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두 번째 마음정류장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기 위해 145동으로 향합니다.
잠시 13층 사랑방 어르신께 인사드리고 감사 인사 전하러 갔습니다.
오늘도 13층 복도에는 대부분 집의 문이 활짝 열려있습니다.
사랑방 이씨 어르신은 이웃분과 담소를 나누고 계셨습니다.
어르신께서는 저희를 보자마자 안으로 들어오라며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저희가 앉자마자 “그날 너무 고생 많았어.”
어르신 대신 부침개 이웃들께 전달한 것에 대해 고마움 표현해주셨습니다.
7호 아저씨가 와서 인사하고 갔는데 아줌마가 또 온 거야. 너무 맛있게 잘 먹었다고...(중략)...
그리고 아랫집 할머니 원래 우리집에 왔었는데 몸이 불편해서 못 와. 못 오니까 종종 내가 내려가지.
내려가니까 울었다는 거야. 자주 안 온다고. 그러면서 부침개 맛있다고 하는거지.
그때 부침개 좋아한다고 내가 남들 3장씩 줄 때 할머니는 더 챙겨줬잖아. 부침개 맛있었다고 그러는데....
저희에게 웃으며 이웃이 감사 인사하고 간 이야기 해주셨습니다.
그날 그렇게 많이 부쳤는데 나는 부침개 한 장 밖에 못 먹었잖아.
어디서 소문 들었는지 부침개 먹고 싶다는 이웃 있어서 나눠주고,
그리고 (같이 해준 사람들) 그날 너무 고생했잖아. 고마운데 또 챙겨줘야지. 거기도 많이 챙겨주고.
나는 저녁에 먹으려고 딱 한 장 남겨뒀는데 바로 옆집 이웃이 온 거야. 안 줄 수가 없지 어떻게 해.
결국 나는 못 먹었네. 밀가루도 고마우니까 남은거 이웃들 다 나눠주고...
한 장 밖에 못 드셨다고 말씀하시면서도 입가에 미소가 가득합니다.
의도치 않게 동네에서 잔치했다 하십니다.
어르신께서 좋은 일 하고도 욕먹기 싫다하셨던 그 말씀이 계속 마음에 쓰였습니다.
어르신께서 이웃에게 들은 감사 인사를 저희에게 행복하게 말씀하시는 것을 보고 마음이 조금 놓였습니다.
저희도 신이 나서 어르신 대신 들었던 감사 인사 전달했습니다.
“진짜? 다들 맛있게 먹었대? 다행이네.”
다른 이웃분들의 감사 인사 더 잘 전달하고 싶습니다.
분명 누군가는 돈도 없는데, 뭐가 좋다고 더운 날 이런 거나 부치고 있냐고 욕한다니까. 요즘도 맨날 들어. 그래도 어떡할 거야. 내가 손도 크고 이렇게 사는걸. 욕하라 해. 나는 부침개 정 없게 2장 이렇게 못 줘.
3장은 줘야지. 어제도 5-6명이서 여기서 콩국수 해 먹었어. 누가 그렇다고 뭘 사 오는 게 아니야.
다 우리 집에 있는 거로 하는 거지. 내가 좀 손 해봐도 어때. 옛날부터 그랬어. 우리 아저씨 살아있을 때도. 여럿이 나눠 먹다 보니까 이제 혼자 먹으면 입맛도 없고...
13층 어르신께서 진정한 마음정류장이십니다.
이야기 나누다 보니 옆집 강아지도 익숙하다는 듯이 사랑방으로 들어옵니다.
13층 사랑방을 보며 정붙이고 살 만한 사회,
이런저런 어려움이 있을지라도 그래도 이웃이 있고 인정이 있어 살 만한 사회가
무엇인지 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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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어르신께 감사 인사 더 잘 전하기 위해
월요일에 부침개를 받았던 이웃 중 몇 집을 우선 찾아갔습니다.
부침개 잘 드셨는지 여쭤보고, 1310호 어르신께 감사 인사 작성해주실 수 있는지 여쭈었습니다.
“점심으로 잘 먹었어요. 따뜻하고 맛있었어요.”,
“오랜만에 시골 음식 먹는 것 같고 좋았어요. 내 고향이 전라돈데 고향 생각나고.
재료도 이것저것 들어가서 맛있었다고 꼭 전해줘요.”
이웃분들께서 잘 먹었다고 말씀해주시며 감사 인사 써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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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약속한 시간이 되자 저희는 배씨 아버님 댁에 갔습니다.
아버님께서 이제는 익숙하신 듯 미소를 지으며 문을 열어주셨습니다.
맨 처음 인사드렸을 때는 현관 앞에서 이야기 나누었는데,
이제는 잠시 들어가도 될지 여쭙지 않아도 먼저 들어오라고 해주십니다.
아버님께서 저희가 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슈퍼에서 음료를 사 오셨습니다.
날도 더운데 시원하게 마시라고 미리 냉동실에 넣어두셨다고 합니다.
“제로 사이다 뭔지 모르는 데 있길래 사 왔는데 좋아할지 모르겠네.”
뭘 좋아할지 몰라 보이는 거 사 왔다고 하시며 콜라와 제로 사이다 꺼내셨습니다.
