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는 비를 바라보면 시소 생각이 난다. 옛날엔 비 맞는것에 대해 해롭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아이들에게는 즐거움이요 젊은이들에게는 낭만이었다. 낮에 비가 와도 시소를 탔다. 운동장의 한군데 밖에 없었기에 서로 탈려고 했고 새치기하는 아이까지 있었다. 묵묵히 멀거니 바라보다 타지도 못하고 놓쳐버렸다. 사실은 공중에 붕 뜨고 고함 지르고 쾅쾅 굴리는 아이까지 있어 겁이났다.
그날도 미소만 짓고 있는데 저 건너 남학생이 쫒아와 잡아주며 한번 타보라고 했다. 모두가 물러섰기 때문에 안탈수도 없었다. 자, 이쪽이 가벼워 여기 한 사람 더 타. 제법 코치까지 해주었다. 근데 그렇게 리드하는 아이가 없을땐 옛날 시소는 엉덩이가 아팠다. 상대가 털커덕 힘주어 놓아버리면 화가 났다.
더 거슬러 올라 가면 멍석을 둘둘 말아 밑에 깔고 합판떼기를 올려놓고 편을 갈라 구령소리가 울리면 이쪽에서 내려오며 널판지를 힘껏 굴리면 저쪽에서 높게 뛰어 다시 쾅 내려오며 굴리면 상대는 높이 오르다 떨어지는 수도 있어 게임은 끝났다. 어설프나마 우리 꼬마들은 어디서 납작한 나무토막을 주워 그 아래를 공구고 언니들이 했던 널뛰기 흉내를 내면 참 스릴이 있고 좋았다.
얕으막한 숲이 있는 곳에 양쪽 기둥에 그네를 걸어두면 높이높이 날았다. 그렇게 무서워 하면서도 심심찮게 찾아다녔고 우리들은 즐겼다. 남녀칠세부동석이라 우리 동네는 춘향과 이도령처럼 그렇게 알콩달콩 그네뛰는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요즈음은 그렇지 않다. 시장엘 갔다가 집에 들어 가려는데 남녀학생 둘이가 포옹을 한다. 숫제 여학생이 헤어지기 싫은듯 망설였다. 알았다는 듯이 남학생은 충분히 안아주었다. 가다말다 집 앞에 정차된 차 뒤에 오히려 몸을 숨겨 이제 끝났겠지 하고 나오려니 아직도인지라 기다리려 하다가 내가 왜 숨어 있어야 하지 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나와서 열쇠로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왔다. 그러고보니 오늘만 있었던 일이 아니었다. 비상을 꿈꾸며 자유분방하고 충동적인것도 좋지만 절제 할 수 있는 힘도 길렀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널뛰기도 좋고 그네뛰기도 좋고 남을 의식하지 않는것도 좋지만 가장 안전하고 협동하며 할 수 있는 놀이는 시소타기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육탄공세가 아니래도 물끄러미 바라보면 끼워주기도 하고 무리하지 않고 마음 맞는 사람끼리 타면 상대를 화나게 하지않고 배려하며 적당히 즐길 수 있다. 마음도 평온해져 온다. 서로의 무게만 잘 맞추면 기쁨을 맛보고 기분좋게 내려 올 수 있다. 청춘남녀에게도 이같은 시소 타기는 권장할 만 하다고 생각한다. 서로를 잘 탐색 할 수 있는 기회이니까.
야호! 내 차례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슬로우 슬로우 시소 타는 요령이 생겼다. (20230626)
첫댓글 수고 하셨습니다.
카페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