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내내 한국사 연수를 들었다.
하루에 2강씩.
60개의 강의를.
한국사는 교사라면 당연히 들어야 할 의무 같은 연수라고 생각한다.
교육자라면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가지고 기본 이상의 한국사 기본 소양은 갖추어야 하지 않을까?
하여 1년에 한 번씩은 한국사 연수를 듣고 있다.
올해는 티처빌의 최태성 선생님 한국사 강의를 들었다.
매일 2개씩 듣고 책을 읽고 문제를 풀고 나 나름대로 열심히 듣고 공부했다.
문제는 나 ‘나름’이라는데 있었나 보다.
방학이 끝나 개학한 첫 주 토요일 오후 전주에 있는 중학교에 가서 최종 지필고사를 치렀다.
시험지를 받고 나서 내 머리는 새하얘졌다.
아는 문제가 거의 없었다.
헐...
내가 이리 공부를 설렁설렁했다니.
하나도 모르겠더라.
그러다 문득 우리네 학생들이 생각났다.
시험시간 받아 든 시험지를 보고 나와 같았을까?
눈앞이 깜깜하고 난감하고 당황스러웠을까?
문득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평가라는 명분으로 학생들을 힘들게 하고 있진 않았을까?
한국사 시험지를 받아 들고 잠시 멘붕에 빠진 나는 그렇게 학생들을 생각했다.
괜히 미안했다.
한국사 시험은 대부분 4지선다형이라 아는 건 풀고 모르는 건 다 찍었다.
어쩌겠는가?
내가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을...
시험지의 마지막 장을 넘기다 다시 한번 놀랐다.
주관식 문항이 있는 것이다.
그것도 3문항이나.
으아~ 이건 뭐 찍지도 못하겠고.
눈을 감고 그동안 공부한 것을 떠올리고 또 떠올렸다.
생각이 나질 않지만, 기억의 저편에서 뭐라도 건져 올리려고 애쓰고 있었다.
문득 떠오른 단어와 문장을 적어 내려가며 바라고 또 바랬다.
제발 답이기를...
어찌저찌 답안지를 다 채웠다.
다 채울 수 있음에 감사했다.
시험을 잘 보고 나온 것처럼 위장하며 당당하게 어깨펴고 시험장을 나왔다.
그래도 결과에 관계없이 여름방학 기간에 하나의 연수를 무사히 마쳐서 기분은 좋다.
의미가 있는 한국사 연수를.
마음은 뿌듯하다.
비록 평가는 힘들었지만 연수를 들으며 많이 배우고 공부했다.
나 조금은 성장했겠지?
일주일 후 연수 결과가 나왔다.
결국엔 84점이더라.
뭐... 만족이다.
더 높은 점수가 나왔으면 좋았겠지만 저 점수도 괜찮다.
점수를 바라고 연수를 들은 것은 아니었기에.
그래도 나 나름대로는 열심히 한 결과니깐.
그거면 됐지 뭐.
나는 아직 훌륭한 교사는 아닌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