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11번 버스를 아십니까? /노회찬
6411번 버스를 아십니까?
서울시 구로구 가로수공원에서 출발해서 강남을 거쳐 개포동 주공 2단지까지 대략 2시간 정도 걸리는 노선버스입니다. 6411번 버스는 매일 새벽 4시 정각에 출발합니다. 새벽 4시에 출발하는 첫 버스와 4시 5분경에 출발하는 두 번째 버스는 출발한지 15분쯤 지나 신도림과 구로시장을 거칠 무렵이면 좌석은 만석이 되고 버스 안 복도까지 사람들이 한명 한명 바닥에 다 앉는 진풍경이 매일 벌어집니다.
새로운 사람이 타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6411번 버스는 매일 새벽 같은 시간, 같은 정류소에서 같은 사람이 탑니다. 그래서 시내버스인데도 마치 고정석이 있는 것처럼 어느 정류장에서 누가 타고 강남 어느 정류소에서 누가 내리는지 거의 다 알고 있는 매우 특이한 버스입니다.
이 버스 타시는 분들은 새벽 3시에 일어나서 새벽 5시 반이면 직장인 강남의 빌딩에 출근해야 하는 분들입니다. 지하철이 다니지 않는 시각이기 때문에 매일 이 버스를 탑니다. 어쩌다가 누가 결근이라도 하게 되면 누가 어디서 안 탔는지 모두가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좀 흘러서 아침 출근시간이 되고 낮에도 이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고 퇴근길에도 이용하는 사람이 있지만, 그 누구도 새벽 4시와 4시 5분에 출발하는 6411번 버스가 출발점부터 거의 만석이 되어 강남의 여러 정류장에서 5,60대 아주머니들을 다 내려준 후에 종점으로 향하는지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이분들이 아침에 출근하는 직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들 딸과 같은 수많은 직장인들이 그 빌딩을 드나들지만, 그 빌딩이 새벽 5시 반에 출근하는 아주머니들에 의해서 청소되고 정비되는 것을 의식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습니다. 이분들은 태어날 때부터 이름이 있었지만 그 이름으로 불리지 않습니다. 그냥 아주머니입니다. 그냥 청소하는 미화원일 뿐입니다. 한 달에 85만원 받는 이분들이야말로 투명인간입니다. 존재하되 그 존재를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함께 살아가는 분들입니다.
지금 현대자동차, 그 고압선 철탑위에 올라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23명씩 죽어나간 쌍용자동차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저 용산에서 지금은 몇 년째 허허벌판으로 방치되고 있는 저 남일당, 그 건물에서 사라져간 다섯 분도 투명인간입니다.
저는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이들은 아홉시 뉴스도 보지 못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분들입니다. 그래서 이 분들이 유시민을 모르고 심상정을 모르고 이 노회찬을 모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 분들의 삶이 고단하지 않았던 순간이 있었겠습니까? 이분들이 어려움 속에서 우리 같은 사람들을 찾을 때 우리는 어디 있었습니까? 그들 눈에 있었습니까? 그들의 손에 닿는 곳에 있었습니까?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에 과연 있었습니까?
그 누구 탓도 하지 않겠습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이 정당이 대한민국을 실제로 움직여온 수많은 투명인간들을 위해 존재할 때 그 일말의 의의를 우리는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상 그동안 이런 분들에게 우리는 투명정당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정치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외치지만 이분들이 필요로 할 때 이분들이 손에 닿는 거리에 우리는 없었습니다. 존재했지만 보이지 않는 정당, 투명정당. 그것이 이제까지 대한민국 진보정당의 모습이었습니다. 저는 이제 이분들이 냄새 맡을 수 있고 손에 잡을 수 있는 곳으로 이 당을 여러분과 함께 가져가고자 합니다. 여러분. 준비되었습니까?
