비옥한 충적지가 발달했다. 여기서 나오는 강계미는 질이 좋기로 평북에서 유명하다. 하지만 고산지대여서 밭농사 중심지역으로 감자, 메밀 등이 주산물이다.
쌀생산이 비교적 많은 지역으로 다른 지역보다 풍부한 농산물이 생산되는 지역이다. 거기다 강계선과 만포선이 합류되는 교통의 요지이다. 6.25전쟁 때는 인민군이 평양에서 철수하여 이곳을 임시 수도로 삼았을 정도의 전략적 요충지이다. 음식의 발달이 이루어질 여건이 매우 다양하게 조성되어 있는 곳이다.
쌀을 풍부하게 먹으면서 메밀음식을 먹어 왔다면 수준높은 맛을 담은 음식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 이 맛이 그때 강계의 그맛이라면 수준높은 음식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전쟁의 긍정적 부산물은 문화교류다. 인류의 수많은 문화교류도 전쟁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역설적이게도 덕분에 우리는 강계막국수를 천서리라는 동네에서 맛본다. 천서리에 정착한 북한 이산가족 덕분에 풍부해진 음식문화의 혜택은 천서리로만 그치지 않는다. 천서리로 찾아드는 수많은 전국구 손님들이 전국구 음식으로 향유 진폭을 넓힌다. 그래서 한국음식은 넓어지고 깊어져서 세계로 나갈 기운을 돋운다.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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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3.2.점심, 재방문
먹은음식 : 비빔막국수 8,000원, 물국수 8,000원, 수육 16,000원
그 사이 가격이 오르지 않았다. .오히려 수육의 값이 내렸다.
비빔냉면. 국물이 요긴하다. 너무 매워서. 딜렘마에 빠진다. 양념을 다 넣으면 너무 맵고, 덜 넣으면 맛이 덜하고. 보조 국물로 혀를 달래려 해도 너무 매워서, 또 국물이 좀 맹숭거려서 쉽지 않다. 그 옛날 한입에 가버린 것은 비빔냉면, 매우면서도 감칠맛 나는 매력이 아니었나 싶다. 다데기를 덜어내면 맛을 덜어내는 것이다. ㅜㅜ
물냉면의 국물은 글쎄, 그리 깊은 맛은 잘 느끼지 못하겠다.
소스 조합은 여전히 참 특별하다.
그 사이 가격이 좀 올랐다.
막국수촌
바로 앞에 커피숍이 있다. 막국수 먹고 오면 10% 할인도 해준다. 분위기도 좋고, 맛도 어지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