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의 별을 헤다
수연 김성순
어둠속에서 성큼성큼 초침소리가 다가온다
소리가 귓속을 파고들어 심장 속에서 째깍거린다
놀란 토끼에 애저녁 잠은 사라져 버린다
별 하나나 하나
밤에 하늘처럼 높아만 보이던 초딩 선생님
어릴 적 내 꿈자리에 앉아있었지
별 둘 나 둘
갈래머리 소녀는 무지개를 타고 올라
사뿐사뿐 때론 나비처럼 발레리나가 되고 싶었지
백의의 천사가 되고 싶었지
아마 그때부터 아버지가 아프기 시작하셨나보다
별 셋 나 셋
시우 비에 옷 젖듯 가난에 젖어들고
사회의 쓴 맛 배어들고
세라복의 하얀타이는
법의 저울을 든 법복을 입고 싶었다
별 넷 나 넷
생쥐 풀방구리 드나들듯
책방에 드나들던 사춘기
김소월의 시는 얼마나 달콤하고
오 헨리의 소설은 얼마나 가슴을 떨게 했던가
정글의 북소리가 들린다
별은 어디까지 세었든가
좌절은 새로운 영광을 안겨주고
인생의 황금기는 빠르게 스쳐갔다
웨딩드레스에 발목 잡히고
삶의 양파를 까면서 순종을 배웠다
별도 지고 나도 지고
어느새 뻐꾸기가 네 번 운다
대역을 바라던 아이들은 각각 제 꿈을 따라가고
열대야 지루한 여름 밤 마음 따로 몸 따로 별을 헤이다
눈꺼풀 밖으로 여명이 밝아온다
갈팡질팡 아직도 꿈을 꾸는
이순의 생일 아침이 하얗게 다가온다.
시집 『사랑, 아직 시작도 아니 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