- 노회찬, 2012년 진보정의당 당대표 수락연설
나는 임차인이다./윤희숙
존경하는 박병석 국회의장님 그리고 동료 선배의원 여러분 저는 서초갑 윤희숙 의원입니다. 저는 이 자리에 오늘 표결된 주택임차법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려고 나왔습니다. 저는 임차인입니다. 제가 지난 5월 이사했는데 이사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집주인이 2년 있다가 나가라고 하면 어쩌나 하고 걱정을 달고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표결된 법안을 보면서 제가 기분이 좋았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저에게 드는 생각은 4년 있다가 저는 꼼짝없이 월세로 들어가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전세는 없겠구나, 그게 저의 고민입니다. 저의 개인의 고민입니다
임대시장은 매우 복잡해서 임대인과 임차인이 서로 상생하면서 유지될 수밖에 없습니다. 임차인을 편들려고 임대인을 불리하게 하면 임대인으로서는 가격을 올리거나 시장을 나가거나입니다. 그러면 제가 임차인을 보호하는 것을 반대하느냐 절대 찬성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되느냐 정부가 부담해야 됩니다.
임대인에게 집을 세놓은 것을 두려워하게 만드는 순간 이 시장은 붕괴하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세 제도는 여러분들이 모두가 아시겠지만, 전 세계에 없는 특이한 제도입니다. 고성장시대에 금리를 이용해서 임대인은 목돈 활용과 이자를 활용했고 그리고 임차인은 저축과 내 집 마련으로 활용했습니다. 그 균형이 지금까지 오고 있지만, 저금리 시대가 되는 이상, 이 전세 제도는 소멸의 길로 이미 들어섰습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은 전세를 선호합니다. 그런데 이 법 때문에 너무나 빠르게 소멸되는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수많은 사람을 혼란에 빠뜨리게 된 것입니다. 벌써 전세 대란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제가 오늘 여기서 말씀드리려고 하는 것은 이 문제가 나타났을 때 정말 불가항력이었다고 말씀하실 수 있습니까? 예측하지 못했다 이렇게 말씀하실 수 있습니까 30년 전에 임대계약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렸을 때 2년으로 늘렸을 때 단 1년 늘렸는데 그 전해부터 89년 말부터 임대료가 오르기 시작해서 전년 대비 30프로 올랐습니다.
1990년은 전년 대비 25프로 올랐습니다. 이렇게 혼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5프로로 묶어놨으니 괜찮을 것이다. 지금 이자율이 2프로도 안됩니다. 제가 임대인이라도 세놓지 않고 아들딸한테 들어와서 살라고 할 것입니다. 조카한테 들어와서 살라고 관리비만 내고 살라고 할 것입니다. 불가항력이고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백번 양보해서 그랬다 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우리나라 천만 인구를 좌지우지하는 법을 만들 때는 최소한 최대한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문제가 무엇인지 점검해야 합니다. 그러라고 상임위에 축소심의위가 있는 것입니다.
이 축소심의위가 있었다면 우리는 무엇을 점검했을까요. 저라면, 저라면 임대인에게 어떤 인센티브를 줘서 두려워하지 않게 할 것인가.임대료 소득만으로 살아가는 고령 임대인에게는 어떻게 배려할 것인가. 그리고 수십억 전세 사는 부자임차인도 이렇게 같은 방식으로 보호할 것인가, 이런 점들을 점검했을 것입니다. 도대체 무슨 배짱과 오만으로 이런 것을 점검하지 않고, 이걸 법으로 달랑 만듭니까 이 법을 만드신 분들, 민주당, 이 축조심의 없이 이 프로세스를 가져간 민주당은 오래도록 오래도록 기억될 것입니다. 우리나라 전세역사와 부동산 정책의 역사와 민생역사에 오래도록 기억될 것입니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0.8.1
***생각하기***
글을 쓸 때 말을 할 때 누구가 읽고 들을 것인가를 고민합니다.
노회찬은 당원을 향해 말하고 윤회숙은 주택임차법 관련 문제에 관심을 둔 사람들에게 말합니다.노회찬은 6411번을 들고 나와 당원들의 정체성을 언급하고윤희숙은 임차인과 임대인을 동시에 들고나와 임대 시장을 말합니다.이들의 연설은 선택을 강요합니다. 선택지는 단 두개 뿐입니다.동의와 비동의입니다.문학은 누구를 청자로 하는 글일까요?제1청자는 자신입니다. 청자는 인류 전체이고 현재와 미래의 인류입니다.
노회찬의 글은 6411번 버스를 타는 사람을 통해
정당원들의 지향을 점을 드러냅니다.
윤회숙은 임차인 ,임대인, 여당, 야당의 주택임차법에 대한
입장을 드러냅니다.
정서적 묘사와 논리적 설득입니다.
원하는 목적에 잘 부합니다.
하지만 문학적 글쓰기에도 두 가지 방법은 효과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