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르미 | 설찌 글, 그림
230㎜×230㎜ | 양장 | 44쪽 | 2024년 4월 22일 | 16,000원 | ISBN 979-11-93138-40-3 77810
주제어 게으름, 귀차니즘, 반전, 재치, 발상, 상상
한줄카피 끝내주게 게을러 본 애가 전하는 기똥찬 게으름 특효 처방약
끝내주게 게을러 본 애가 전하는
기똥찬 게으름 특효 처방약!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하루 끝에서
늘어지고 싶은 오늘을 밝히는 활기찬 아침 인사!
게으르미는 아무도 못 말려!
아이 진짜… 벌써 아침입니다. 해는 이미 하늘 한가운데 떴는데 정신은 아직 꿈속 안드로메다에 있는 것 같습니다. 상쾌한 아침 햇살을 맞으며 이부자리에서 일어나서… 일어나야 하는데…, 이불 안이 너무 포근합니다. 세상만사가 다 귀찮게 느껴지고, 그저 한가롭게 뒹굴뒹굴하며 맘껏 게으름을 피우고 싶은 이 마음. 아아, 이러면 안 되는데… 이대로 딱 오 분만 더…. 그렇게 눈꺼풀이 스르륵 감기려는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정신을 깨웁니다.
“아침이야 르미야, 당장 일어나. 빨리 안 일어날 거야? 어휴. 시간 없다고, 얼른!”
오늘도 르미의 아침은 엄마의 따가운 잔소리로 시작됩니다. 겨우 눈을 뜨고 침대 밖으로 나온 르미! 방금까지 늦잠을 푹 자고 일어났으니 이제 좀 움직일 줄 알았죠? 하지만 어림없지요. 르미가 가진 게으름은 아직 요만큼도 보여주지 않았답니다. 르미는 무릎을 탁! 칠 만큼 새롭고 흥미진진한 방법으로 게으름을 이어갑니다. 한 번 움직이는 데 한세월 다 갈 것만 같은 르미의 하루는 어떻게 흘러갈까요?
르미의 기발한 상상은 현실이 된다
상쾌한 아침, 르미는 소파와 한 몸이 되어 하루를 시작합니다. 소파 의자에 앉아 한껏 늘어지다 못해 금방이라도 르미의 온몸이 주르륵 녹아내릴 것만 같습니다. 의자를 침대처럼 사용하는 귀여운 잔꾀와 사람의 몸으로 이토록 기상천외한 자세를 발명해 내는 유연성까지, 어쩌면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르미는 게으름 피우기의 고수일지도요. 아무리 그래도 배꼽시계가 울리면 그런 르미도 일어나지 않을까요? 하.지.만. 밥을 먹을 때에도 르미는 귀찮음을 무릅쓰는 일 따위 하지 않지요. 움직이지 않고도 배불리 먹을 기발한 방법이 떠올랐거든요. 르미는 자신의 몸을 식탁 삼아 배 위에서 밥을 먹는 신공을 펼칩니다. 손도 대지 않고 물컵에 든 음료를 마시는 여유까지 뽐내며 식사를 즐긴 르미! 그러나 막강한 엄마의 잔소리를 못 이긴 르미가 결국 집 밖으로 나옵니다.
엉뚱한 재치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이번엔 르미도 몸을 움직이려나 싶었지만…, 르미는 역시 어디서나 게으르미였습니다. 게다가 봄나들이를 나와 놓곤 겨울이 될 때까지 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 바람에 르미의 온몸이 꽁꽁 얼어붙어 버리기까지 합니다. 이러니 르미와 함께 사는 고양이마저 르미 앞에선 그저 기가 찰 밖에요. 마치 현란한 묘기를 부리듯 게으름을 펼쳐 보이는 르미의 모습은, 처음엔 엉뚱해 보일지라도 다음 장면이 궁금해지는 코믹한 반전을 품고 있습니다. 게으르고 싶은 마음에서 탄생하는 르미만의 기발하고 재치 있는 아이디어가 진가를 발휘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지요. 세상의 여러 게으름쟁이 이야기 중에서도 이토록 흥미진진하게 게으른 사람이 또 있을까요? 다음엔 또 무슨 엉뚱한 행동으로 우리를 놀라게 할지 기대된다면, 르미가 쏘아 올린 유쾌한 웃음 한 조각이 살그머니 우리 마음속에 스며든 것일지 모릅니다.
우리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것
『게으르미』는 ‘게으름’을 맘껏 피우고픈 르미의 하루하루를 사랑스럽고 유쾌한 시선으로 담아낸 그림책입니다. 게으름을 방해하는 여러 환경 속에서, 르미는 모두의 허를 찌르는 진기명기로 게으름을 사수하지요. 매 순간 게으름을 아낌없이 만끽하는 르미의 모습을 통해 작가는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일상에서 우리가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 들여다보아야 하는 것은 우리의 가슴을 즐겁게 뛰게 하는 반짝이는 궁리와 재미있는 시도들일지 모른다고요. 마치 도장 깨기를 하듯 어떤 상황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기발하게 게으름을 피우는 르미를 따라가며 웃다 보니 우리의 마음이 가볍게 날아오르게 되었던 것처럼요.
이 이야기에서 우리가 만나게 되는 여러 감정들- 놀라움과 즐거움, 새로움과 호기심 그리고 예상을 비껴가는 자유로운 발상으로 르미가 일구어 내는 것은 우리의 일상을 새롭게 느끼게 하는 마음의 활력일 것입니다. 때때로 오늘 하루, 지금 이 순간을 가볍고 엉뚱하게, 웃기고 재미있게, 자유롭게 맘껏 누리며 살아 보는 것. 우리가 잊지 않고 만끽해야 할 일상의 낙은 이런 것이 아닐까요?
