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박씨 정경부인
정말옥
고려말
바람 앞에 등불을 켜 놓은 마음이었을까
아버지는 치 어머니는 대사헌을 지낸 승직의 후손
뿌리가 돌처럼 단단하다
겉으로 조용조용 속으로 깊은 뜻
그 길을 택한다 재취 자리 그 길
남편 진사 이식은 바람에 홀씨처럼 일찍 세상 떠나고
섬처럼 홀로 된 정경부인의 길
농사일에 길쌈으로 갈대처럼 휘어지는 허리를 곧추 세운다
과부의 자식이라 백 배 공부해야 한다
자식에게 쇠처럼 당부하는 말 말 그 말
연산군 7년 선조3년에 산 아들 퇴계 이황 여섯 살에 천자문을 밥 먹듯
여덟 살 때 숙부가 가르쳐 준 논어를 주저리주저리 노래한다
유배지에서 죽음 맞은 넷째 아들
부인의 심정이 아!
아들 퇴계에게 한 말
진사합격 문과급제 다 좋지만
세상 환란 앞에 서서 인간됨 바른 선비 바란다 붓꽃 같은 말
아들 퇴계 관직 후엔 후진 양성 제자 삼백 명 넘었다니
맹모처럼 자식 훈육한 정경부인의 가르침 별 같이 다가온다
나도 따라 가려하니 별이 너무나 멀구나
힘없는 발걸음을 속으로 애쓰며 겉으로 씩씩하게 딛고 별을 쳐다본다
정경부인을 본다
2019 시 등단: 종합문예 유성 및 문학고을
2023 저서: 시집 2023 새, 내일은 연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