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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익는 마을의 책 이야기:
정 은정의 <대한민국 치킨전>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친숙한 음식인 치킨에 대해 말한다. 한 점의 치킨을 먹기 까지 숨겨진 노동과 자본의 끝없는 싸움을 이야기 한다. 저자는 ‘치킨은 무엇인가’보다 ‘치킨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치킨을 누가 튀기고 배달하며, 먹는지, 그리고 닭은 누가 키우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치킨을 단순한 먹거리의 대상이 아닌 산업에 참여한 모든 이들의 삶이 녹아 있는 ‘누구’로 인식한다.
치킨의 시작은 소울푸드
소울푸드의 유래는 흑인 노예제에 닿아 있다. 고향 아프리카에서 끌려와 혹독한 노동으로 인간다운 삶을 유린당한 그들의 감성이 울려 부른 노래가 소울뮤직인 것처럼, 주인이 먹던 치킨부위를 기름에 튀겨 허기를 달래던 음식이 소울푸드로 자리매김 했다.
40대 이상인 한국인에게 통닭이란 ‘그 옛날, 아버지가 월급날 사오시던, 노란 봉투에 담겨 있던 통닭 한 마리!’, ‘식지 않게 외투 속에 꼭 끌어안고 오시던 통닭!’, ‘어린이 날, 생일, 크리스마스, 운동회, 소풍가는 특별한 날에만 먹을 수 있는 ‘봄 날’ 같은‘ 음식이다.
오늘날 치킨은 일상의 음식으로 자리를 꿰찼다. 이는 치킨이 가지고 있는 사회·문화적 의미가 변했음을 말한다. 편의점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조각 치킨은 혼자 먹는 식사로도 괜찮은 일용할 양식이 되었다.
치킨집 사장으로 산다는 것은
OECD국가중 두 번째로 사장님이 많은 나라 한국. 가히 자본주의 천국이다. 진짜 그럴까? 자영업자는 말 그대로 자기를 스스로 고용한 ‘노동자’일 뿐이다. 프랜차이즈는 염지 닭과 식용유, 각종 부자재와 오븐 등을 본사가 독점 공급하고 그 과정에서 부가가치를 남긴다. 통제가 수직화 하여 본사의 권한이 확대되는 방향으로 프랜차이즈는 변모해 왔고 이것이 이윤의 원천으로 작용하고 있다.
치킨은 무엇으로 사는가
소비자는 어느 기준으로 치킨을 선택할까? 아이돌이나, 유명 스포츠 선수, 간접광고, 연예인의 브로마이드, 서비스로 제공되는 음료등등. 여기에 가맹점주의 피땀이 서려 있다. 치킨 시장에는 하루 하루가 전쟁이며 갈등이 구조화되어 있다.
대한민국 치킨약전
백숙의 시대는 아주 짧았다. 해방 이전에는 닭이 귀해 먹기 힘들었고, 양계산업이 궤도에 오르고 나서는 닭이 많아지니 굳이 ‘물에 빠진 닭’을 먹을 필요가 없어졌다. 국물을 위한 닭이 아닌 살코기를 먹기 위한 닭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물에서 나온 암탉은 기름에 빠지게 된다. 콩, 식용유, 사료의 트라이앵글 속으로 걸어 간 닭은 기름기가 들어가지 않으면 ‘헛헛함’을 느끼는 식용유 시대에 자란 세대에게는 ‘본능’에 가까운 중독이 되었다.
우리가 먹는 닭은 누가 키울까?
부화한 병아리를 무창계사에서 35일 키워 1.6kg이 될 때 출하한다. 육계시장 점유율 1위 하림은 단순한 브랜드 ‘파워’를 넘어 육계시장을 쥐락펴락하고 계약농가를 제압한다. 소비자의 입맛조차 ‘하림화’한다. 이러한 강력한 힘은 한 육계산업의 수직 계열화를 통해 이루어졌다.
하림은 15일 마다 결제해 주는 대신 계약농가로 하여금 일 회전 더 돌리게 하는 것으로 경쟁력과 이윤을 확보했다.
먹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저자는 묻는다. “맛있게 먹고 그걸로 끝인 세상. 그런 세상을 만들면서 우리 또한 맛의 지옥에 갇힌 채 살고 있지는 않은가? 늦은 시간까지 노동을 하고 그 노동의 고통을 치맥으로 달래다 결국 치킨집 사장님의 삶에서 내 미래를 간보고 있는 중이지 않은가? 오늘 한 마리의 치킨과 한 잔의 맥주가 결코 즐겁지만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책 익는 마을 김 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