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커져가는 파도 소리에 제대로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이 밤이 행복합니다.
동이 트기 전에 모두 잠이 깨어 황홀한 일출을 기다립니다.
하지만 동해 먼바다 쪽으로 구름이 많이 차서 조금은 실망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뒤늦게 해가 떠오름니다.
장관은 아니더라도 일출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운입니다.
산행 준비를 마치고 아침 8시에 설악동으로 향합니다.
가는 길목의 음식점에 들려 황태해장국으로 속을 든든하게 채우고 목우재 터널을 지나
설악동 계곡길로 접어 드니 겨울 설악산이 가까이 다가 오기 시작합니다.
새로 웅장하게 지어놓은 설악산문에서 기념사진을 남김니다.
지난번 강릉지역에는 폭설이 내렸는데 이곳은 그런 흔적이 남아 있질 않습니다.
겨울 아침의 청량함을 폐 깊숙히 시원하게 담아 봅니다.
신흥사 일주문을 지나서 다리를 건너 비선대로 발길을 돌립니다.
걱정했던 날씨는 기우였는지 하늘은 온통 파란 색깔로 가득합니다.
나무에 가려 응달진 길은 눈이 녹으면서 얼어 붙었습니다.
조심스럽게 이런 구간만 지나면 다시 양지바른 길로 이어집니다.
주변에 지저분하게 늘어서 있던 음식점들이 모두 정리되어 깔끔해 졌습니다.
계곡을 건너는 다리에 들어서니 우측으로 비선대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비선대는 와선대에서 노닐던 마고선이라는 신선이 이 곳에 와서 경치를 즐기다가
하늘로 올라갔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라고 합니다.
깊고 수려한 천불동계곡은 침묵속으로 빠져든 듯 고요하기만 합니다.
빅파더와 배낭을 남겨두고 세분은 금강굴로 향합니다.
거의 한 시간여만에 금강굴 입구에 도달하는 모습이 보였는데 40여분이 지나서
제자리로 하산합니다.
모두들 흥분된 모습으로 감탄사가 이어지는데 다솔님은 신선이 산다는 선경을 보았노라고 자랑입니다.
아쉽게도 빅파더는 느낌으로만 전해듣습니다.
준비해간 간식으로 출출함을 채우고 하산합니다.
철교를 건너 지나 왔던 길을 되돌아 갑니다.
하산하는 길에 성림님의 해박한 불교 강론이 이어지는데 시간가는줄 모르게 경청하다 보니
신흥사 입구에 도착합니다.
신흥사는 신라 진덕여왕 7년에 자장이 창건한 절로 대한불교조계종의 제3교구 본사입니다.
고즈넉한 경내를 잠시 둘러 봅니다.
신흥사를 벗어나 극락교를 건너 통일대불로 향합니다.
청동으로 조성된 석가모니불 뒷편의 내법원당에는 천수천안관세음보살이 봉안되어 있습니다.
아쉬운 듯 설악산을 뒤로하고 속초 시내에서 점심식사를 하고자 음식점을 찾아 나섭니다.
애초 가고자 했던 명태냉면집이 문이 닫혀 있어서 물회집으로 급히 변경하여
청초수물회 식당으로 옮깁니다.
늦은 점심식사를 마치고 4층에 있는 커피숍으로 올라가 청초호를 바라보며 뜨거운
커피를 마시며 산행의 피로를 풀어 봅니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이번에는 하조대를 찾아 갑니다.
바위에 솟아있는 소나무의 절개가 대단해 보입니다.
하조대 건너편에 있는 등대쪽에서 하조대를 조망해 봅니다.
하조대를 빠져나와 남쪽으로 20여분 거리에 있는 동산항으로 이동합니다.
작은 항구를 둘러보고 작은 언덕위에 자리 잡은 비구니 암자를 찾아가 다과를 대접 받습니다.
이 곳은 성림님이 인연을 갖고 있는 대해스님이 기거하는 곳으로 잠시 인사차 들렸습니다.
성림님의 말씀으로는 공부를 많이한 똑똑한 분인데도 단지 비구니라는 것 때문에
비구들 한테 무시를 당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집에 돌아와 인터넷을 뒤져보니 한겨레 신문에 게재된 금륜사 주지 본각스님에 대한 취재 기사가
이러한 문제점을 말해주고 있네요.
본각스님은 어머니의 제의로 2남 4녀가 모두 출가한 집안으로 유명합니다.
성차별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으며, 비구니는 조계종 종정과 총무원장, 그리고 25개 본사의 주지를
맡지 못한다고 종헌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합니다.
스님이 말씀하십니다.
"비구와 비구니 차별없던 초기불교 평등 되찾아야"
저녁 늦게 콘도로 돌아와 불은 라면을 저녁식사겸 안주삼아 한 잔씩 하고 둘째날의 일정을 종료합니다.
산행 때문인지 피로가 금새 몰려와 파도 소리도 무뎌지는 마지막 밤을 보냅니다.
첫댓글 역시 선배님께서 멋진 사진과 소상한 설명으로 정리해주시니 눈과 마음이 시원해집니다.
관광객 들끓지 않는 설악산 천불동 계곡, 비선대, 하조대.....
조용하고 여유있는 산행을 하시니 부럽기도 하구요^^
덕분에 함께 한 듯 잘 구경했습니다.
감사드려요^_^
금강굴에서 본 설악산은 정말로 천하절경이었습니다.
금강굴사진은 제가 곧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