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몸치의 댄스일기30 (댄스 파트너)
2003. 9. 30
모던댄스를 접하고 어느 시기가 되니까 솔로 연습과 학습에는 한계가 드러났다.
어차피 댄스스포츠가 커플로 이루어지는 게 당연하니까...
각 동작과 스텝 루틴을 익히면서 솔로는 되는 것 같아도 막상 강습장에서라도 즉흥적으로 홀딩이 이루어지면 서로가 불편했다. 스텝도 엉키고 보폭도 차이가 나고 여러 가지 문제들이 나타났다.
어떤 것은 혼자서는 잘 되는 듯 했는데 막상 홀딩 시에는 전혀 비슷하게 동작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있었다. 예를 들면 탱고에서 바디액션(바디어택)에서 혼자서는 흉내를 낼 수 있는데 홀딩 하니까 어색하고 동작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런 이유나 핑계 말고도 아무래도 누군가와 호흡을 맞추면 더 유리하고 좋은 것들도 있을 것 같다는 게 어느 순간부터 들기 시작한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무엇보다 왈츠 베이직에서 나 혼자 어느 정도 묘미를 이해하니까 그걸 상대방과 함께 느낌을 받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 또 상대방의 도움이 필요한 동작이 대부분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렇지만 댄스 파트너란 게 본인이 원하고 상상하는 것만큼 그렇게 이상형을 쉽게 만나기란 쉽지 않다는 것도 조금씩 시간이 흐를수록 깨달았다. 또한 선배님들이나 각 사이트에 올라온 글에서도 많이 접할 수 있었다.
그 이유도 이해될 것 같았다. 배우자 만나는 것보다 더 어렵고 힘들다는 그런 일상적인 말도 많이 듣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 같았다.
선배님들의 경험담에 의하면 파트너와 함께 하면 좋은 점과 장점도 있지만 그만한 심적 부담과 단점도 많고 서로 상처를 받고 고통스런 일도 생긴다는 말도 들었다. 모든 게 공감되고 이해할 수 있는 내용들이었다.
가장 우선 조건은 키가 맞아야 된다는 것 말고도 댄스를 전제로 남남끼리의 이성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것이니까 여러 가지 조건과 제약도 당연히 따를 수밖에 없었다.
부부가 신장도 비슷하고 성격과 취향만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다면 누가 보든 자연스럽고 가장 이상적인 댄스커플일 게다. 그렇지만 그런 복이 있는 부부도 있겠지만 서로 조건과 다른 이유로 부부가 댄스 커플이 될 수 없는 이들은 남남끼리 만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인간관계가 다 그러하듯 서로 다른 남남끼리 그것도 이성간에 만남이니 댄스 파트너를 이룬다는 것 자체가 복잡하고 여러 가지 갈등 요인을 내포할 걸 각오해야 할 것 같다.
그래도 어떤 이유로든 댄스계에 입문한 이상 한번쯤은 파트너 문제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는 게 개인적인 견해였다. 그 필요성을 절감했고...
어찌 보면 아직 댄스를 입문한지 얼마 안 되는 햇병아리인 내가 감히 댄스 파트너를 운운한다는 것부터 좀 시건방지고 주제 파악을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어차피 즐거운 댄스를 하려면 그리고 제대로 된 댄스를 익히려면 연습 시에라도 홀딩 할 수 있는 파트너는 있는 게 없는 것 보다는 나을 것 같았다.
그런 꿈같은 일이 내게도 드디어 일어났다. 처음으로 정식으로 나와 함께 댄스를 배우 서로를 위해서 홀딩을 해줄 댄스 파트너가 생겼다.
2003. 9. 25일에 당사자들끼리 결정짓고 우리 동호회의 회원님들과 가르치시는 선생님들의 입회하에 공개하게 되었다.
내 상대는 나의 개인레슨 사부님이신 김정현 원장님의 주선으로 이루어졌다. 다른 곳에서 김정현 원장님으로부터 벌써 일여 년 전 부터 단체 강습을 받고 있는 분이시다.
결국 같은 스승의 제자인 셈인데 사부님께서 서로 약간씩은 알고 있는 상태에서 맺어준 거나 마찬가지였다. 최종 결정은 양 당사자 간의 합의로 이루어진 것이지만...
