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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수필(에세이) > 열쇠 구멍으로 본 풍경 | 북랜드 (bookland.co.kr)
한국현대수필100년
사파이어문고 22 (고재동 수필집)
『열쇠 구멍으로 본 풍경』
979-11-7155-074-6 / 152*224 / 351쪽 / 2024-07-05 / 15,000원
■ 책 소개 (유튜브 영상 바로보기)
“열쇠 구멍으로 안을 들여다봤다. 캄캄했다. 그런데 깊은 곳 어디쯤 반짝 불빛이 보여 열쇠를 꽂으니 찰칵 대문이 열렸다.”(「열쇠 구멍으로 본 풍경」 중에서)
시, 시조, 수필, 산문 등 다양한 문학 장르에서 지금까지 12권의 작품집을 펴낸 안동 선돌길의 귀촌 농부 고재동 작가가 열세 번째 책으로 『열쇠 구멍으로 본 풍경』을 펴냈다. 한국현대수필100년 〈사파이어문고〉 스물두 번째 책이다. 집필, 20여 년 농사 외에 또 다른 생업인 택시 운전에 종사하며 택시 안에서 보고 들은 온갖 희로애락 인생사를 받아 적어 고재동 표 산문으로 완성했다.
1부 눈[雪]과 눈[目], 2부 운수 좋은 날, 3부 과세 잘 하셨니껴, 4부 방아깨비 장가든 날, 5부 냉이꽃 필 적에, 5부에 나누어 실은 예순 편의 작품들이 있다. 각 편의 중간중간 서정적인 시편을 삽입한 읽을거리 풍성한 고재동 식 수필 구성이 여전하고, “방금 몽우리 터뜨린 노란 국화 서너 송이 말갛게 미소” 짓는 듯한 작가의 따뜻한 마음 씀씀이가 넉넉하게 밴, 인간주의 자연주의 수필집이 바로 『열쇠 구멍으로 본 풍경』이다.
■ 저자 소개
우초 고재동
1988년 《한국수필》 초회 추천 및 《월간문학》 신인상 당선
(전) 한국문인협회 안동지부 회장
국제펜한국본부 경북위원회 회장
대표에세이문학회 회장
(현) 와룡문학회 회장
사)한국문화예술연대 부이사장
한국수필가연대 부회장
문학과비평작가회 부회장
한국수필가협회 이사
『한국문인협회 70년사』 편찬위원
□ 저서
시 집 『바람색 하늘』 『바람난 매화』 『바람의 반말』 『바람꽃 그녀』
수필집 『낮달에 들킨 마음』 『경자야』 『열쇠 구멍으로 본 풍경』
산문집 『간 큰 여자』 『강아지와 아기 염소가 쓰는 서사시』
시조집 『귀촌 일기』 『귀촌 일기 2』 『귀촌 일기 3』 『그냥 곱다』
□ 수상
제39회 한국수필문학상
제3회 문학과 비평 문학상
2022 경북펜문학상
■ 목차
머리글 • 꽃에도 맘이 있다
1부 눈[雪]과 눈[目]
이야기 하나 고추 먹고 꼬끼오
이야기 둘 길을 가다가
이야기 셋 거미줄 해법
이야기 넷 열쇠구멍으로 본 풍경
이야기 다섯 거짓말하는 꽃
이야기 여섯 가을 수박
이야기 일곱 억이의 외출
이야기 여덟 시집가는 자두나무
이야기 아홉 담 넘어가는 개나리
이야기 열 첫눈, 세 번째 눈
이야기 열하나 호랑이와 고양이
이야기 열둘 눈[雪]과 눈[目]
2부 운수 좋은 날
이야기 열셋 까치설날
이야기 열넷 까치밥
이야기 열다섯 3막 인생
이야기 열여섯 할머니 닭의 비상(飛翔)
이야기 열일곱 낙화
이야기 열여덟 노란 민들레
이야기 열아홉 파란 나라
이야기 스물 참꽃마리와 쐐기풀꽃
이야기 스물하나 보는 꽃, 보이는 꽃
이야기 스물둘 거서
이야기 스물셋 시벽詩癖에 쓰는 수묵화
이야기 스물넷 운수 좋은 날
3부 과세 잘 하셨니껴
이야기 스물다섯 정 끊는 약
이야기 스물여섯 두고 온 멧돼지
이야기 스물일곱 개똥벌레 한가위
이야기 스물여덟 詩를 읊는 멧돼지
이야기 스물아홉 국화꽃이 노랗게 피우는 이야기
이야기 서른 잃어버린 반지
이야기 서른하나 추월 금지
이야기 서른둘 내 집이 더 높아
이야기 서른셋 뭐 잡샀니껴?