눈이 번쩍 뜨이는 순간
내디뎌 보는 한 걸음
그러나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듯, 모든 말과 이야기는 끝까지 들어 보아야 하는 법이라고 하지요. 르미의 잔꾀에도 슬슬 익숙해져 갈 무렵, 느긋하게 흐르는 시간 속에서 노곤히 풀려 있던 르미의 눈을 별안간 확 뜨이게 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르미를 어떻게든 움직이게 만들고야 말겠다는 가족들의 노력이 무색할 만큼, 놀거리가 가득한 여행지에서도 한결같이 게으름을 피우던 르미가 그만 깊은 물속으로 풍덩 빠지고 만 것인데요. 그 순간 르미는 눈을 번쩍 뜨고 일어서야 할 때가 왔음을 처음으로 느끼게 됩니다.
이처럼 이 이야기는 르미의 게으른 모습을 가볍게만 비추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알고 있거든요. 살아가는 일, 그리고 일상을 이어가는 일은 게으르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요. 어쩌면 가슴을 뛰게 만드는 것만큼이나 우리가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것은 눈을 뜨고 깨어나는 것, 그리고 일어나 움직이는 것일지 모릅니다. 이는 우리가 어제도 오늘도 해 왔으며, 내일도 해나갈 일일 테니까요. 그렇게 긴 잠에서 깨어나 눈을 뜬 르미는 스스로 자리에서 일어나 한 걸음을 내디뎌 봅니다. 작고 사소해 보이는 한 걸음일지라도요. 그 걸음에서 오늘 하루는 시작되고, 우리는 살아갑니다.
오늘도 변함없이
활기찬 아침 인사를 전하며
그렇게 이 책의 마지막 장을 펼쳤을 때, 새 마음으로 아침을 맞은 르미는 엄마의 잔소리 없이도 일어나 학교에 갑니다. 그럼 이제 르미는 게으르지 않냐고요? 여전히 어림없지요. 게으름을 털어낸 듯 보이지만 실은 그 안에도 르미의 귀여운 속임수가 숨어 있었답니다. 두 발로 쌩쌩 달리는 듯했지만, 사실 르미는 가만히 서서 르미의 반려 고양이가 끌어 주는 킥보드를 타고 있었거든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작가가 숨겨 둔 마지막 한 방! 마지막까지도 여전히 게으름을 잃지 않는 르미의 모습은 우리로 하여금 유쾌한 탄식을 내뱉게 합니다. 작가가 르미의 나머지 반쪽에 게으른 모습을 남겨둔 이유는 무얼까요? 훗날 르미가 게으름에서 벗어나 앞으로 나아가길 바라지만, 한편으론 우리의 마음을 즐겁게 물들이던 르미의 기발한 모습과 생각들이 아예 사라지지는 않길 바랐기 때문이었을지도요.
우리는 아침이 오면 눈을 뜨고 일어납니다. 때로는 뒹굴뒹굴하고, 때로는 걷고, 때로는 뛰기도 하며 한 걸음 한 걸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의 몸짓과 마음 한구석에 르미가 쏘아 올린 엉뚱한 웃음 한 방을 잊지 않고 간직해 보는 건 어떨까요. 그럼 우리는 서로에게 눈이 부시게 활기찬 아침 인사를 선물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게으름을 사랑스럽게 그려 낸 이야기
익숙하던 일상에 다채로운 빛깔과 시선을 불어넣어 우리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설찌 작가가 『게으르미』로 돌아왔습니다. ‘게으름’이란 소재를 재치 있고 가볍게 풀어낸 이번 책은 모든 장면마다 웃음을 보장하는 반전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르미가 보여주는 행보를 따라 웃고, 놀라고, 때론 진지해졌다가도 장난스럽게 풀어지며 즐기다 보면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러운 그림과 유쾌한 이야기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지요.
『게으르미』에서 이어지는 반전의 묘미 중 하나는 마치 ‘보리-보리-쌀’ 장난과 같습니다. 똑같이 이어질 듯하던 게으름 끝에 이야기의 마지막에 다다른 그 순간, 예기치 못한 강렬한 한 방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 다음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기대하며 가슴을 뛰게 하지요. 매번 같아 보일지라도 매 순간 처음인 듯 찾아오는 ‘오늘’처럼요. 우리가 무심코 스쳐 지나던 이야기들과 풍경들에 숨은 보석들을 발견해 선물해 주는 설찌 작가의 이야기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작가 소개
글·그림 설찌
어린 시절 저는 왜인지 늘 누워 있는 것을 좋아했어요. 학교에 가기 전에도 아침 식사보다는 잠을 원했고, 하교하고 나서도 혼자 가만히 누워 있는 걸 좋아했지요.
부모님은 항상 제가 체력이 좋지 못하거나 게으른 면이 있다고 여겼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집 밖으로 나갈 때마다 저도 모르게 외부에서 만나는 모든 낯선 것들 앞에서 긴장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집에 돌아가면 항상 혼자 누워서 긴장을 놓고 편안함을 느끼고 싶어했지요.
게을러 보였지만 그렇게 게으르지만은 않았던, 저와 같은 독자분들께 바치는 책입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 『선물』, 그린 책으로 『고양이 찻집』, 『오! 딸기』, 『반짝』, 『엄마는 따뜻해』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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