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닌 남을 위한 공부
20081413 음악교육과 정 소망
요즘 교통, 통신기술의 발달 그리고 다른 여러 가지 요인으로 국가 간의 장벽이 허물어지고 외국인과의 접촉도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가고 있다. 이로 인해서 다른 환경과 문화에서 살고 있는 또는 지금까지 살았던 외국인들이 바라보는 한국인 특징적인 모습이 여기저기서 그려지고 이슈가 되고 있다. 그중 작년 10월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교육열을 본받아야 할 것이라고 언급하여 모두가 관심을 갖았던 적이 있었다. 이것이 우리의 관심을 끌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미국’이라는 세계 최강대국의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교육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바라보았다는 것과 우리가 받아들이고 있는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에 대해 너무나 의외의 말을 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은 우리도 잘 알다시피 과도한 교육열로 인해 여기까지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녀들은 아무런 발언권도 없이 부모님이 원하시는 방향으로 거의 끌려가다시피 교육을 받고 있다. 이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고 자신만의 품위를 지키려는 한국인의 잠재적인 가치관 때문에 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볼까 노심초사하며 나를 한껏 더 포장한다. 이는 자녀들에게도 영향을 끼쳐 남들에게 잘 보여 지기 위해 자녀 또한 포장해버린다. 즉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좋은 부모, 능력 있는 부모로 보여 지기 위해 자녀를 이용하며 내가 이루지 못한 것을 자녀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려고 한다. 지금까지 한국의 교육은 이렇게 유지되어 왔지만 만약 계속해서 부모에 의한 타율적인 공부를 하게 된다면 교육의 초기에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의 교육 뿐만 아니라 한국의 발전에도 정체가 될 것이다.
먼저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에 대해 살펴보면,
연합뉴스(김광호 송형일 한무선)의 기사에 따르면 학생들의 건강권 및 수면권 보장, 사교육비 경감 등을 이유로 시행 중인 일부 시·도교육청의 밤 10시 이후 학원들의 교습 금지가 오히려 토요일과 일요일까지 학생들을 학원으로 내몰고 있다고 한다. 학원들은 학생들이 피곤하고, 강사들도 주중 하루도 쉬지 못하면서 힘들어 하는 것을 알지만 학부모들의 요구와 학원의 수입 등을 고려해 주말 반 확대 편성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여기서도 우리나라 학부모의 교육열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자신의 자녀가 피곤하고 힘든 것을 잘 알지만 교육을 위해서 지친 몸을 학원으로 내모는 것이다.
우리에게 미래학자로 잘 알려진 앨빈 토플러는 “한국의 많은 학생들은 하루 10시간 이상을 학교와 학원에서 자신들이 살아갈 미래에 필요하지 않을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이야기인가? 우리나라 대부분의 학생들이 하고 있는 공부가 미래에 필요하지 않을 지식,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한 공부라니. 자신이 원하고 흥미를 가지는 공부가 아니라 남의 시선을 의식해서 어쩔 수 없이 하는 공부이기 때문에 내가 현재 무엇을 공부하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을 위해 공부하는지도 깨닫지 못한 채 책상 앞에 멍하니 앉아 있게 되는 것은 아닐까?
통계청에서 2010년 전국 1만 7천 가구의 15세 이상 학생(중ㆍ고교생, 대학생 포함)과 30세 이상의 학부모를 대상으로 ‘기대 교육수준과 교육목적’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생의 89%와 학부모의 93%는 “4년제 대학 이상의 학력은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교육에 대한 기대목적으로는 좋은 직장이라는 응답률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남학생 49.9%, 여학생 45.2%가 좋은 직장을 교육에 대한 기대목적 1순위로 꼽았다. 이밖에도 소질개발(남 32.4%, 여 36.3%), 학력차별 사회 분위기(남 12.7%, 여 13.7%)를 선택한 학생이 많았다. 학부모 역시 남 44.5%, 여 45%가 교육에 대한 기대목적으로 좋은 직장을 꼽았다. 또 결혼ㆍ친구 관계 등에서 유리하다는 답변을 고른 비율이 각각 11.8%, 12.5%였고, 취미ㆍ소질, 내가 받지 못한 교육 보상 등을 선택한 비율은 미미했다.
위의 조사 결과 중 교육에 대한 기대목적에 대한 결과를 보면 좋은 직장, 학력차별 사회 분위기, 결혼ㆍ친구관계에서 유리 등 교육을 받고 기대하는 목적이 자신의 자아성취감이나 내적만족감이 아닌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여 남들에게 더 잘 보이기 위한 교육이 더 많은 비율을 차지한 것을 볼 수 있다.