이야기 서른넷 소나무가 아프다
이야기 서른다섯 라면 먹고 이 쑤시기
이야기 서른여섯 과세 잘 하셨니껴
4부 방아깨비 장가든 날
이야기 서른일곱 정월대보름 달
이야기 서른여덟 닭의 외출
이야기 서른아홉 미스터트롯
이야기 마흔 봄꽃 필 적에 장미잎 핀다
이야기 마흔하나 는개비 오는 날의 슬픈 동화
이야기 마흔둘 수탉의 변심
이야기 마흔셋 강아지 시인
이야기 마흔넷 사랑꾼 청둥오리
이야기 마흔다섯 잃어버린 우산
이야기 마흔여섯 개망초꽃 피는
이야기 마흔일곱 다리
이야기 마흔여덟 방아깨비 장가든 날
5부 냉이꽃 필 적에
이야기 마흔아홉 하현달
이야기 쉰 가을장마
이야기 쉰하나 지게 3代
이야기 쉰둘 들국화 고향
이야기 쉰셋 입동 무렵 와야천
이야기 쉰넷 어느 4남매
이야기 쉰다섯 이색 출판기념회
이야기 쉰여섯 청룡의 해에 검은 토끼를 태우다
이야기 쉰일곱 빈말
이야기 쉰여덟 악어새의 눈물
이야기 쉰아홉 윷이야
이야기 예순 냉이꽃 필 적에
■ 책 속으로
지난겨울, 혹독한 추위와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새벽녘이었을 게다. 태화중앙로를 지나는데 쭈뼛쭈뼛 할머니 한 분이 차를 세웠다. 바로 차 탈 생각은 않고 뭐라 뭐라 하길래 창문을 내렸더니 2천 원밖에 없는데 택시 좀 태워 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일단 할머니를 차에 태웠다. 90도로 굽었던 허리를 펴고 뒷좌석에 자리한 할머니께선 꼬깃꼬깃 지폐 두 장을 내민다.
“미안하이더. 고추 상회까지 가는데 시간이 늦어서요. 빨리 가야 고추 꼭지 하나라도 더 따는데 늦잠을 잤지 뭐이껴. 맨날 걸어가는데 오늘은 너무 늦어서….”
다음 날이었다. 혹시나 해서 그곳을 가봤다. 비슷한 시각, 90도 굽은 허리로 할머니가 부랴부랴 길을 가고 계셨다. 빠르게 걷는다고는 해도 젊은이 걸음걸이 반도 안 되었다.
빵빵.
“타세요, 할머니. 태워드릴게요.”
“아이시더. 오늘은 그렇게 늦지도 않았고, 차비도 없고요.”
“차비는 괜찮고요, 추운데 얼른 타세요.”
“괜찬타 카이요. 걸어가도 되는데….”
할머니께선 한두 번 더 사양하시다가 마지못한 듯 택시에 올랐다.
(「고추 먹고 꼬끼오」 중에서)
동산의 인동꽃이 반긴다. 참싸리도 지다 말고 나를 본다. 분명 그도 꽃이다. 억이 너도 꽃이고 나도 꽃이다. 밤나무꽃도 꽃이고 그 속에 숨어든 새도 꽃이다. 꽃의 기운을 지닌 사물이 사물을 보면 모두가 꽃이다.