그래서 우리는 홍순지 원장님과 김정현 원장님을 모시고 함께 활동하는 동호회의 회원 몇 분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면서 공개적으로 앞으로 [댄스 파트너]란 용어로 선언을 한 것이다.
그리고 내 상대는 아직 동호회에서는 전혀 활동도 안 하셨고 동호회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강습을 함께 받는 몇몇 분이야 알고 있지만...
김정현 원장님은 새로운 그 분의 닉네임으로 [***]라고 지어 주셨다.
그림도 그리고 예술 활동을 하시는 그 분에게 너무 잘 어울리는 이름이어서 만족스러웠다. 사실은 그 분이 나보고 지어달라고 요청해서 내가 지어 주려고 며칠 밤을 생각했지만 이미 부르기 쉽고 예쁜 닉은 다른 분들이 사용하고 있어서 고민했었다.
내 댄스 파트너로 기꺼이 응해 주신 ***님은 나보다는 훨씬 훌륭하고 모든 게 앞서는 분인 것 같았다. 성격은 조용하면서도 자기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벌써 나를 위한 자상하고 세심한 마음까지 써 주셨다. 아무래도 내가 좀 부족한 감은 있었지만 나를 파트너로 허락해주셔서 나로서는 고맙고 감사한 마음뿐이었다.
단지, 평소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는 신장이 약간 작은 듯 했다. 그런 것까지 모든 걸 내 마음에 만족스러운 상대를 만나기란 아무래도 무리인 듯 했다.
내가 평소에 원하던 상대방의 신장은 최소 165cm에서 168cm 정도를 희망했었는데... 그것보다는 쬐금 못 미치는 듯 했다.
그렇지만 신장에 비해서 다리가 긴 편이서서 홀딩 시에 큰 무리는 없었다. 나이도 나보다 2살 아래여서 서로가 큰 부담도 없어서 좋았다.
그 분과 단 둘이 만나서 댄스를 함께 익히고 앞으로 함께 댄스를 하자며 최종적으로 결정을 내렸을 때 막연한 흥분과 가슴이 설레었다.
마치 첫사랑의 감동처럼 무언가 내 마음이 울렁거리는 듯한. 사실은 나도 함부로 댄스파트너를 정하지는 않겠다고 마음속으로 단단히 결심하고 있었다.
주위에서 몇 번의 파트너 제의가 그 동안에도 들어온 적도 있었다. 그렇지만 선뜻 결정을 못 내리고 망설이고 있던 참이었다.
이 분과는 전혀 알지도 못 했다. 단 두어 번 보고 그렇게 갑자기 결정될 줄은 나 자신도 상상도 못했었다. 그렇게 쉽게 그리고 간단하게 내 마음이 움직이고 무너질 줄은...
평소 나의 댄스 파트너에 관한 견해는 분명했다.
댄스 파트너든 배우자든 결국은 인간관계라는 것. 따지고 보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인간과 인간의 만남이며 교제이고 남여의 관계일 수도 있다.
댄스 파트너라고 해도 인간과 인간의 관계이고 남과 여의 만남인 건 현실이다.
그 관계에서 좋은 열매를 맺느냐 불미스럽고 부정적이고 세상의 지탄의 대상이 되느냐는 서로의 사고방식과 처신문제일 게다.
어쨌든 잘 모르는 두 사람의 인연이니 세상과 대처하는 방법은 당사자들의 몫이고.. 댄스를 하든 개인적인 관계이든 인간관계의 과제라고 생각하고...
난 나름대로 [***]님을 만나고서 시간은 얼마 안 되었지만 이미 대중 앞에서 공개된 인간관계인 만큼 타인에게 욕 안 얻어먹고 부정적으로 비치지 않고 당사자들끼리도 서로 마음 아프지 않게 상처 받지 않고 안 만난 것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면서 즐겁게 댄스를 하고 댄스의 기량도 쌓아 나가볼 희망과 용기가 솟았다.
그런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면 해답은 간단한 것 같다. 그 간단하고 상식적인 걸 실천하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상대를 포용하고 아껴주려는 마음가짐만 있다면 별로 큰 문제가 될 게 없을 듯한데.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이 간단한 내용을 실천하기는 가장 어렵다는 사실도 나는 알고 있다. 그렇지만 난 이 분께 마음의 상처나 가슴 아프고 서운한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내가 좀 모자라고 부족하더라도 그 분께도 양해를 구하고 도와줄 것을 부탁하고.
