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25일
또 다시 포천서 길을 밀며 힘겨운 출발을 하였다.
누구도 마찬가지 겠지만, 나 홀로 라이딩은 길을
선택하는데 늘 어려움이 있다.
오늘 따라 아득한 시절
고등학교 3학년 때 배운
로버트 프르스트의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이 떠 오른다.
Photo by Komkahns with samsung NX200
그는 그 시의 마지막 연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어디선가/ 나는 한숨지으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그리고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언덕을 바쁜 호흡으로 올라 내가 지나 온 길을 되돌아 보았다. 그 길은 길은 언제나 나의 몸속에 하나의 그림자가 된다.
오늘은 오래 전부터 벼르던 중랑천 길을 택했다. 허브아일랜드에서 출발하여 8km를 달리자 한탄강의 지류인 '신천'을 만날 수가 있었다. 그 시내는 죽음의 색을 띠고 있다. 시커먼 물이 한탄강으로 흘러 들어간다. 인근에 가죽 공장이 모여 있어 그렇다. 그 색만 빼면 이 산하는 고요하다.
초성리 역사는 나에게 또 다른 풍경을 선사하였다. 기차가 서지 않는 간이역에 키작은 소나무 하나를 찾고 싶어서 였는 지 모르겠다. 볼록 거울은 나를 이 풍경 속에 편입해 주었다. 이 역사와 나는 하나가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연천을 벗어나 동두천으로 향할 수가 있었다, 꼬마 인형을 보며 여정의 숨가쁨을 잠시 달래 본다. 내 눈에도 미소가 돈다.
소요산 역에 도착하니 여행 안내판에 쇠둔치라는 글자가 내 발길을 잠시 잡아준다. 여행은 늘 새로운 풍경과 의미를 찾는 일이라던가.
그 의미를 카메라에 담아 본다.
요석공주를 생각하며 기차 시간까지 20분간을 지도 속으로 뛰어 들어가 소요산의 깊은 계곡에 빠져 보았다. 나는 지도 속에서는 어디든 노닐 수 있는 새가 된다. 일주문을 지나 원효폭에서 잠시 쉬다가 선녀탕에서 선녀들의 모습을 훔쳐 본 후 의상대까지 날라 올랐다. 산세는 그다지 장대하지 않고, 뾰족한 기암괴석이 절묘하게 봉우리를 수 놓아 만물상을 연상케하고, 심연의 계곡은 정취가 오묘하다.
매연이 심한 3번 국도를 피해 나는 전철에 몸을 실었다. 평일 소요산을 찾는 이들은 모두 어르신들이다. 그들의 얼굴은 주름이 가득하지만 표정만은 모두 선하다. 늙어감은 나이가 드는 것이 아니라 멋이든다는 광고 카피가 내 가슴으로 흘러들어 와 있었다.
우리가 지명의 의미를 알아가는 것은 장소와 소통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녹양역을 몇번 와 보았지만 나는 그 뜻을 알지 못하고 지나쳤다. 중랑천 자전거길을 찾다가 우연히 보게 된 말동상.
이런 유래를 읽어가는 것이 슬로우 투어(Slow Tour)의 묘미이다.
길을 찾다가 재미있는 자전거방 상호를 보고 구경을 하였다. 초등학생은 자전거를 사러 왔는데 전 번에 선택한 자전거보다 조금 더 비싼 자전거를 골랐는데, 엄마의 불호령에 기가 죽어 있었다. 나도 어린시절 광장 시장에서 추석 빔으로 근사한 양복을 사달라고 우기다 엄마에게 볼기를 맞고, 울던 기억이 떠 올라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이 풍경을 담아 보았다.
녹양역에서 200m 가면 중랑천 자전거기길을 만나게 된다. 소풍길이란다. 나는 자전거를 챙겨 어린시절의 잠 못이루며 밤을 설치며 기다렸던 소풍날을 기억하며 이길 속으로 빠져 들었다.
숨가쁜 시간대를 묵묵히 견뎌 온 폐 철로에는 세월이 그대로 묵여 있었다.
곡즉전(曲卽全 구부러짐으로 온전할 수 있다)이라고 했던가? 환경을 살피다보니 이곳 중랑천에도 어도가 만들어 졌고, 강은 새의 둥지로 천착되었다.
비록 인공으로 만들어진 작은 폭포이지만 이 폭포는 중랑천을 울리며 바람에 굴러가는 헌 누더기와 같은 나의 육신을 적셔 주었다.
물새야 너는 아직도 먼발치에 있구나...그러나 행인들의 귀는 '너'의 울음 소리에 귀가 맑아진다.
의정부 끝자락에서 겨우 도봉산을 바라 볼 수 있었다.평화는 다툼이 없는 것인데, 인공물들이 공간을 차지하려 서로 다투는 동안 '도봉'는 거대한 폐선처럼 가라 앉고 말았다.
토치카의 두터운 철근 콘크리트는 적막하다. 특화점(特火點:pillbox)이 소생하기를 역사는 바라는가? 나는 소망한다. 이 몹쓸 풍경이 역사 속에 꽁꽁 묶여 박제 되기를...
서울로 들어 오기 전 나는 마지막 원도봉산 능선을 살필 수가 있었다.그것은 상처난 풍경이었다.
나의 힘으로는 이 모습을 어찌 할 수가 없다. 나만의 풍경을 소원하며 사진으로나마 상처의 흔적을 봉합사로 기워 보았다.
오늘은 다른일이 생겨서 여기까지만 나머지는 2편에서
To be continued....
첫댓글 자전거 여행 감상 잘 했습니다...
2편을 기대 하면서.......
6월9일 소요산 라이딩 시간 되시면 참석 부탁 드립니다^^
6월 9일은 선약이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같이 못하더라도 능늘 중자동을 응원하고 있음을 기억해 주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