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향곡에 합창을 더한 혁신적인 구성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은 형식에 있어서나
내용에 있어서나 기존 교향곡의 통념을 깨는
파격적인 음악이었다.
완전한 기악곡으로 생각되어 오던 교향곡의
마지막 악장에 합창을 등장시킨 것은 교향곡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보통 4악장 구조의 교향곡에서는
느린 템포의 2악장과 빠른 템포의 3악장이 이어지는데,
베토벤은 이 두 악장의 순서를 바꾸어 놓아서
기존의 관습에서 벗어난 반전의 묘미를 더했다.
또한 1악장 ‘알레그로 마 논 트로포, 운 포코 마에스토소’에서도
기존에는 볼 수 없는 음악적 아이디어들이 등장하는데,
시작부터 아주 여리고 모호한 음형이 길게 등장하면서
활기찬 주제 선율을 기대했던 청중의 예상을 무너뜨린다.
신비스러운 도입부가 지난 후에야 웅장한 주제가
나오면서 음악을 극적으로 몰고 간다.
〈합창 교향곡〉
을 쓸 당시 이미 베토벤의 귀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외부의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상태에서
그는 내면의 외침에 귀를 기울이면서 작곡을 이어갔다.
하지만 문제는 작곡이 아니라 지휘였다.
소리를 들을 수 없는 베토벤을 대신해서
케른트너토어 극장의 카펠마이스터인 미하일 움라우프가
지휘봉을 잡았고 악장인 이그나츠 슈판치히가 단원들과
눈빛을 교환하면서 호흡을 맞춰갔다.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던 베토벤은 지휘자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악보를 넘겨가면서 연주자와
교감하고 초연 무대를 함께 만들어갔는데,
그가 악보를 넘기는 순간은 실제 연주의 진행과는
전혀 맞지 않았다.
이처럼 완전히 귀가 멀었던 베토벤은
모든 연주가 끝나고 청중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져 나왔을 때도 이를 알아채지 못했고,
결국 알토 독창자가 알려줘 간신히 청중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에피소드도 전해진다.
〈합창 교향곡〉
초연에서 알토 파트를 맡았던 카롤리네 웅거
그는 공연이 끝난 후 베토벤의 몸을 돌려 관중들의 큰 환호를 볼 수 있도록 했다.
실러의 환희의 송가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은
전체 4악장으로 구성되었는데,
그중에서도 합창이 등장하는 마지막 악장에
가장 큰 비중을 두었다.
마지막 악장을 부각시키기 위해서 교향곡에서는
이례적으로 ‘스케르초’의 빠른 악장을 3악장 대신
2악장에 등장시켰고, 3악장에서는 영롱하고
맑은 분위기의 악장을 배치했다.
강렬하면서도 힘차고 밝은 기운이 느껴지는
1악장 ‘알레그로 마 논 트로포’를 지나 빠르고
경쾌한 2악장 ‘몰토 비바체’를 거쳐
3악장 ‘아다지오 몰토 에 칸타빌레’로 향하면,
숭고하면서도 서정성이 느껴지는 주제가 등장하면서
차분히 4악장을 준비한다.
그리고
피날레를 장식하는 4악장이 시작되면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모든 악기들이 웅장하고
화려한 주제 선율을 연주하고,
마침내 베이스 독창자가 이렇게 이야기한다.
“오! 벗이여,
이제 이러한 노래 말고 우리를 더욱 즐겁게 하는
환희에 찬 노래를 부릅시다.”
그리고
이어서 중창과 합창이 어우러지는
‘환희의 송가’가 울려 퍼진다.
이 곡조는 여러 악기로 편곡되어 연주되었고,
찬송가에도 등장해서 잘 알려져 있는데
실러가 붙인 1절의 가사 내용은 다음과 같다.
“환희여, 아름다운 주의 빛,
낙원에서 온 아가씨여,
정열에 넘치는 우리들은 그대의 성전에 들어가리.
그대의 매력은 가혹한 세상에 의해 떨어진 것을
다시 부합시키도다.
그대의 날개 위에 머물 때
모든 사람들은 형제가 되리.”
무한한 인류애와 환희의 메시지를 담은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은
지금까지 수많은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에 의해
연주되고 있다.
특히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해인 1989년 베를린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콘서트에서 레너드 번스타인은 “Freude(환희)”라는
독일어 가사를 “Freiheit(자유)”로 바꾼 ‘자유의 송가’를
선보여 독일인과 세계인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