(「보는 꽃, 보이는 꽃」 중에서)
눈이/ 신새벽을 칼로 자르듯이/ 모진 세월을 밀어낸다/ 만물을 깨우는 것은/ 가장 부지런한 참새이다/ 참새의 가슴 깊이는/ 자로 잴 수가 없지만/ 눈의 두께는 가늠할 수가 있다// 참새 부부는 기와집 추녀 끝/ 보금자리에서 잠을 자는 한/ 사랑을 담보하지 않고/ 눈은/ 허황한 하늘을 전세 내어/ 불법 체류하기 때문에/ 가슴이 없다// 질퍽하니 세월을/ 짓뭉개기도 하고/ 진득하니 황혼의 연륜을/ 두께로 짓누르기도 한다/ 참새는 심술보가 없지만/ 눈은 무한대이다// 그래서/ 늙은이는 첫새벽에/ 맨 먼저 눈을 밟으며/ 집으로 돌아가고/ 청년은 대평원을 향해/ 가슴 열고 길을 닦는다
- 시 「습자지 한 장 차이」 (「담 넘어가는 개나리」 중에서)
저 강물은/ 어디로 가는가/ 거슬러 오르면/ 물고기의 모천을 알 수 있듯이/ 본향은 어렵지 않게 찾게 될 것이다/ 반항아들이 엄마 품 안을 탈출하여/ 저벅저벅 걸어 나올 때처럼/ 샘물은 자유를 만끽한다는 명분으로/ 강에서 또 다른 강과 합류하여/ 험로인 줄도 모르고 겁도 없이/ 길 위에 선다/ 하나같이 히어로의 꿈을 안고/ 길을 나섰지만 오래지 않아/ 망상이라는 사실을 알고 만다/ 바다에로의 길이 막혀 있었다/ 기형 물고기들이/ 괴물로 탈바꿈한 상어가/ 높은 벽을 쌓았다/ 영문은 알 수가 없다/ 저 강은 어디로 가는가/ 우리는 어디로 흐르는가
- 시 「내일은 해가 뜬다」 (「가을 수박」 중에서)
정은 담는 것이고 사랑은 쟁취하는 것이다.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면 사랑은 떠나고 만다. 가슴에 담고 쟁취하여 내 것으로 만들어야 내 것으로 익는다. 긴 겨울밤을 반으로 접을 즈음 비가 잦아든다. 봄을 부르는 비가 꼬박 스무 시간 내렸다. 식은 사랑은 데우기가 어렵다. 비가 그치고 땅이 더 굳기 전에 사랑나무 한 그루 내 정원에 심을 일이다.
- 시 「겨울, 봄비」 (「3막 인생」 중에서)
■ 출판사 서평
“고추로 세상에 왔다가 탄저병으로 유명을 달리하든 닭에 쪼여 도중에 운명이 바뀌든 이 모두가 자연의 섭리이며 주어진 몫이다. 만물의 영장이라지만 사람 또한 다르지 않다.”(「고추 먹고 꼬끼오」) 자연의 섭리와 세상살이의 원리가 다르지 않다고 믿는 작가가 섬세하고 서정적인 묘사로 그려낸 안동 선돌 마을의 자연풍경과 택시를 운전하며 생생히 스케치한 사람살이 각양각색 사연을 함께 버무린 작품들은 고재동 작가만이 보여줄 수 있는, 정감 넘치는 우리네 삶의 이야기이다. 기쁘고 슬프고 즐겁고 때론 분노하며 살아가면서 맛보는, 세상살이의 달곰씁쓸한 묘미가 진솔하고 담담하게 그려져 편 편마다 깊은 여운을 남긴다. “살아가는 동안 나에겐 대문은 없다. 나는 언제든 문을 활짝 열어놓고 살고 싶다.”라는 작가의 활짝 열린 마음 안으로 들어온 생생한 세상 풍경이 참 따뜻하다.
인정 넘치는 택시 기사인 작가가 만나는 손님들 저마다의 사연이 심금을 울린다. 추운 겨울, 아흔하나의 연세에 증손자를 돌보느라고 아침마다 걸어서 고추 상회까지 가는 할머니, 자식에게 버림받고 중병을 앓으며 외로이 살아가는 독거노인(「열쇠 구멍으로 본 풍경」), 추석에도 연락 없는 자식 준다고 밤 따는 할머니(「거짓말하는 꽃」), 중환자실에 입원한 늙은 아내를 매일 면회 가는 아흔하나 잡수신 할아버지(「두고 온 멧돼지」) 등 시골의 고령 노인들이 맞닥뜨린 힘겨운 삶의 모습, 코로나 시국의 어두웠던 사회상-사업에 실패하고 빚더미에 올라 생목숨을 끊은 중년 남자(「억이의 외출」)와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고 전 재산을 날린 후 원룸으로 밀려난 부부(「첫눈, 세 번째 눈」) 등-과 유례없는 팬데믹으로 생계가 어려워진 소시민과 소외 계층의 사연 많은 삶(「노란 민들레」)이 “짠한 풍경”으로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겼다.
