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걸었어. 걷다 문득 이 길의 끝이 궁금해졌어 그 끝에 다다르면 또 무엇이 있으려나? 그렇게 커지는 궁금증으로 끝까지 가보기로 했어. 가도 가도 끝은 보이지 않고 이윽고 어둠이 왔어 찬 이슬을 덮고 잠이 들었어. 그러기를 여러 날 너덜너덜해진 몸을 더 이상 가누지 못하고 돌아가기로 했어. 돌아오는 길 가끔은 현기증에 주저앉기도 했지만 익숙한 느낌에 두려움은 없었어. 다시 몇 날을 걸어 당도한 집. 미처 끄지 못하고 나온 불빛이 마을 입구까지 마중을 나와 있었어. 빨래 줄에서 깃발처럼 나부끼던 수건 몇 장과 길고양이와 노는 일에도 멀뚱해진 낡은 구두가 툇마루에서 나를 반겨주었어. 그래 그것이 내가 사는 일상인거야 가끔은 바람을 타고 앞산을 오르던 빨래 줄의 색색의 옷들과 가여운 얼굴로 먹이를 재촉하는 길고양이와 불평 한마디 없이 외출 길에 나서던 낡은 구두처럼 자잘한 이 모든 것들이. 그래 이제는 이 익숙한 것들에게서 찾아야하는 것이야 내가 살아가는 까닭을 긴 여정에서 보지 못했던 별들이 한꺼번에 마당으로 내려섰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