저희를 생각하며 무슨 음료가 좋을지 고민하셨을 아버님 모습이 그려져 정말 감사했습니다.
아버님께 마음정류장 무엇을 하며 이웃과 정 나누면 좋을지 논의드리러 왔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아버님께서 같이 진지하게 고민해주십니다.
저희가 전에 다른 이웃분을 만나 마음정류장으로 어떤걸 하면 좋을지 물었을 때
음식을 함께 나누면 더 편하게 마음도 나눌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거창하게 반찬이나 요리하지 않아도
음식을 나눈다면 나눌 수 있는 음식이 뭐가 있을지 여쭈었습니다.
“요즘 옥수수가 제철이긴 하던데. 저번에 여섯시 내고향 보니까 농장 가서 옥수수도 따더라고.
옥수수면 어르신들도 드시기 나쁘지 않을 것 같고.”
아버님께서 옥수수 제안하셨습니다.
지난번 만남 때까지만 해도 잘 모르겠다 하셨는데 저희가 꺼내기도 전에 의견 내주셨습니다.
사실 배씨 아버님을 만나뵙기 전까지 마음 한편에는 걱정이 있었습니다.
배씨 아버님 댁 초인종을 누르기 직전까지 현서 선생님 붙잡고
“오늘도 뭐 할지 못 정하면 어떡하죠.
괜히 잘못 물어봤다가 아버님께서 못 할 것 같다 하시면 그때는 어떡해요.”
걱정하면서 어떻게 물어볼지 질문 순서도 생각하고 혼자 시뮬레이션도 돌렸습니다.
쓸데없는 걱정이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생각보다 빨리 정해졌습니다.
아버님께 옥수수는 어떻게 삶는지 여쭤보았습니다.
“예전에는 가마솥에 하곤 했는데. 찜기가 있으면 큰 냄비나 거기에 물 적당히 붓고 그냥 찌는 거지.”
아버님 댁에 큰 찜기는 없지만 힘든 일도 아니니
집에 있는 냄비에 여러 번 하는 것도 괜찮다 하셨습니다.
다음 주 중에 언제 하면 좋을지 여쭤보았습니다.
아무 때나 상관없는데 수요일에 요리모임하면
자치회관에서 모임 끝나고 하는 건 어떨지 제안해주셨습니다.
도구도 있고, 요리 모임 아버님들도 옆에서 같이 하면 손쉽게 금방 끝날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요리모임 아버님들께 함께 해주실 수 있는지 여쭤볼까요?”
“안 해줄 이유가 없지. 같이 해줄거야.”
아버님께서 혹시 다음 주에 요리 모임 없어도 수요일에 함께 해주실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요리 모임 있는 건지 확인해보고, 월요일에 마음정류장 일정과 내용 확정하기로 했습니다.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니 두 번째 마음정류장도 조금씩 그림이 그려집니다.
한 단계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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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씨 아버님을 만나고 난 뒤, 이씨 아버님을 찾아뵈었습니다.
저희가 주무시던 걸 깨웠는데도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아버님께 먼저 두 번째 마음정류장에서 혹시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해도 될지 여쭤보았습니다.
아버님께서 옥수수를 찔만한 큰 솥도 없고,
다른 사람과 같이 무언가를 하는 것도 부담스럽다고 정중하게 거절하셨습니다.
아버님께 지난번 부침개는 잘 드셨는지 여쭤보았습니다.
어제까지 나눠서 맛있게 잘 먹었다 하셨습니다.
마음을 나눠주신 13층 사랑방 어르신께 감사 인사를 대신 전하고 있는데,
부침개를 받은 이웃들이 감사 인사를 써주면
그 뒷면에 아버님께서 찍은 멋진 풍경 사진 넣어서
편지로 전달해도 괜찮을지 여쭤보았습니다.
아버님께서 흔쾌히 허락해주셨습니다.
인화해둔 사진을 몇 장 줄 테니 그 사진을 줘도 된다고 하시며
노트북과 사진 앨범을 꺼내셨습니다.
아버님께서 노트북을 TV와 연결해 저희에게 찍은 사진들을 보여주셨습니다.
사랑방 어머님들께서 좋아할 만한 꽃 사진이나 풍경 사진들을 함께 보았습니다.
아버님께서 사진 원본 파일 옮길 수 있게
월요일에 노트북 들고 복지관 오시겠다 하셨습니다.
“이런 사진도 어르신들 좋아하시지.”
열심히 사진 함께 고민해주신 이씨 아버님께 감사했습니다.
감사 메시지도 주말에 적어서 월요일에 갖고 오겠다 하셨습니다.
감사 인사도 한 단계씩 준비해나가고 있습니다.
사회사업 방법
당사자와 지역사회에 인사하고,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고, 감사합니다.
..(중략)...
이렇게 하면 사회사업이 재미있습니다.
복지를 이루며 더불어 사는 '당사자의 삶, 지역사회 사람살이' 그 모습 그 이야기에 감동합니다.
- 복지요결 p39
오늘 하루 '당사자의 삶 지역사회 사람살이 그 모습 그 이야기'에 감동하고 행복했습니다.
지쳐가는 때에 열심히 할 힘 얻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