작가는, 웃음과 낙관으로 삶의 고비를 넘을 줄 아는 평범한 사람들의 귀한 삶도 소중하게 그려낸다. 야간 공장에 다니느라 8년째 새벽 2시면 출근하는 참 부지런한 그녀(「시집가는 자두나무」), 시집와서 40여 년 시부모를 모셨다는 그녀(「담 넘어가는 개나리」), 왕복 택시비를 내가며 친구에게 새벽에 선물을 정성껏 전하는 천사 같은 그녀(「까치설날」), 영어의 몸이 된 남편 옥바라지하며 오매불망 기다리는 그녀(「하현달」), “미장원을 해서 번 돈으로 길고양이를 30년째나 돌보는”(「입동 무렵 와야천」) 그녀 등, 멋진 “그녀”들의 용감하고 사랑 넘치는 일상이 보석 같다. 또 혼자되어 고향에 온 여든넷의 할배가 여든둘 할매와 일으킨 사랑의 바람(「할머니 닭의 비상(飛翔)」), “영타기” 공연과 “나후나” 안동 공연을 기대하며 택시에 오른 “거서”와 “거”에 간다는 70대 아주머니들에게 듣는 구수한 사투리(「거서」) 대화를 그린 정겹고 토속적인 재미가 있는 작품들도 있다. 집 나간 아내 때문에 아들을 자기 핏줄이 아니라고 내내 의심하며 보는 사람마다 “닮았니껴?” 묻는 남자(「가을 수박」)나, 아버지는 세상을 버리고 엄마는 서울로 돈 벌러 가고 조부모와 시골에 사는 4남매(「어느 4남매」)의 사연, 「닭의 외출」, 「개망초 꽃 피는」 등의 작품들은 어려운 환경을 견뎌내는 사람들의 하루하루를 응원하는 작품들이다. 이 모두 봄날, 활짝 피었다가 미련 없이 지는 벚꽃처럼, 언제 어느 때든 희망을 잃지 않고 삶을 긍정하는 사람들(「낙화」)은 모두 꽃이라는 작가의 환한 눈빛이 빚어낸 작품들이다.
『열쇠 구멍으로 본 풍경』에 등장하는 온갖 동물, 식물, 바람, 눈 등 사계절 자연을 바라보는 작가의 눈길은 좋은 사람을 바라보는 것과 똑같이 사랑스러움과 연민이 가득하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참나리꽃 호랑나비 쓰르라미 장끼 멧돼지 고라니 반딧불이 등 오만가지 동식물에 관한 생명력 넘치는 생태와 서정적인 묘사는 하루에도 수천 종씩 동식물을 사라지게 하는 인간과 지구의 심각하고 냉혹한 환경문제를 절실하게 되새기게 한다. 「까치설날」, 「까치밥」, 「개똥벌레 한가위」, 「시를 읊는 멧돼지」, 「소나무가 아프다」, 「방아깨비 장가든 날」 등 다수의 작품에서 언젠가 사라져 버릴 것 같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리고, 위태로운 현실을 실감 나게 보여준다.
눈이 오건 비가 오건, 밤이건 낮이건 손님이 찾으면 택시를 몰고 세상 밖으로 나선다는 고재동 작가, 그가 “체험 삶의 현장”에서 바라본 세상 이야기, 『열쇠 구멍으로 본 풍경』.
“어떻게 사느냐의 문제다. 열쇠 구멍으로 세상을 보면 캄캄할 것 같지만 그렇지만 않다. 휘황찬란한 광경도 있고 등대 같은 불빛도 있다. … 어떻게 살다 가느냐는 건 내 맘이다. … 마음먹기에 따라 생이 달라진다. 내 생은 내가 결정한다. 누가 살아주기를 바라서는 안 된다. 내 생은 내 몫이다. 마음먹기에 달렸다.”(머리글 「꽃에도 맘이 있다」 중에서)
그렇다. 세상살이는 “마음먹기”에 달렸다. 비록 힘들어 곧 쓰러질 것 같아도 마음먹기에 따라 조금은 견딜 만하게 느껴지지 않던가. 작가가 이토록 재미나고 눈물 나고 감동적으로 그려놓은 편 편의 이야기들이 전하는 메시지다. 작가가 참 “씩씩한” 마음을 담아 쓴, 정과 사랑, 희망 가득한 작품들 덕분에 『열쇠 구멍으로 본 풍경』이 참 아름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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