댄스파트너라지만 난 댄스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 것 같다. 인간관계가 우선이라는 의미다. 댄스도 인간이 하는 것이고 인간이 즐기자고 하는 것이다. 인간관계가 불편하고 불만이라면 그런 댄스는 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댄스도 인간이 즐기자고 하는 것이지만 세월이 흐르면 댄스 실력이야 쌓일 것이다. 불편한 인간관계에서 댄스를 잘 하면 무얼 할까. 그런 관계에서 댄스가 잘 될 리도 없겠고...
난 ***님이 마음에 들고 그 분도 나를 존중해줄 것 같았다. 나와 같은 마음으로 나를 대해주는 것 같았다. 아직 서로가 겪어본 시간은 얼마 안 되지만 첫 느낌이 그랬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서두르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즐거운 댄. 모던댄스부터 차근차근 익히면서 라틴도 도전할 계획이다.
혼자서 어려운 걸 연습할 때는 누군가 홀딩해줄 수 있는 편한 상대가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는데 이젠 함께 홀딩 할 수 있는 상대가 있다. 내가 받아보고 싶었던 컨택 시의 느낌들도 연구할 수 있어 행복하다.
***님도 앞으로 서로가 기량이 되면 자기만족을 위해 시합과 대회 같은 데도 나가 보고 싶다고 하니까 그런 기회도 만들 수 있고 이제 댄스파티 같은데도 함께 다닐 수 있고 여러 가지로 좋은 점들도 많을 것 같다.
내가 파트너를 위해서 보여줄 수 있는 첫 결심은 25년간이나 피워온 담배를 끊을 작정이다. 그 분이 담배연기를 싫어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사실 난 건강상 이유나 다른 이유로는 절대 담배를 못 끊을 것 같았다. 끊을 마음도 없었다. 그게 내 삶의 낙이었는데 왜 내가 그걸 끊어 조금 덜 살고 말지 하는 생각으로 25년간을 피워왔었다. 예전에는 "마누라를 택할래 담배를 택할래."고 마누라가 물으면 거침없이 담배를 택한다고 호기를 부렸었는데...
새로운 인생 앞으로의 댄스 인생이 기대된다.
2003. 9. 30
댓글
blue
...담배도 끊고, 파트너도 구하고, 아무튼 츄카츄카...!!!... 부럽슴다... 난 언제나???......*^8^*....... 03.10.01 07:39
답글 b.s.s.
강변마을님 츄카츄카...12월 정기파티에 인사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03.10.01 09:03
답글 Jay Chang
부럽다 말고요! 이제 새 각오로 돌진하시길.. 댄스는 급이 올라갈때 계속 중단 없이 밀어 부쳐야 몇 계단을 단숨에 오르게 되어 있지요. 천기를 잘 타야죠. 츄카 03.10.01 09:04
답글 Hera
담배를 끊는다고라고라고라??? 에효~ 울써방님도 댄스갈쳐서 파트너 구해주믄 담배 끊을랑가? 도무지 체질에 안 맞아서 못 배우겠다는데 억지로 갈칠수도 엄꼬...진심으로 추카함다~~ 오래오래 훌륭한 댄스의 동반자로써 서로에게 힘이 되어드릴 수 있기를 빕니다~ 03.10.01 09:11
답글
라빅 암튼 댄스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십니다.댄스파트너가 생긴것도 축하드리고여... 03.10.01 10:14
답글 CBM
강변마을님과 수채화님 축하합니다. 강변마을님께서는 파트너를 위해 더욱 열심히 하셔야 되겠습니다. 너무 조급하지는 마시고...앞으로 기대됩니다. 03.10.01 12:54
답글 조이
강변마을님! 축하드립니다. 수채화님이랑 뵙게되길 바래요. 기대됩니다. 03.10.01 17:06
답글 로라
제가 늦었네요, 강변마을님, 이상적인 파트너를 만난것같군요.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댄스일기가 더욱 재미있어질 것 같군요. 댄스일기 다음편 기대함다! 03.10.02 00:47
답글 woolly
강변마을님의 행복해 하시는 마음이 그대로 전해 오네요..첨 볼 때부터 넘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열심히 하시니 짝도 일찍 나타나신것 같네요..지금 그 마음 오래오래 이어져 아름다운 댄스인생 만들어 가시길.. 03.10.02 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