또 다른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은 사교육 열풍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7년 평균 한국의 가정은 연간 소득의 약 20%를 사교육에 사용했다. 그리고 2009년 한국인은 영어와 수학, 대학시험 준비 등 개인교습에 190억 달러를 쏟아 부었다. 이는 공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의 절반 이상에 해당한다. 이에 비해 미국의 사교육 산업의 규모는 약 50억∼70억 달러다. 2011년 4월 4일자의 연합뉴스 기사(조재영 기자)의 일부분을 보면 ‘서울 목동에 사는 김 희정 씨는 초등학교 3학년짜리 아들에게 일주일에 20시간씩 영어와 수학, 과학 개인교습을 시키는데 한 달에 110만 원가량을 쓴다. 물론 여기에는 인라인스케이트와 피아노, 바이올린, 중국어 수업비용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몇 해 전에 이러한 기사를 접했을 땐 경악을 했었지만 이제는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이와 같이 사교육에 힘과 돈을 쏟아 붓는 학부모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WP(워싱턴포스트)는 경제성장을 이끌었던 한국의 높은 학구열은 이제는 높은 자살률과 급락하는 출생률의 원인으로 비난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나친 경쟁은 학생들을 외국으로 떠나도록 하고 있으며 이는 학생들의 재능을 소모시키고 가족들을 갈라놓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영향력 있는 일간지에서 한국의 높은 교육열에 대해 위와 같이 지적하고 있다. 외국인의 눈으로 보았을 때도 한국의 거침없는 교육열은 발전이 아니라 결국 비극의 원인으로 치닫고 있다. 우리나라의 이공계 중심대학으로 영재들이 간다는 카이스트에서 올해만 4명의 학생, 1명의 교수가 자살을 하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어느 누구보다 고학력자이고 부러울 게 없을 것 같은 그들이 왜 마지막을 선택했을까? 이 또한 자기 자신에 대한 만족감과 성취감보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사회에서 인정받기 위한 수동적인 삶을 살다가 그 속에서 좌절감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에 대해 알아보았다. 부모가 작동버튼을 누르면 다시 정지 버튼을 누를 때까지 오랜 시간 책상 앞에 앉아서 로봇처럼 정해진 시간 동안 공부만 하는 현재 우리나라의 학생들의 모습은 불과 몇 년 전 내가 학창시절에 겪었던 것보다 더욱더 혹독해지고 가혹해진 듯하다. 이렇게 높은 교육열과 비례해 우리나라의 발전 또한 상승하면 얼마나 좋을까?
한국교육개발원이 2010년 6월14일-7월2일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15개 시ㆍ도 50개 4년제 대학 재학생 2천1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2011년 4월 26일 공개한 ‘한국 대학생의 학습과정 분석연구’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전공 공부나 수업 준비를 충실히 하지 않고 수업 시간에도 수동적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보고서를 보고 나 역시도 이렇게 수동적인 대학생활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가슴이 뜨끔하고 괜히 부끄러워졌다. 고등학교 시절까지 부모의 감시와 통제 아래에서 공부하다가 막상 대학생이 되니 어떻게 공부를 해야 되고,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수업 시간에만 책을 펴서 보는 게 전부고, 교수님이 하라는 대로만 하고 마는 게 우리네의 현실이다. 부끄럽지만 나 또한 마찬가지다. 시험기간이 아니고서야 수업 시간 아닐 때 책을 펴는 일은 거의 없고, 수업과 관련된 서적을 찾아보는 일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다른 나라에 비해서 월등히 높은 교육 수준을 가지고 있고 실력도 뛰어나다고 하는데 대학교부터는 말이 달라진다. 공부보다는 유흥문화에 빠져서 다른 나라의 수준에 비해 훨씬 떨어진다. 이는 앞서 말했듯 그동안의 수동적인 삶에서 기인된 것이라고 본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세대가 타율적이고 수동적이라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불 보듯 뻔하다. 자율적이고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발전시키기보다 다른 나라의 것을 모방하고 따라하는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얼마 전 큰 관심을 끌었던 공익광고의 문구가 생각이 난다.
부모는 ‘멀리 보라’ 하고
학부모는 ‘앞만 보라’ 합니다.
부모는 ‘함께 가라’ 하고,
학부모는 ‘앞서 가라’ 합니다.
부모는 ‘꿈을 꾸라’ 하고,
학부모는 꿈 꿀 시간을 주지 않습니다.
당신은 부모입니까?
학부모입니까?
부모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길
참된 교육의 시작입니다.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을 간단하면서도 정곡을 찔러 말해주고 있어 이슈가 되었었다. 과연 내 자녀의 즐거움, 행복과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는 것 중에 어느 것이 더 값진 것인지 우리나라의 부모들이 깨닫고 공부를 하는 모든 학생들이 남이 시켜서 하는 공부가 아니라 내가 원해서 즐거운 공부를 하게 되면 진정한 우리나라의 행복과 더불어 발전이 올 것이다.
첫댓글 과학적인 글쓰기는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하나의 문제를 해결해도 성공이라 할 수 있습니다. 피 한방울로 건강을 확인한다는 표현은 기억하면 될 듯 싶습니다. 이슈제기는 현실적인데 해결은 추상적인 듯 하지요...