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다녀와서 빌리려고 생각했던 책을 안 빌렸다는걸 깨닫는건 당혹스러운 일입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죠. 얼마 전엔 날이 더워서 8시 반에 출발해 9시에 빠르게 빌리고 집에 들어왔었는데 순식간에 추워져서 11시 쯔음 게으름 부리며 출발했습니다.
구립도서관 A
붉은 선
- [무당을 만나러 갑니다]를 쓴 작가가 쓴 예전 책 중 하나입니다. 그 작가가 전에는 어떤 책을 썼는지 궁금해서 빌렸습니다. ( 읽다보니 알게 된 사실인데 놀랍게도 [두 명의 애인과 삽니다]를 쓴 분과 자매더군요. )
남양 섬에서 살다 : 조선인 마쓰모토의 회고록
- 미크로네시아에 일제시대 때 끌려가 부역을 했던 개인의 회고록인데 궁금해서 빌려봤습니다. 광주 비엔날레에 이 책의 삽화들을 전시해놓아서 알게 되었습니다. 책의 서문에 의하면 태평양의 한국 강제노역자들에 대한 조사나 정보는 거의 없다시피 한다고 합니다.
세계의 말들 : 언어덕후가 즐거운 수다로 요리한 100가지 외국어의 맛
- 언어학자가 100개의 언어에 대해 모두 동일한 분량으로 쓴 에세이 집입니다. 그 패기가 놀라워 빌려봤습니다.
영화의 얼굴
- 한국 영화 포스터를 모은 책입니다. 옛 영화들 포스터 구경이나 할까 하고 빌렸습니다. 한국영상자료원 고전영화 복원 유투브를 가면 개중에서 어떤 것들은 볼 수도 있으니, 보다가 보고 싶은 영화가 있다면 하나씩 볼까도 생각해보니다.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 ( 재대출 )
- 총 세 챕터로 되어 있는데, 첫 챕터인 '비밀 일기'까지 읽었습니다. 저자가 정말 무서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책은 섹슈얼리티와 온갖 감정으로 가득차 있지만 아래와 같은 원칙을 철저하게 지켜 써서 독자에게 겉만을 보여주고 속을 유추하는 책임을 넘깁니다. 다음 두 챕터에서 어떤 내용을 다룰지 두렵습니다.
우리가 '잘했음'이나 '잘못했음'을 결정하는 데에는 아주 간단한 기준이 있다. 그 작문이 진실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것들, 우리가 본 것들, 우리가 들은 것들, 우리가 한 일들만을 적어야 한다.
예를 들면, '할머니는 마녀와 비슷하다'고 써서는 안된다. 그것은 '사람들이 할머니를 마녀라 부른다'라고 써야 한다.
'이 소도시는 아름답다'라는 표현도 금지되어 있다. 왜냐하면, 이 소도시는 우리에게는 아름다울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추하게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당번병은 친절하다'라고 쓴다면, 그것은 진실이 아니다. 당번병이 우리가 모르는 심술궂은 면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렇게만 써야 한다. '당번병은 우리에게 모포를 가져다 주었다.'
우리는 또한 '호두를 많이 먹는다'라고 쓰지, '호두를 좋아한다'라고 쓰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좋아한다'는 단어는 뜻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정확성과 객관성이 부족하다. '호두를 좋아한다'와 '엄마를 좋아한다'는 같은 의미일 수가 없다. 첫 번째 문장은 입 안에서의 쾌감을 말하지만, 두 번째 문장은 감정을 나타낸다.
감정을 나타내는 말들은 매우 모호하다. 그러므로 그런 단어의 사용은 될 수 있는 대로 피하고, 사물, 인간, 자기 자신에 대한 묘사, 즉 사실에 충실한 묘사로 만족해야 한다.
우리는 각자의 세계가 된다 ( 반납 )
- 한 두 챕터 읽고 반납했습니다. 잠시 쉬고 다음 텀에 다시 빌릴 지도 모릅니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생후배선'일 것인데, 인간의 뇌는 생후 며칠이 아니라 성인이 되고 나서도 끊임없이 재배열 / 재구성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예를 들어 밤에 꿈을 꾸는 이유는 시각에 대한 재배열을 막고 계속 살려놓기 위해서라는 가설이 있다고 합니다. 그만큼이나 우리 뇌의 재배열은 성인이 되서도 멈추지 않습니다. 개중 촉각 정보를 시각화하는 이야기가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눈에 보이는걸 작은 침들으로 옆구리에 찔러서 낮은 해상도로 장님에게 보여줬을 때 며칠이 지나자 서서히 뇌가 시각적 해석을 하는 과정이 나옵니다.
이동진이 말하는 봉준호의 세계 ( 반납 )
- 적당히 읽어보고 반납했습니다. 나중에도 흥미 생기면 가끔 빌려볼 것 같습니다.
두 명의 애인과 삽니다 ( 반납 )
- 상당히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기회가 되면 독서모임에서도 함께 읽어보고 싶기도 했습니다. 책에 등장하는 세 사람은 진보운동에서 일하다가 서로 만나게 된, 보통 상상하는 스트레오 타입과 다른 사람들이었습니다. 같이 살게 된 지 1주년에 뭘 할까 하다가 셋이 책장 정리를 합니다. 폴리아모리라는게 셋이 잠깐 만나는게 아니라 계속 함께 살아가는 삶이란건 고려하면 그런 삶이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첫댓글 '두 명의 애인과 삽니다.' 흥미롭지만, 뭔가 익숙하지 않은 느낌이네요^^
책에서는 일상적인 내용들을 다루고 있어서 함께 산다는건 생활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