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간다 – 김성달
끓는 빗물에 들어가야 할 국수 면은 들어가지 않았다. 자꾸만 찬물만 부었다. 이삿짐 트럭은 오지 않고, 여자는 이사 가야하는데 하는 문자를 쓰다가 만다.
-엄마, 보고 싶어.
아들이 보낸 마지막 문자다. 여기까지 읽고서 진도 나가기가 어렵다. 가슴이 아파온다. 눈이 먹먹해졌다. 정신이 어지럽다. 세월호 이야기다. 해고노동자였던 남편은 오랜 세월 해고 투쟁을 하다가 뇌출혈로 쓰러졌다. 아들이 7살 때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엄마는 말을 잃었다. 남편의 건강을 위해 하던 경락은 남편의 죽음 이후 직업이 되었다. 엄마는 세상의 절반을 닫았다. 아들이 있어 사는 이유가 되었다. 아들은 아빠로부터 건강해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고생하는 엄마를 보며 일찍 철이 들었다.
해양고등학교 기관과를 졸업한 아들은 1년간 국내선 6개월과 외항선 6개월의 항해 실습을 해야 했다. 국내선 6개월의 실습을 끝내고 임대아파트로 이사를 준비하던 아들은 친구의 부탁으로 이벤트 보조로 배를 타게 되었다. 복직 투쟁을 하던 남편과 동료들이 하나둘씩 쓰러지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시간이 흐르면서 살아남은 동료들이나 가족들이 ‘그만하면 됐다’ ‘남은 자도 생각하라’는 말을 들으며 여자는 처음으로 자신이 말을 잃은 것을 고맙게 생각했다. 사람들은 말했다.
“배에서 죽은 애들 있잖아. 부모들이 애들 시체 장사한다며…”
“그렇다나 봐, 장례를 치르지 않겠다고 어깃장을 놓는다잖아.”
“죽으면 다 끝인데… 빨리 놓아주어야 죽은 자도 산 자도 홀가분하지…”
여자는 죽으면 다 끝인 데를 곱씹었다. 팔딱 팔딱 뛰는 심장을 꺼내서 뛰지 못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3개월이 지났다. 여자는 아들이 묶어 놓은 이삿짐 박스를 풀어 보았다. 여자가 박스를 푼 것은 아들과 하나이고 싶었다. 국수는 끓어 넘쳤다. 국수는 빗물에 둥둥 떠다녔다. 국수는 무명 줄이 되어, 여자와 아들을 하나의 생명줄로 묶었다.
닫힌 목소리가 사막의 모랫바닥처럼 서걱거린다. 여자는 온몸의 기운을 모아 목소리를 짜낸다. 그때, 굳게 닫혔던 여자의 목이 조금씩 열리면서 토막토막 끊어진 소리가 나온다.
“준…호야… 이…사… 간다…”
힘겹게 말을 이어가는 여자의 핸드폰에 진도 맹골수도로 예약한 이삿짐 용달이 출발했다는 문자가 뜬다.
세월호를 팔아 국회의원이 되고 권력을 잡는다. 절대 악을 형상화한 위선과 가식의 내로남불은 여전히 악다구니를 쓰고 있다. 세월호 투쟁은 빗물이 흐르는 유리창처럼 방향을 애써 잃어버리고 있다.
김성달
경북영덕 출생. 『한국문학』에 단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으로 『환풍기와 달』 『낙타의 시간』이 있다. 제13회 한국문인협회작가상, 2013년 아시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현재 한국소설가협회 기획실장, 한국문인협회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